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yros Sep 13. 2020

넷플릭스가 가족 같은 회사를 지양하는 이유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쓴 ‘규칙없음’을 읽고

직장은 어떤 사람이 그 일을 가장 잘할 수 있고, 그 일을 하기에 가장 좋은 자리가 마련된 그런 마법 같은 기간에 전력을 다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더는 직장에서 배울 것이 없거나 자신의 탁월성을 입증할 수 없다면, 그 자리를 자신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에게 넘겨주고 자신에게 더 잘 맞는 역할을 찾아가야 한다.(중략) 회사는 프로 스포츠팀이 되어야 한다. 직업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사람에게는 넷플릭스라는 직장이 어울리지 않는다.

- 넷플릭스가 가족 같은 회사를 지양하는 이유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그에 합당한 보수를 주는 곳으로 옮기는 건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 당연한 것이다. 얼마 전 전북 현대 김진수 축구선수가 시즌 중반에 중동으로 이적했다. 올해는 전북이 이를 갈며 우승을 향해 가고 있고, 울산 현대와 치열하게 1위 싸움 중이다.(올해 우승은 울산이 가져갈 듯 싶지만 ^^;) 전북 팬들 중 일부는 그가 배신자라고 욕하는 이들도 있었다. 헌데 전성기가 지났음에도 연봉을 두배로 준다는데 안 가는 게 바보 아닌가. 우승 상금이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케이리그에서 우승 때문에 이적을 안할리 없다. 잡고 싶으면 그만큼의 돈을 줘서 붙잡던가.

박지성이나 손흥민이 처음 몸담았던 팀에 정을 생각해서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이나 독일 레버쿠젠에 계속 남았다면 지금처럼 월드스타가 될 수 있었을까. 왜 모든 축구 선수가 레알 마드리드나 맨유에서 뛰고 싶어 하겠는가. 그만큼의 보상과 명예가 따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기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이 뭔지 안다. 스트라이커가 열심히 뛰고 골 못 넣으면 소용없다. 골을 넣어야 할 때 골을 넣어야 경기에 나올 수 있고 내년에도 연봉을 높일 수 있다. 직장인도 똑같다. 내가 그동안 봐왔던 A급 인재들은 같은 직장에 월급 루팡이 많은걸 극도로 혐오했다.

책에서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생각하는 맥락과 비슷하다. 참고로 그는 평범한 직원이 평범한 성과를 내면 두둑한 퇴직금을 주며 내보낸다. 대신 동종업계 최고의 연봉을 주고 데려온 A급 인재를 배치한다. 팀에 평범한 직원이 있으면 A급 인재가 있는 팀도 평범하게 변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프로 스포츠 팀을 생각하면 당연한 얘기인데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 회사를 떠올리면 다소 가혹할 수 있다.


넷플릭스에는 다른 회사에 존재하지 않는 조직 문화가 존재한다. 그건 바로 'F&R' 이라고 부르는 자유와 책임이다. 자유와 책임을 줄테니 회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생각하면서 일하라는 게 핵심이다. 그들은 자신이 하는 일을 상부에 보고하고 피드백을 받지만 결정권은 본인이 갖는다. 가령 넷플릭스에 올릴 콘텐츠를 구매할 때도 결과에 대한 책임을 본인이 진다. 콘텐츠의 가격이 300만 달러가 넘는 경우도 원칙은 같다. 최고의 인재를 뽑았으니 최선의 결정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는 얘기다. 만약 회사 돈으로 친구들과 술판을 벌인다면? 즉시 해고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회사 돈을 쓰는 건 말 그대로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CEO 헤이스팅스는 인재 밀도를 높이라고 얘기한다. 인재들은 또다른 인재들을 데리고 온다. 각 분야에서 최고의 인재를 뽑아서 서로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하며, 성과를 내기 위해 직원들에게 최대한 자율권을 준다는 게 책에 명시된 넷플릭스의 원칙이다. 똑똑한 직원들을 통제하려고 하면 역효과가 난다고 말한다. 그들은 알아서 잘하기 때문에 전략과 적절한 피드백을 주는 게 본인의 역할이라고 그는 얘기한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불만이 없는 건 아니다. 대표가 아니고서야 세상 어떤 직장인이 회사에 불만이 없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를 한동안 계속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점점 완성되어가는 팀의 잠재 능력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전에 내가 잘리면 어쩔 수 없겠지만 회사에 다니는 동안에는 내 자리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몇 년 뒤 다른 회사를 가는 상황이 되어도 그래야 서로 웃으며 헤어질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프로덕트 오너, 김성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