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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ros Apr 30. 2021

나는 아침 5시 반에 일어난다

새벽과 아침은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


나는 원래 아침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아니었다


인터넷이나 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공하는 사람들 또는 부자들의 공통된 습관과 같은 콘텐츠를 보면 실제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결같이 그들은 아침을 일찍 시작한다. 몇 년 전 한국에서도 아침형 인간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이 불었다. 서점에 가면 자기 계발 섹션에 아침형 인간으로 살면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 같은 책이 많이 보였다. 당시에는 '미라클 모닝'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개개인마다 컨디션이 다를텐데 아침에 일어나는 걸 너무 강요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항상 새벽 1~2시에 자면서 아침 잠이 많았던 내가 그런 생각을 했던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최근에는 내가 유일하게 본방 사수하는 유퀴즈 프로그램에서 김유진 님이 미국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는 동안 아침 일찍 일어나 무엇을 하는지 얘기하며 다시 한번 대한민국에 아침형 인간에 대한 관심이 커진 듯하다.

 

멋진 분이라 생각하고 영상을 보며 많이 공감했다


반강제형 아침형 인간이 된 건 순전히 아들 덕분


내가 아침형 인간이 된지는 사실 최근의 일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분유 주기를 맞추다 보니 아이가 저녁 10시에 잠들면 새벽 2~3시에 한번 깨고, 아침 5~6시에 일어나서 분유를 먹인다. 출근을 해야 되는 나는 5~6시에 아이가 깰 때 기저귀를 갈고 분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킨다(이 세상 모든 육아 부모님들, 화이팅입니다!!). 아이의 배꼽시계는 너무나 정확해서 항상 이런 루틴이 반복되는데, 처음에는 다시 잠을 청했으나 잠이 오질 않아 하고 싶었던 일을 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하루가 정말 길게 느껴졌고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가 아닌 온전히 내게 집중하는 시간이 있다는 게 행복하게 느껴졌다. 혼자 살 때나 아이가 없을 땐 느낄 수 없었던 행복이었다. 그 이후 나는 아침형 인간이 되었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인생 습관 중 하나다.



빌게이츠 같은 부자도 시간은 구매 할 수 없다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이 살 수 없는 게 뭘까? 바로 시간이다. 그들은 엄청난 부를 가졌고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지만 시간은 돈을 아무리 많이 줘도 사지 못한다. 넷플릭스 다큐 중 '인사이드 빌 게이츠'라는 다큐가 있는데 그의 하루 일과가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보시길 권장드린다. 하루 3시간, 1년이면 1,000시간이다. 1,000시간의 가치를 돈으로 살 수 있다면 얼마일까. 절대 돈으로 살 수 없다. 5시 반에 일어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는 성취감 만으로도 하루가 상쾌해진다. 이게 반복되면 내일 아침이 기다려진다. 어떤 책에서 봤는데 행복한 사람들은 다음 날 아침을 기대하며 잠에 든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나 역시 매일 침대에 누우면서 다음날 아침이 기다려지고 그래서인지 깊은 잠에 빠질 수 있는 것 같다.


아이와 함께하면서 아빠로서 얻게 되는 행복감도 엄청 크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은 굉장히 많이 줄어들었다. 올해 목표 중 '하루에 휴대폰 2시간만 보기'가 있었는데 자연스레 달성이 되어 아이에게 감사하지만 그래도 내 서재에서 나에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아이를 키우면서 점점 필요해졌다(결혼 생활을 시작하며 서재 공간을 허락한 와이프에게 감사할 따름). 그런 시간을 가지지 않으면 내 삶을 마치 아이가 뺏어간 것처럼 생각하는 나 자신이 너무 꼴보기 싫었다.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게 된 것도 내 선택이니 새로운 삶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싶었다.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려면 가급적 밤 12시 이전에 자는 습관을 들이고 일단 자기 전에 휴대폰을 보는 습관을 없애야 한다. 자기 전에 휴대폰을 보면 그 잔상이 남아 깊은 잠에 빠지기 힘들어진다. 김유진 변호사도 그의 책에서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앞당기면 아침형 인간이 되는 게 훨씬 수월하다고 말한다.


