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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지 않을 인도 델리의 첫인상

어쩌면 당신이 인도에 가면 만나게 될지도...

by kayros

드디어 인도 여행을 하게 되었다. 8개월 만에 해외여행이다. 표정에서 설레는 감정을 감출 수 없다. 캐리어 대신 큰 배낭에 짐을 싸고, 서울역 도심공항터미널에서 출국 수속을 했다. 이 편한 시스템을 왜 여태 몰랐을까. 앞으로 무조건 이용할 생각이다.

지금은 인도로 떠나는 비행기 안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가장 흥분되는 순간. 지금 막 이륙을 한 비행기는 고도를 높이고 있다. 앞좌석의 인도 어르신은 한국을 떠나는 게 못내 아쉬운 듯 창밖 아래를 지긋이 바라본다. 여행으로 한국을 방문하신 걸까 아니면 업무차 방문하신 걸까...그가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더니 사진을 연달아 찍는다. 마치 한국을 다시 오지 않을 것처럼 카메라 렌즈에 풍경을 담는다. 9일 뒤 인도여행을 마치고 고국행 비행기를 타는 순간이도 나 또한 어르신과 같은 마음이겠지..??

한국을 떠나는 순간부터 마음이 조금씩 열리는 기분이다. 간만에 업무에서 벗어나 얻게 된 재충전의 기회. 가급적이면 기억에 남은 추억으로 채우고 싶다. 훗날 업무에 지쳐 힘들 때 인도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회복할 수 있게 말이다. 인도의 문화와 음식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야 할텐데. 시험삼아 비행기 기내식으로 인도 채식을 주문했다. 나름 맛이 괜찮다. 현지는 훨씬 향신료 맛이 강하겠지만 그것 또한 기대된다.

비행 시간이 꽤 길다. 기체가 이륙하는 순간을 평소에 그리워 했으면서 3시간이 지난 지금은 착륙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나마 화장실 바로 앞좌석이라 의자를 뒤로 충분히 젖힐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

머지 않은 미래에는 일반 사람들도 여행으로 제트기랄 탈 수 있을만큼 가격이 많이 내려가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그런 세상이 와도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다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파울료 코앨료 아저씨는 여행이란 돈이 아니라 용기의 문제라고 했다. 어떻게 되든 일단 비행기 표를 지르고 보는 것. 공감한다. 인생은 짧고 언제 생을 마감할지 모른다. 때문에 가급적 많은 것을 경험해야 삶이 풍요로워진다. 놀기 위해 일하는 것이지 일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다.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바로 앞 승무원의 표정이 어둡다. 이분들도 사람인데 항상 웃을 수만은 없지.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선망하는 직업 스튜어디스. 매일 하늘 위를 비행한다고 하니 스튜어디스 또한 극한 직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감정 노동을 하는 많은 분들이 힘든 이유는 뭘까. 도가 지나친 요구를 하는 사람들 때문일까. 비용을 지불하면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항상 그것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드디어 인도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인도 특유의 향기가 코를 자극했다. 좋은 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싫지도 않은 인도의 공기. 9일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내심 기대가 된다. 원없이 먹고 즐기고 돌아가리라. 짐을 찾고 환전을 하고 유심을 끼우고 모든 일이 순조로웠다. 뉴델리 역에서 나와 릭샤를 잡고 호텔을 가는 일만 남았다. 수많은 릭샤와 택시로 인해 대기 오염이 심한 것 빼곤 완벽했다.

릭샤를 타려는데 젊은 청년이 100 루피에 호텔로 가자며 흥정을 시도했다. 참고로 원화 1000원이 60루피라고 생각하면 된다. 80 루피에 합의를 보고 릭샤에 몸을 실었다. 거리가 가까워서 금방 갈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호텔을 바로 앞에 두고 사복 경찰처럼 보이는 이가 릭샤를 세웠다.



인도 영어는 좀처럼 알아듣기 어려웠다. 그의 말을 종합하자니 현재 호텔이 있는 빠하르간지 지역이 무슬림 밀집 지역이라 비상 사태며 외국인 허가증을 받아와야 출입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의 신분이 의심스러워 경찰이냐고 묻자 volunteer police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거리가 가까운 듯 싶어 알겠다고 하고 허가증을 받으러 갔다. 정부 인증 공식 여행사 같은 곳에 도착하여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그는 호텔이 어딘지 물었다. 호텔을 말하자 호텔에 전화를 걸더니 비상 사태로 인해 모든 예약이 취소되었다고 하는 게 아닌가. 뭔소린가 싶어 전화를 받아 호텔 직원과 통화를 했더니 실제로 그렇다고 빨리 다른 호텔을 알아보랜다. 이 때부터 우리는 멘붕에 빠져들었다.

여행사 직원은 다른 호텔에 전화를 걸더니 직접 통화해보라며 수화기를 건냈다. 모든 호텔의 방이 없거나 스위트룸 뿐이었다. 시간이 밤 11시라 길거리에서 자야되나 싶어 공항으로 가자고 했다. 릭샤 기사는 공항 접근하는 도로가 11시 이후로는 접근이 불가하다는 얘기를 했다. 뭔가 수상했다. 공항은 새벽에도 비행기가 뜰텐데 뭔소린가 싶었다. 그렇게 릭샤로 30분을 돌고 다시 여행사로 돌아욌다.


그는 우리에게 엄청 겁을 주며 밖에서 잘 게 아니라면 택시를 잡아줄테니 자이푸르로 가라고 했다. 금액은 무려 300달러. 서울에서 부산도 왕복 30만원은 안할텐데 야간이라며 300달러를 요구했다. 장시간의 비행과 잦은 실랑이로 지칠대로 지친 우리는 결국 금액을 지불하고 택시를 탔다.

그렇게 15km 정도를 가다가 잠깐 고소고로 휴게소에 들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사기를 당했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혹시나 싶어 호텔에 전화를 했다. 비상사태는 커녕 늦은 시간인데 어여 와서 자라며 친절하게 직원이 대답을 했다. 아...당했구나...여행사 직원이 호텔 전화번호를 직접 누른 이유가 일행 쪽으로 전화를 돌린 것이구나...


당장 택시 기사에게 델리로 차를 돌리라고 하고 영사 콜센터에 전화를 했다. 전형적인 사기 수법이라며 가서 환불을 요구하고 안 되면 자기를 바꿔달라고 했다. 이럴 때 영사관이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처음 경험했다.

다시 사기를 쳤던 여행사로 향했다. 다행히 새벽 1시였음에도 문이 열려 있었다. 우리는 화를 내며 환불을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다. 그는 당황하며 환불을 해줬다. 너무 쉽게 환불을 해주길래 다소 황당했다. 하마터면 300달러를 허공에 날릴 뻔했구나. 모두가 하나의 팀이 되어 사기를 쳤고 그 말을 그대로 믿었던 우리는 첫 날부터 일정이 꼬일 뻔했다.

아직 인도 여행의 1/5도 겪지 않았는데 이런 경헌를 하니 정신이 번쩍 든다. 평생 이번 에피소드를 잊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준비 없이 떠나는 여행은 앞으로 지양하고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이런 경험을 어디서 해보나 싶기도 하고. 분명 여행 책자에 이런 사기를 조심하라는 글귀가 있었는데 내가 당할 줄이야. 환불을 받고 호텔 체크인을 한 우리는 못다한 얘기를 나누느라 새벽 3시에 잠이 들었다. 인도는 참 재밌는 나라다. 내일은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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