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속도 알아가기
2025. 5. 25(일)- 5.29(수)
걷고 또 걷는 혼자만의 3박 4일
많은 역할과 책임.
해 내는 일보다 해야 할 일이 더 많이 쌓여
나의 쉴 틈을 찾기 어려운 시기가 내 삶에서는 지금이 아닐까 싶다.
모닝페이지를 쓰며 점점 나에게 중요한 것을 알게 된다. 그래 지금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마냥 멍 때리고 있는 것보다 몸을 움직이며 자연과 함께 시간을 보내자. 몸이 지칠 때까지 걷다가 지치면 쉬면 되고, 책과 커피도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고요함과 절제를 위한 템플스테이도 일정 중에 섞이면 너무 좋을 것 같다.
타이밍 좋게 이직이 결정되고 일주일의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며칠 연속이고 걸을 수 있는 곳을 찾고 싶었다. 그렇게 '지리산 둘레길' 1코스와 3코스를 목표로 2박 3일, 속리산 법주사의 1박 템플스테이를 떠나게 되었다.
지리산 1코스 3만 보
지리산 3코스 4만보
그냥저냥 이동하던 날 1만 보
법주사에서 복천암 산책 + 이동하며 2만 보
이렇게 3박 4일 동안 10만보를 채웠다.
홀로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동안 무서움에 대한 용기를 냈다. 하루 종일 산속에서 사람은 못 마주치고 뱀을 만나며 스치는 바람에도 두려움이 커져갔다. 무인쉼터에서 맥주를 사서 공동묘지 앞에서 목마른 목을 축였다. 밥을 먹을 곳이 없어 비상식량으로 허기짐을 채우기도 했다. 걷기와 쉼을 반복하며 고개를 넘고 또 넘었다. 오랜 고행 끝에 만난 카페는 더 큰 행복을 안겨 주었다. 이제 끝났구나 생각했는데, 남아 있는 고개를 또 넘으며 두려움을 떨치려 지친 다리를 더 빠르게 움직이기도 했다.
그렇게 목표였던 완주를 하고, 이후 달콤한 휴식은 나를 위로해 주었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짧은 시간에 모두 느낀 듯했다.
모던한 카페에서 향기와 음악과 함께 독서를 하는 시간을 좋아하는 나는 북스테이에 머물며, 시골의 여유로움과 함께 오감을 만족할 수 있었다. 밤이 되면 온 사방이 고요한 그곳에서 오롯이 나 혼자만의 시간을 느낄 수 있었고, 스테이지기 님과의 주고받는 정에서 사람의 온기도 맘껏 즐길 수 있었다.
속리산 법주사에서는 또 다른 산의 매력과 마음의 안정감이 느껴졌다. 국보와 보물을 보며 역사의 위대함도 느끼고 예불 직전의 스님들의 북 치는 모습은 하나의 예술공연을 방불케 했다. 스님들의 절제와 강단 있는 모습은 기대 없이 만난 우연히 가져다 준 행복이었다. 새벽의 고요함과 맑은 공기, 깨끗한 물은 내 몸과 마음과 정신을 정화시켜 주었다.
잘 닦여진 산길을 걸으며, 지리산과 또 다른 편안함을 느끼기도 했다.
3박 4일 동안 나는 내 시간에 맞춰 밥을 먹고, 내 속도에 맞춰 걷고 쉬기를 반복했다. 나의 취향과 속도를 알 수 있었다. 나는 이렇게 나와의 귀중한 추억 하나를 만들어 나갔다. 나와의 추억이 쌓일수록 더 나다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