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장프랑수아 세네샬 글/오카다 치아키 그림
"오늘 아침, 할머니에게 편지를 썼어요."
오래전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가 생각났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이었지만 다행히 수시로 대학에 일찍 합격한 덕에 오로지 할머니의 부재에만 집중할 수 있었죠. 무거운 마음으로 버스에 오르고는 온갖 슬픈 생각과 장례식장을 채우고 있을 어두운 얼굴들을 떠올렸습니다.
장례식장에 도착했습니다. 모든 것이 저의 상상과는 전혀 달랐죠. 어른들은 할머니의 장례를 '호상(好喪)'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때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어요. 평생을 고생만 하다가 마지막에는 침대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돌아가신 할머니의 장례가 좋은 이별이라니요. 하지만 그 말보다 더 납득하기 어려웠던 건 장례식장에 등장한 절 반기던 사촌 동생들의 '해맑음'이었습니다.
'다시는 할머니를 볼 수 없다는 걸 모르는 걸까?' 당황해 혼자 고민했습니다. 동생들이 밉기도 했어요.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야 알았습니다. 어린 동생들에게 '죽음'이라는 건 꽤나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라는 것을요. 죽음의 무게를 전혀 알지 못했던 동생들은 그저 온 가족이 모여 기쁘기만 했던 거예요. 참 슬프면서도 사랑스러운 모습이었어요, 다시 생각해 보면.
그때 동생들과 함께 이 책을 읽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했습니다. 그랬다면 동생들은 할머니의 죽음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요, 저는 할머니에게 편지를 쓸 수 있었을까요.
"할머니가 읽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쓰고" 싶은 말이 있어요. 그날 밤, 나를 보며 애절하게 울던 할머니 눈빛에서 사랑을 읽었다고요.
그림책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를 추천하며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