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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ros Dec 12. 2021

나는 정리가 안되면 화이트보드 앞에 선다

돈 받고 강의한다고 생각하고 정리하면 제대로 알게 된다

내가 어릴 때 학원을 다녔던 시기는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으로 기억한다. 강원도의 작은 도시였지만 그 학원에는 초등학교에서 공부 좀 한다는 애들이 모여 있었고, 내 짝꿍은 항상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너무나 궁금해서 공부하는 비결을 물어봤지만 그 친구는 얄밉게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난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 파악하려고 옆에서 시험공부하는 모습을 몰래 관찰했다. 그 친구는 노트에 내용을 정리하고, 이걸 달달 외운다음 그걸 기반으로 자기 스스로 문제를 만들었다. 셀프 시험을 보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었다. 저렇게 공부해야 전교 1등이란 걸 할 수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즐겨 보는 '유퀴즈' 프로그램에서 카이스트 총장님이 게스트로 나온 적이 있다. 교수 시절 학생들에게 낸 시험 문제는 학생들 본인이 직접문제를 출제하게 하는 것이었다고 얘기하셨다. 시험 문제를 내기 위해서는 내용을 전부 알고 있어야 한다. 애매하게 알면 정답을 모르니 문제를 낼 수 없다. 사실 이건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공부 방법이다. 누군가에게 알려줄 수 있어야 시간이 지나도 까먹지 않는다.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 중 90%를 기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누군가에게 알려주는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강의를 듣고 책을 많이 읽는다고 본인 실력이 느는 게 절대 아니라는 의미다.


나는 뭔가를 깊게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화이트보드 앞에 선다. 화이트보드는 넓어서 생각을 정리하기 좋다. 종이가 좁으면 사고의 폭도 좁아진다. 그래서 연습장도 면적이 넓은 것을 선호한다. 화이트보드 앞에 서서 하나의 주제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정리한다. 그렇게 정리를 하면서 누군가에게 강의를 한다고 가정하고 설명한다. 모르거나 헷갈리는 부분이 있으면 추가로 학습하고 보완한다. 며칠 뒤 다시 화이트보드 앞에 서서 지식을 정리하고 가상의 인물에게 설명한다. 정돈된 글로 다시 한번 정리하고 이걸 커뮤니티에 공유해서 반응을 본다. 이게 모이면 책이 된다. 평소에 책을 쓰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미 수십번의 탈고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추가적인 작업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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