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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ros May 05. 2017

아무도 무릎 꿇지 않는 대한민국을 꿈꾸며

한국과 프랑스의 경계선에서 목수정 님의 솔직한 이야기


제목을 보며 한참을 생각했다. 왜 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일까...책을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야 이해가 갔다. 저자는 한국에 살다가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지금은 파리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다. 그녀는 한국을 떠나 한발짝 뒤에서 한국과 프랑스 사회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리고 솔직한 그녀의 생각을 써내려간다. 개인적으로 파리를 떠올리면 배낭여행 시절의 추억 때문인지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그래서 책의 내용이 무척이나 기대가 됐다.


항해의 목적은 안전하게 돌아오는 데 있지 않다. 항해의 목적은 더 멀리 항해하는 것에 있다. 육체의 생명이 다하는 날, 바로 그날 나의 정신도 성장을 멈추기를 바란다.

- 18 page


멋지고 공감되고 앞으로의 내 인생에서도 추구하고 싶은 문장.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정하지 말자는 다짐을 자주 한다. 살아 있는 동안 가능한 많은 것을 보고 읽고 경험하기. 그게 무엇이 됐든 간에 작은 경험이 모여 인생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에서는) 동네 서점에 들어가면, 사람들은 흔히 서점 직원들과 상담을 한다. 마치 오늘 준비하는 저녁 식사 식탁에 곁들일 적당한 포도주를 찾는 사람처럼 "내가 이런 책을 찾는다"고 말하면 서점 직원들은 손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은 끝에 적당한 책을 몇 권 추천해준다.

- 108 page


부러운 모습이지만 책을 좀처럼 읽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과연 가능한 그림일까 싶다. 일단 직원 찾기가 힘들거다. 만약 저런 서점이 존재하고, 수제 맥주와 안락한 의자를 제공한다면 휴일마다 갈 의향이 있다. (혹시 그런 서점을 아신다면 댓글로 좀 알려주시길)


나중에 그런 북카페를 운영하고 싶다. 다양한 이벤트를 열고 카페에 있는 책들은 모두 읽어본 책들로 진열해서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해줄 수 있는 공간. 그런 공간을 운영하는 것을 인생 버킷리스트에 추가했다. 버킷리스트는 내게 삶의 방향과 살아가야 할 이유를 제시해준다.



자신의 존재를 지켜줄 수 있는 최소한의 수입, 바로 그것 때문에 프랑스에서 노인은 그저 나이가 좀 더 든 사람일 뿐이다.

- 285 page


프랑스에서는 모든 사람이 노년에 연금을 받는다고 한다. 대한민국도 기초노령연금이 있지만, 그게 존재를 지켜줄 수 있는 최소한의 수입이라고 보기 힘들다. 물론 우리가 프랑스나 캐나다처럼 되려면 사회적 합의와 함께 엄청난 증세가 뒤따르겠지. 번 돈의 40%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등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거다. 대선을 앞둔 지금 후보들은 무분별한 복지 정책을 앞세우기 전에 어떻게 재원을 확보할지 국민들 앞에 솔직히 말해주길 바란다. 괜히 박근혜처럼 번지르란 말만 하지 마시고.


프랑스에서는 자녀를 세 명 이상 낳은 여성은 무려 10년이나 일찍 연금을 수령한다고. 연금이 적지 않은 금액이기에 이런 문장을 썼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한국의 어르신들이 떠올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어도 누군가에 의해 진행될 태극기 집회. 단돈 2만원에 당신의 시간을 희생하시는 분들. 그게 자의에 의한 참석이라면 할 말이 없다만, 단순 생활고 때문이라면 죄없는 그분들을 이용(?)하는 세력에 과감하게 침을 뱉고 싶다. 언젠가 대한민국의 모든 노령 인구가 프랑스 노인들처럼 당당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많은 유럽 사람들은 '하나의 유럽'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독재의 사령부가 된 유럽을 반대한다.

- 231 page


브랙시트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찾아봤다. 영국은 애초부터 유료화보다 파운드화를 고집했고, 가입국 간 국경을 개방하지도 않았다. '하나의 유럽'이라는 그럴싸한 구호 앞에 다수의 유럽 시민들이 희생을 강요받지는 않았는지. 프랑스도 한국처럼 총리를 뽑는 선거를 앞두고 있다. 오늘자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뽑고 싶은 후보가 없는 유권자들이 많아 당선자와 더불어 투표율도 관심거리라고 한다. 흔히 프랑스라고 하면 투표율이 당연히 90%가 넘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다. 투표가 일반 시민들에게 정치에 참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뽑을 후보가 없어서 기권하겠다는 이들을 비난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글에 따른 적절한 사진이 같이 인쇄되어 있어서 사진을 함께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프랑스와 한국 사회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순 없었지만, 그녀를 통해 두 나라 사람들의 생각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았다.


곧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다. 문재인 후보가 될 것 같아 난 심상정을 뽑았다. 그가 그녀의 정책에 표를 던진 이들을 기억하며 새로운 정부를 꾸렸으면 한다. 국민만을 바라보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은 대통령은 없다. 내가 그에게 바라는건 부끄럽지 않은, 트럼프나 시진핑에게도 할 말은 할 줄 아는 당당한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는거다. 국민들이 대통령 때문에 머리가 아픈 일은 제발 다신 없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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