나는 신문을 보면서 나만의 하루를 시작한다


일간지와 경제 신문 읽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생각보다 할 게 많다. 가장 먼저 아침에 배달된 신문을 읽는다. 예전부터 한겨레 신문을 구독하고 있었는데, 한겨레가 기획 및 사회 보도는 만족스럽지만 경제 파트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머니 투데이 신문을 한 달만 구독해보기로 했다. 구독한지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 만족하며 보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경제를 주로 다뤄서인지 보수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진보지인 한겨레와 양쪽 의견을 적절히 비교하며 볼 수 있다. 한겨레는 다른 신문에서 좀처럼 다루지 않는 노동과 인권을 중요하게 다룬다.신문에서는 1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한겨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 귀를 기울이는 기사가 많다. 뿐만 아니라 최순실 국정논란 사태와 N번방 사건 모두 한겨레가 최초 보도했다. 여튼, 그렇게 90분 정도 신문을 보면서 놓친 정보나 주의 깊게 봐야 할 소식이 있는지 살핀다.


경제 신문을 볼 때는 원칙이 있는데, 읽었던 뉴스 중 1가지 주제에 집중해서 그 날은 그것만 집중해서 파는 거다. 그렇게 하면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있어 주도적으로 정보를 탐색하게 되고, 연관된 정보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더 많이 배우게 된다. 이를테면 최근 미국이나 중국에서 코로나가 종식될 기미를 보이면서(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이제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선언했다. 실내에서는 써야 한다고 했지만..) 철강이나 제조 산업 경기가 좋아지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기업이나 연관된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식이다.


2개 신문을 구독하는 비용은 월 3만원 정도인데 나는 매일 신문을 접하며 10배 이상의 가치를 뽑아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요즘처럼 불필요한 정보와 가짜 뉴스가 범람할 때 종이 신문은 개인적으로 무조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종이 신문을 요새 누가 보냐고 묻는 분들도 있지만 내가 아는 지식인들은 모두 종이 신문을 본다. 정보의 연속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뭐 그렇다고 내가 지식인 대열에 끼고 싶어서 종이 신문을 보는 건 아니다.


구글 데이터 분석 자격증 코스는 내용이 엄청 알차다


양질의 온라인 강의 들으며 영어 공부하기


두 번째로 하는 일은 공부다. 최근에는 링크드인 러닝이나  COURSERA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는다. 둘 다 한 달에 30~40 달러 정도의 구독료를 내고 있는데 너무나 만족하고 있다. 특히 좋은 점을 뽑자면 다양한 전문가 또는 대학 강의를 굉장히 저렴하게 들을 수 있고, 한글 자막을 제공하지 않아서 자연스레 영어 공부가 된다. 코로나 때문에 대학 수업도 온라인으로 전향된 요즘 이런 대안이 있다는 건 너무 다행이다. 솔직히 이런 대안이 있는 상황에서 대학 교육이 더 이상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 대학원이나 MBA 과정도 네트워킹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면 수천만원의 돈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솔직히 의문이다. 물론 대학원의 장점도 많지만 사실 난 그 정도 돈을 투자하느니 차라리 애플 주식을 사겠다.


본인이 학습에 대한 의지와 꾸준함만 있다면 전 세계에 어디서나 원하는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세상이 정말 왔다.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에듀 테크 시장은 지금보다 몇 십배 더 커지지 않을까 싶다. 그런 면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링크드인을 5년 전 30.7조에 인수한 건 정말 신의 한수라고 생각한다. 링크드인이 한국에서 아직 활성화되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많은 직장인들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지쳐 링크드인에 빠져들 것이라 본다.


