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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Feb 26. 2017

드디어 봄이구나 <샘터 3월호>

대학교 근처에 있는 회사로 옮기면서 시간이 흐르는 걸 누구보다 빠르게 알게 되는 것 같다. 거리에 학생들이 줄어드는 걸 보면 방학이 오는구나 싶고 졸업식 날짜가 걸려있는 걸 보면서 곧 입학식이 올 거라는 걸 안다. 며칠 전 출근길에 2월 28일에 입학식을 한다는 현수막을 봤다. 벌써 3월이구나. 나에게 3월은 대학교 입학했다고 엄마가 선물로 사준 얇은 코트를 입고 허허벌판인 학교에 갔다가 벌벌 떨면서 다닌 기억으로 남아있다. 매년 3월이 되면 그 기억 덕분에 겨울옷을 미리 정리하지 않는다. 아마 많은 대학교 1학년들이 예전의 나처럼 살랑살랑 봄옷을 입고 꽃샘추위에 떨며 선배들 뒤꽁무니를 쫓아다니겠지~^^ 누군가의 3월은 또 그렇게 기억된다. 

3월의 샘터에는 겨우내 꽁꽁 언 땅에서 새싹을 볼록 피우는 봄답게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희망을 잃지 않은 소시민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특집 '그래도 봄은 온다'와 함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번 호에서 가장 감명 깊게 읽은 기사는 샘터 에세이 손미나 작가의 글이었다. 배냇저고리를 대학입시를 위해 간직해왔다는 작가 어머니의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 엄마가 생각났다. 수도 없이 이사를 다니면서 우리 엄마 역시 나의 배냇저고리를 잘 간직해 왔다. 수능시험을 치러 가기 전에 코트 안쪽을 튿어 그 안에 배냇저고리를 넣어 잘 꿰매주셨다. 그런 걸 왜 하냐며 툴툴댔지만 가슴 한켠에 넣어둔 배냇저고리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은 든든함이었다. 엄마의 깊은 사랑과 왠지 막 찍어도 답이 척척 맞을 것만 같은 좋은 운을 가득 안고 즐겁게 수능을 치러 갔던 기억이 있다. 잠시 잊고 있었던 그때의 마음이 손미나 작가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떠올라 울컥 눈물이 났다. 


공유냉장고 등 다양한 공유 시스템을 소개해 주고 있는데 이번 <샘터 3월호>에서는 공유 옷장을 소개하고 있다. 내게 필요 없는 정장이 누군가의 첫 면접에 큰 도움이 된다면  어떨까? 옷장을 함께 나누며 누구나 필요한 장소에 필요한 옷을 입고 자신감 넘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유 옷장 역시 다른 공유 시스템과 함께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평생직장을 고집하는 게 옳을까?'라는 글과 끊임없이 도전하며 활기찬 삶을 살고 있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최지욱씨의 이야기는 직장을 다니고는 있지만 늘 앞으로 뭘 하면서 먹고살아야지 즐겁게 일하면 살 수 있을지 고민하는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일과 삶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할 주제를 던져주는 것 같았다. 

특히 이번호에는 눈에 익은 이름이 등장하는데 바로 '대구의 화가들과 진골목'에 대한 이야기였다. 요즘 대구는 근대문화체험골목등 많은 관광지가 활성화되고 있다. 따로 떨어진 곳이 아니라 현재 대구를 살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근대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옛 추억들이 가득한 골목과 건물들에서 화려하지 않지만 지나온 세월만큼의 짙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샘터 3월호>를 읽고 지난 주말 대구 진골목을 다시 거닐어 봤다. 뭔가 강렬한 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보기엔 초라한 골목길이겠지만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고 본다면 어떤 화려하게 꾸며진 도시보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아직 바람은 차지만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에는 벌써 봄이 왔다. 추위에 잔뜩 웅크린 몸을 펴보니 감춰진 살들에 놀란 일년내내 다이어터인 나는 이제 운동하기 좋은 3월이 시작되었으니 본격적으로 운동을 다시 시작해 볼까 한다. 운동만 하면 금방 살이 빠질 거라는 헛된 희망과 함께 3월을 퐈이팅 넘치게 시작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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