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ios, 2022
분명 알고 있었는데, 켜켜이 쌓인 긴 시간이 못내 놓아지질 않아 미루고 미루었던 답. 제게 2022년은 바로 그 답을 살아낸 시간이었습니다. 이래도 살아지나 싶을 정도로 슬프고 아팠던 하루하루였습니다만, 문득 돌아보니 상실의 과정이 아닌 되찾음의 과정이기도 했더라고요. 놓아야 할 것들을 놓고 되찾은 것은 다름 아닌 ‘저’라는 사람이었고요.
마음이 고되었던 만큼, 책에 기댄 날들이 많았어요. 제게 이런 단단한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지… 읽는 삶을 신나고 즐겁게 지속할 수 있도록 자극해주시고 격려해주시는 나의 벗들께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얼굴 한 번 뵌 적 없지만 늘 함께 읽고 나눠주시는 인스타그램 책벗들 덕분에 많은 위기의 순간을 이겨낼 수 있었어요. (아침드라마 여주인공 코스프레를 막아준 나의 벗들 만세…)
11월 상파울루 출장 때 보았던 건물 벽면 그래피티에 이런 문장이 쓰여 있었어요. “eu me vejo em você“ 브라질 지인에게 물어보니, ”당신 안에서 나를 봅니다. “라는 뜻이라 하더군요. 책으로, 여행으로, 새롭고 다양한 만남으로, 내가 아닌 타인의 삶에 기웃거리면서, 점보 코끼리처럼 귀를 크게 만들어 내가 아닌 이들의 목소리를 끝까지 들으며, 나를 키우고, 반성하는 삶이기를 바라봅니다. 시들시들 잃어갔던 저를 천신만고 끝에 되찾았으니, 조금 더 부지런히, 조금 더 성실하게 살아볼까 싶어요.
한 해 고생 많으셨어요. 위로와 감사를 전합니다. 새해라고 인생 리셋, 재부팅되는 거 아니지만, 마치 그리 된 것처럼 산뜻하게 마음 다잡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복 많이 받으시고, 복 많이 지으시고, 늘 건강하시고, 자주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올해 저는 64권, 월평균 1,545페이지 정도를 읽었네요. 새해에는 권수로 목표를 잡지 않고, 좋은 책들을 조금 더 천천히 음미하며 꼼꼼히 읽어보려고 합니다.
#K가사랑한문장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