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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ros Feb 20. 2017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말하는 프로의 자세

사람들은 왜 그의 건축에 열광하는가

이름을 기억하는 몇 안되는 건축가에 포함되는 안도 다다오. 그의 명성과 실력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만큼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예전에 마케팅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시절 팀장님은 그의 또다른 자서전 '연전연패'를 추천하신 적이 있다. 프로 복서 출신의 일본인 건축가. 거리를 거닐다 보면 노출 콘크리트로 설계된 건물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그가 대략 어떤 사람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나는 당시 공부하는 학생이었고,(학생 때보다 지금 공부를 더 하는 것 같지만...)지금은 일을 하는 직장인이다. 때문에 글을 읽고 느껴지는 감정과 생각들에 많은 차이가 있었다.


오사카 출신의 그는 스튜디오도 직접 설계했다. (출처 : www.street.co.kr/archives/16504)


 노출 콘크리트를 재료로 사용하고, 건물이 주변의 건물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동화되도록 하는 게 그가 설계하는 건축의 특징이다. 놀라운 것은 그가 독학으로 건축을 배웠다는 건데 전문 기술을 요하는 건축을 어떻게 독할할 생각을 했는지 과연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일본 제일의 대학 동경대에서 강의까지 했다. 그러고보니 현재 내가 현재 일하는 공간도 노출 콘크리트 벽지로 구성되어 있고, 금일 미팅을 했던 클라이언트의 건물도 안도 다다오의 건축 양식을 따르고 있었다.


경험은 일천해도 건축 전문가라는 긍지를 가지고 있었기에 건축주를 만날 때면 "나한테 의뢰한 이상 기본적인 기능 조건 외에는 저에게 전부 맡겼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늘 고자세로 임했다. 실제로 초기에는 건축주에게 도면에 제대로 보여 주지 않은 채 완공한 것이 대부분이다.


 '을'의 입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여러 부류의 '갑'을 만나게 된다. '을'의 입장에서 같이 일하고 싶은 '갑'은 단순히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진정으로 본인이 서비스의 개선을 원하고 더불어 자신의 역량을 향상시키고 하는 담당자다. 그러면 다양한 테스트와 분석을 진행할 수 있고 동반 성장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가장 같이 일하기 싫은 '갑'은 어떤 부류일까. 소위 어설픈 '갑'질을 하는 담당자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멋져 보이는 것들만 상사에게 배운 탓인지 비즈니스 매너는 별로인 사람들. (너무 과격한 표현인가) 회사의 위치가 그들과 동일하다고 믿는 이들을 나는 극혐한다. 그리고 그들이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같이 일하기 싫다.


책을 통해 건물을 짓는 그만의 철학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주변의 건물에 대해 유심히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건축 관련된 일을 하지 않는 나로서는 그의 태도를 보며 배울 점이 많았다. 역시 프로는 다르구나. 내가 프로가 되려면 이런 점을 보완해야 되는구나. '언어의 온도' 라는 책을 쓴 이기주 작가 역시 프로가 아마추어와 다른 점은 태도라고 했다. 주변에 일을 잘하는 분들이나 안도 다다오를 보면 120% 공감되는 말이다.


"돈은 쌓아 두는 게 아니다. 제 몸을 위해 잘 써야 가치 있는 것이다." 라고 힘주어 말씀하시며 흔쾌히 보내 주셨다. 이후 내 사무소를 개설할 때까지 4년 동안 돈만 모이면 여행을 떠나 세계를 돌아다녔다. 외할머니 말씀대로 20대 시절의 여행 기억은 내 인생에 둘도 없는 재산이 되었다.


20대 젊은 시절 그는 돈이 생기면 여행을 통해 평소 보고 싶었던 건축물을 찾아가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안도 다다오의 창의적이고 열린 사고는 여행의 결과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라는 긴 시간에서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 나 또한 시간이 생기면 최대한 길게 해외로 여행을 다닌다. 아니, 가려고 노력한다. 이번 주 업무를 마치면 인도로 9일 동안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대단히 큰 깨달음을 기대하진 않는다. 그저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궁금할 뿐. 그래서 이번 여행도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 많이 보고 듣고 이전과는 다른 나로 귀국하고 싶다. 나이가 들어서도 여행을 통해 삶을 배우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세계의 대표적 도시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도시에 흐르는 '풍성한 시간'이었다.


서울에는 아름다운 궁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창경궁을 가장 좋아한다. 그가 책에서 언급하는 '도시에 흐르는 풍성한 시간'이란 이러한 옛 유산들을 의미하지 않을까. 유럽의 파리나 로마의 도시들은 무분별한 도심 개발을 진행하지 않는다. 옛것의 가치를 어떻게 하면 최대한 보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서울 시민들이,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을 매력적으로 느끼는 요소는 마천루가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고즈넉한 고궁의 풍경이다. 나역시 예전에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을 때 처음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고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이유는 그 도시가 다른 도시와 다르게 특색이 없었기 때문이다. 부족한 지식이 그런 생각을 가지게 했을수도 있다. 적어도 서울만큼은 그렇게 기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구절을 적어본다.




건축주의 요망대로 그저 기능만을 충족시키려고 들면 따분한 집밖에 짓지 못한다. 예산 제약은 어쩔 수 없다 해도 그 밖의 사항에서는 안이하게 타협하려고 하지 않았다. 건축주와 다투더라도 상대가 진저리를 내며 체념할 때까지 내 고집을 밀고 나갔다. 현장 시공 팀에 대해서도 시공 결과가 나쁘면 멱살을 잡아서라도 재시공을 요구했다.

탈이 날까 두려워 음성적으로 규제하려고 하는 트집 잡기 시스템으로는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 그런 제동에 대하여 철저히 반론을 펴고, 허가가 나기 전에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단호한 자세로 임했다. 원래 그런 것이란 없다. 설득을 위한 근거가 충분하다면 바꿔야 한다.

경험을 쌓는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라는 것이다.

무엇이 인생의 행복인지는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다. 참된 행복은 적어도 빛 속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빛을 멀리 가늠하고 그것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몰입의 시간 속에 충실한 삶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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