다음 주부터 외국계 기업에서 4번째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여기는 완전 외국계라서 영어를 무조건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면접을 볼 때도 과제를 영어 PT로 했는데 처음이라 굉장히 어색했지만 나름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요즘은 구글 데이터 분석 전문가 과정을 COURSERA에서 듣고 있다. 구글에서 인정하는 데이터 분석 자격증인데 3~4개월 과정이고, 시험을 통과해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어서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취업을 준비하거나 분석 관련 직무로 전직하려는 분들이 이 과정을 수료한다면 분명 도움이 될거라 생각한다. 데이터 분석 과정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매니징, UX 과정도 있는데 순차적으로 취득해 볼 생각이다.


넷플릭스에서는 다큐를 주로 본다


보고 싶었던 넷플릭스 콘텐츠 정주행하기


세 번째로 하는 일은 보고 싶었던 영상을 본다. 주로 넷플릭스를 보는 편인데 드라마를 정주행 하거나 내가 좋아하는 다큐를 누구의 방해 없이 볼 수 있다. 이게 참 혼자 지낼 때나 아이가 없을 때는 당연한 거였는데, 아이를 키워보신 분들은 120% 공감하겠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책을 보거나 영상에 집중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난 아침에 주어진 2~3시간을 제대로 활용하는 게 너무 행복하다. 최근에는 다큐 위주로 보고 있는데 '더 게임 체인져스', '씨스피라시'를 보고 채식을 시작해보기로 결심했다. 일단 우유를 끊고 두유를 먹고 있다. 빵에도 우유가 들어가지만 빵까지 끊는 건 너무 힘들 것 같아 시작도 안했다. 매일 먹는 달걀은 일주일 2회로 줄일 예정이고, 콩고기를 시켜서 먹어보려고 한다(이미 온라인으로 주문한 막창구이까지만 먹을 생각..). 채식을 해도 충분한 단백질과 힘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은 내게 적잖은 충격이었다. 그리고 초밥을 좋아하는 내게 '씨스피라시' 다큐 역시 망치로 머리는 때리는 듯한 충격을 선사해줬다. 정말, 강력히 추천하는 다큐다. 앞으로 ESG를 고려하지 않는 기업은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지 않을까 싶다. 현재도 그런 사례가 많이 보이는 걸 보면 말이다.



헬스장에서 스트레칭과 웨이트 트레이닝


업무를 시작하는 시간이 10시라 그런지 앞서 언급한 일들을 하고 출근을 하면 회사 근처에 8시반 정도에 도착한다. 김유진 변호사가 책에서 자기는 아침 9시나 10시가 이미 하루의 중간쯤이라고 언급해서 ‘무슨 소리지’라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이해가 된다. 퇴근  헬스장을 가는  아이를 낳고 더는 불가능한 일이 됐다. 육아로 고생하는 와이프를 생각하면 그래서는 안 된다. 그래서 주로 아침 시간을 헬스장을 이용하는, 아침에는 사람도 없고 런닝 머신이나 운동 기구를 맘껏 이용할  있어서 여태 연간으로 기부만 했던 헬스장 비용이 이제는  이상 아깝지 않을 정도다. 런닝 머신을 하면서 오늘  일의 우선순위라던지 계획을 세우고 웨이트를 하면서 뇌를 깨우면 업무 시간에도  집중이  된다.





아침형 인간이 되면서 생긴 단점이 있다면 오후 2~3시쯤 되면 굉장히 졸린 타임이 오는데 이때 낮잠을 자면 하루가 굉장히 상쾌해진다. 물론 개인마다 바이오 리듬에 차이가 있을 테니 참고만 하시길.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아침형 인간이 되었는데, 20대부터 이런 생활을 했다면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사람에 따라 올빼미형 인간이 더 맞을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출근을 하는 직장인의 루틴을 보면 올빼미보다는 아침형 인간이 더 괜찮지 않을까. 이전에 올빼미형 인간으로 살아 본 내 입장에서 아침형 인간이 훨씬 건강도 그렇고 피로감이 덜한 것 같다. 아침형 인간, 여러분도 한번 시작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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