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게 분석의 기본 준비 자세다.
데이터를 분석한다는 의미는 고객의 행동을 팩트 기반의 정량적 수치와 정성적인 텍스트로 탐색하고, 개선 포인트가 일련의 패턴으로 발견되면 이를 액션 아이템으로 도출해서 실행에 옮기는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한 때 유행했던 ‘그로스해킹’이라는 단어의 의미와 얼핏 유사한데요. 그로스해킹은 정량적 수치에 근거한 실험 기반 마케팅으로 흔히 스타트업에서 프로덕트의 지표를 개선하는데 사용되는 데이터 기반의 마케팅 방법론이자 프로덕트의 성장을 위한 사고방식입니다. 둘의 공통점을 뽑자면 반드시 액션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인데요. 정확한 수치에 근거한 분석을 했더라도 액션과 연결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저는 분석을 진행하기 전에 반드시 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고객의 여정을 설계하는 것인데요. 데이터 분석 만큼이나 중요한 게 바로 고객 여정 설계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데이터 분석에 앞서 고객 여정 설계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고객 여정 설계란 서비스나 제품을 처음 접하는 순간부터 시작해서 제품을 이용하고 사용한 이후의 경험까지 설계하는 것을 말합니다. 특정 방문자가 서비스를 경험하는 것과 관련하여 일종의 친절한 가이드를 제시한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어떤 제품을 사면 항상 그 안에는 설명서가 들어 있습니다. 제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며 조립은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는데요. 제품을 써보기도 전에 막히면 짜증부터 나고 그러면 제품이 아무리 훌륭해도 이미 사용자 경험을 망친 꼴이 됩니다. 애플은 이러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데 있어 스티브 잡스가 살아있던 시절부터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충성 고객이 생겼는데요. 애플이라는 기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애플 제품 중 일부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애플이라는 브랜드를 믿고 제품을 구매합니다. 저 역시 몇년 뒤 나올 애플카의 모습이 내심 기대되는데요. 애플이 쌓은 브랜드 및 제품에 대한 신뢰도는 전 세계 그 어떤 기업도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프로덕트를 만들고 운영하는 입장에서 서비스에 방문한 사람들에게 기대하는 행동들이 분명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특정 광고를 보거나 키워드를 검색해서 웹사이트나 앱에 접속한 뒤 마음에 드는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회원가입을 하고, 가입한 뒤에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 정보를 입력한 뒤 결제를 완료할 것이다.'와 같은 식이죠. 고객의 여정을 한번도 그려보지 않고 데이터를 분석한다는 건 굉장히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저는 새로운 고객을 담당하게 되면 캔버스에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의 주요 화면을 캡쳐한 뒤 전체적인 흐름을 봅니다. 고객의 여정 하나씩 여정을 그리다 보면 어떤 점이 부족하며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를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고객 분석을 위한 데이터 수집도 고객 여정에 기초해서 진행되는 게 바람직합니다.
물론 방문자들은 기획자가 원하는대로 행동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후자의 경우가 더 빈번한데요. 프로덕트에서 제공되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고, 단순히 관심의 정도가 낮아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고객 여정을 설계하고 이를 방문자가 따라올 수 있게 적절한 가이드를 제시하는 건 굉장히 중요합니다. 상품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고객 여정 설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사람들은 구매를 하지 않고 떠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한번 방문한 사람이 서비스에 재방문 할 확률은 굉장히 낮고 희박합니다. 기회가 왔을 때 그들에게 매력적인 포인트를 어필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 여정 설계를 무시한 채 단순히 '우리 제품을 제발 한번만 사주세요' 라는 메시지만 전달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프로덕트를 만들거나 데이터를 분석하는 사람들 중 일을 잘하는 소위 일잘러들의 특징을 보면 공통적으로 고
객에 집착합니다. 고객 입장에서 서비스를 바라볼 줄 알고, 고객에게 끊임없이 물어보며 서비스에 대한 불만과 개선의 목소리를 경청합니다. 무턱대로 데이터만 들여다보지 않고, 출근을 하면 어제 밤에 접수된 고객의 소리(VOC)부터 살핍니다. 우리가 심혈을 기울여 데이터를 수집하고 검증하고 분석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프로덕트에 잘못된 점이 있으면 개선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고객의 소리를 보면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 고객이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그러니 가장 많이 봐야하는 게 바로 고객의 목소리입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분들이 이런 고객의 목소리를 그냥 지나칩니다.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방문해서 개별 앱들에 누적된 리뷰를 보면 좋은 의견보다는 불만이 섞인 의견이 많이 보입니다. 프로덕트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회사에 막 입사했거나 데이터 분석 관련 업무를 희망하시는 분들에게 처음부터 데이터를 주고 분석해보라는 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분들의 커리어 목표는 데이터쟁이가 아니라 고객을 이해하는 마케터 내지 분석 전문가 일테니 말이죠. 일단 고객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부터가 분석의 시작이며, 고객의 여정을 설계하고 분석하는 첫 단추입니다. 경험상 그런 자세를 가진 분들이 분석을 통해 인사이트도 잘 뽑아냅니다.
고객의 여정을 설계할 때 디테일한 부분을 놓치지 않는 것도 필요하지만 큰 줄기를 먼저 챙긴 다음 디테일도 신경써야 합니다. 우리가 제공하는 프로덕트의 목표는 무엇인가,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떤 단계와 기능이 반드시 필요한가, 그 단계별 해야 할 액션들은 무엇인가 등 이렇게 탑다운 방식으로 고객의 여정을 설계해야 합니다. 작은 부분에 계속 집착하게 되면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생깁니다. 물론 훌륭한 서비스는 대부분 디테일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항상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습관을 들이고, 그 후에 작은 나무들도 챙겨야 한다는 걸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고객 여정 설계가 완료되면 각 단계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데이터 수집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을 데이터 설계 또는 데이터 기획이라 부르는데요. 그렇게 설계된 데이터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수집되어 서버로 저장됩니다. 그런 다음 퍼널 분석을 통해 어느 지점이 문제가 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 설계는 견고해야 하며, 믿을 수 있는 데이터가 쌓여야 추후 의미있는 분석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데이터 설계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데이터를 설계는 분석의 프레임을 짜는 과정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분석을 위한 데이터 설계 시 고려해야 할 점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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