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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ros Apr 10. 2021

오랜만에 헌혈의 집에 방문했다

feat. 헌혈앱 '레드커넥트'에 대한 작은 고객 의견

친구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한양대학교 장례식장에 갔다. 퇴사를 앞두고 연차를 소진하고 있어서 평소보다는 조금 이른 시간에 방문했다. 가족을 잃은 슬픔에 초췌한 모습은 한 친구를 보니 눈물이 핑 돌았다.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장례식장에 오래 있는 것도 예의는 아닌 것 같아 서둘러 짐을 챙겨 나왔다. 한양대 바로 옆에 이전에 다녔던 회사가 있어서 인사를 드릴까 하던 찰나에 '헌혈하세요'라는 X배너가 눈에 들어왔다. 헌혈...결혼하기 전에는 많이 했었는데 결혼 이후로 헌혈을 정말 뜸하게 했다. X배너를 보고 에스컬레이터를 타며 '하긴, 헌혈 50회 하는 게 내 인생 버킷인데...'라는 생각을 하며 앞을 봤는데 헌혈의 집이 보였다. 어차피 시간도 많고 어제 술도 마시지 않았으니 헌혈을 하기로 했다.


헌혈 50번...과연 언제 채울 수 있을까


대학교 역에 위치한 헌혈의 집이라 그런지 학생들이 많았다. 코로나 이전에는 영화관에 자주 갔는데 헌혈을 하면 공짜 영화표를 줘서 학생 때 엄청 자주 갔던 것 같다. 하지만 그보다 나를 헌혈의 집으로 이끌었던 이유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10년 전 아버지가 아프셨을 때 급하게 수술이 필요했는데 피가 모자라 수술이 지연되고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 아버지가 AB형이라 다른 혈액형보다 피를 구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그 때부터 헌혈을 의무적으로 했던 것 같다.


헌혈의 집 간호사 분들은 모두가 친절하다. 적어도 나와 마주쳤던 분들은 모두 나이팅게일 같았다. 사실 누나가 간호사 일을 하고 있고, 간호사가 얼마나 힘든 직업이라는 걸 간접적으로 알기에 간호사 분들은 보면 항상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간호사 분이 혈압과 피검사를 하며 내게 '어머, 한동안 헌혈을 하지 않으셨네요. 다시 와주셔서 너무 감사해요'라고 했을 때, 나는 멋쩍어하며 ‘헌혈을 30번 해서 은공장을 타니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네요. 결혼한 이후로는 거의 못한 것 같아요'라며 얘기했다. 'AB형은 피가 정말 귀하거든요. 다음 헌혈 날짜 전에 문자를 보내드리려는데 괜찮으실까요..?'라며 간호사 님은 제안주셨다. 사실 문자를 받아도 그냥 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앱이 있나 찾아봤더니 레드 커넥트라는 헌혈 앱이 있었다.


예전에도 앱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앱의 사용자 경험(UX)이 많이 개선된 듯했다. 나의 헌혈 기록을 상세히 볼 수 있고, 모바일로 전자 문진을 할 수 있었다. 헌혈을 독려하기 위한 장치로 배찌 기능이 있었고 주변에 있는 헌혈의 집을 검색하는 기능도 있었다. 헌혈을 많이 하게 하려는 담당자의 마음이 앱에서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배찌를 얻기 위한 간격이 너무 길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10회, 20회 다음에 갑자기 100회로 넘어가는 건 어떤 다른 의도가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을 했고, 5회 단위로 배찌를 취득하게 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포인트나 다음에 방문했을 때 실물로 준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헌혈을 하지 않을까 싶다.  

왜 우리 동네 근처에는 헌혈의 집이 없을까

그러고 보니 집 주변에 헌혈의 집을 보지 못한 것 같아 검색을 해봤다. 역시 집 주변에 헌혈의 집이 없었다. 요새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헌혈을 더 꺼리는 것도 있지만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듯이.. 주변에 있었으면 1~2번은 헌혈을 더 하지 않았을까 싶다. 신림이나 신대방 쪽은 1인 가구도 많아서 헌혈 수요가 꽤 많을 것 같은데 헌혈의 집이 하나도 없어서 의외였다.


헌혈이 좋다는  누구나 안다. 헌혈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사람들이 헌혈을 꺼리는 이유는 헌혈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간혹 언론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문들이 많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 추가로 헌혈을 독려하기 위한 여러 장치에 문제가 없는지를 담당자는 한번 체크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사람들은 영화를 보러 가지 않는데 여전히 상품으로 대문짝하게 영화표를 준다고 하는  과연 맞는 걸까. 차라리 다른 경품을  크게 홍보하는  사람들을 헌혈의 집으로 이끌  있지 않을까.  이상 얘기하면 오지랖인  같아 헌혈의  방문 후기를 여기서 마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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