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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ros Jan 17. 2022

내게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 찾기

행복을 느끼는 순간의 감정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고 싶다

요즘 들어 휴식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쉬어야 잘 쉬는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뭔가에 지쳤다는 얘기가 될 수 있는데 육아와 일,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나로 하여금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아이로 인해 생긴 행복과 육체적 정신적 피로는 별개의 문제다. 쉬는 시간에 티비 앞에 앉아 유투브로 시간을 보내는 날들이 많아지면서 제대로 쉬고 싶다는 욕구도 점점 커졌다.


얼마 전 EBS 다큐 '휴식의 기술'이라는 영상을 봤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제각각 다양한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를 풀지 못하면 번아웃이 오고 병이 되고 이는 곧 불행한 삶으로 이어지게 된다. 때문에 스트레스를 푸는 본인만의 방법을 깨우치거나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시 말해 잘 쉬어야 두뇌라는 엔진을 돌릴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엔진은 고장나거나 강제로 멈추게 된다. 물론 일을 잘하는 건 중요하지만 동시에 잘할 수 있는 몸상태를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 다큐에서는 잘 쉬는 방법들에 대해 소개한다. 다큐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하루 중 최고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런 감정을 느끼는 순간은 하루  많지 않았다. 하루 24시간을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과연 존재하긴 할까. 행복하다고 자기 최면을 거는  아닌 이상 그런 사람은 존재할  없지 않나. 몇년  행복 전도사로 불리우던 분이 자살이란 선택을 하신  보며 안타까운 마음과 동시에 행복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우선,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찾아내려면 일단 행복이라는 단어를 본인만의 생각으로 정의해야 한다. 행복을 경험하게 되는 순간은 모두가 다르기 때문이다. 와이프에게 하루 중 언제가 가장 행복하냐고 물어봤다. 그녀는 낮에 아이를 재우고 혼자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파리에서 30년을 살고 있는 현지인과 연차를 내서 한국에서 파리로 인생 여행을 떠난 사람이 '파리'라는 단어에서 느끼는 행복의 크기는 분명 다를 수밖에 없다. 회사에서 영어 클래스를  1 참여할  있는데 당연히 영어를 잘하는 영미권  싱가폴 사람들은 참석률이 매우 낮고, 한국과 일본 그리고 영국을 제외한 유럽 국가에서 일하는 동료들이 많이 참석한다. 특히 프랑스 직원들의 참여율이 높다. 예전에 프랑스 직원을 화상에서 만나 여행이라는 주제로 프리 토킹을  적이 있는데 내가 이런 질문을 했었다.


너는 파리에 사니까 에펠탑을 매일 볼 수 있어서 좋겠네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나를 조금 당황하게 만들었다. 요지는 창밖으로 매일 보기 때문에 감흥이 거의 없다는 내용이었는데 오히려 그 친구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한국이라는 나라에 약간의 로망이 있다는 얘기를 하는 걸 보고 역시 사람이 느끼는 행복의 크기와 감정을 제각각이구나 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박웅현 님의 책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거기에서 3일밖에 못 머물기 때문이야." 내가 겪었던 에피소드와 딱 맞는 문장이라 갑자기 떠올랐다. 그러니 남들이 느끼는 행복을 내 삶에 그대로 대입했다가는 시간만 낭비할 가능성이 높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을 찾는 시간은 참 뜻깊었다. 개인적으로 적극 권장하고 싶다. 특히나 요즘처럼 집에만 있는 시간이 많고 관계가 단절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는 시기에는 이런 셀프 워크샵이 필요하다. 그동안 살았던 인생을 되돌아보고 나를 알아가는 값진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리고 추릴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되돌아보니 행복의 순간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아래 2가지 순간에 나는 행복을 느낀다고 결론을 낼 수 있었다.


1.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이른 아침에 일어나 책이나 신문을 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고요한 순간

2. 윤우가 잠자리에 들기 전 침대에 세 가족이 누워 뒹굴고 대화하는 순간


다시 한번 생각해봐도 개인적으로 이 두가지 순간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하다. 적어보니 하루의 시작과 끝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그렇다면 중간중간 행복의 순간을 늘리면 삶이 행복하다고 느끼게 될 확률이 높아지는 건가. 데이터를 보는 사람이다보니 뭐든 다 숫자로 계산하고 개선하려는 직업병이 또다시 도졌다. 일을 벗어나면 그러지 않으려 하는데 이제는 포기했다.


역시나 일하는 순간을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일은 그저 돈을 벌고 생계를 유지하고 재산을 불리기 위해 하는 것이지 행복이라는 단어와 매칭되진 않았다. 아, 월급을 받고 잔고를 확인하는 순간은 행복하다. 일이 잘 마무리되어도 행복하지만 그게 내 인생에서 그렇게 큰 행복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일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뭔가를 먹는 순간도 잠시 뿐이지 그게 행복하다는 순간과 매칭되지 않았다.


결국 나를 돌아보고 새로운 뭔가를 읽고 정리하며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한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에서라도 알게 되어 참 다행이다. 시간이 지나면 아마도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바뀌지 않을까. 아들이 크면 분명 이제는 혼자 자고 싶다고 할 것이니. 여튼 앞으로도 행복의 순간을 찾으려는 시도를 하고 꾸준히 리마인드 해야겠다. 한편으로는 내 삶에 또다른 행복의 순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행복에 대한 압박이 아니라 나중에 삶을 돌이켜봤을 때 좀 더 의미있는 삶을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해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과 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무엇을 할지는 차차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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