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이탈리아!
비긴어게인3을 보는데,
이탈리아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나를 압도한다. 이제껏 다른 여행지 프로그램을 봐도 눈 꿈뻑하지 않는 나였는데.. 이런 나였는데..
여름 휴가로 어디든 가야겠는데, 어디를 갈지 몰라 이러는 건 결코 아닌 듯 하고...
오늘, 하림이 나폴리에 19년 만에 왔다길래..
‘와.... 진짜 옛날에 갔네’... 했는데..
잠시 생각이란 걸 좀 해보니,
어랏... 2000년이네...
난, 한 1980년대쯤 간 줄;;;
중년의 시간관념은 이러하다.
그래서 말인데, 그러고 보니 내가 나폴리를 갔던 적도 2000년.. 그렇게 옛날 같지 않은데, 19년 전이라니 참으로 옛날 같다.
최초 가족 단체여행 태국행 이후 두 번째 외국행.
나의 생애 첫 배낭여행,
나의 첫 유럽여행,
나의 첫 ‘혼자 여행’
이 첫 도착지는 바로 이탈리아 로마였다.
국내여행조차 혼자 안 해 본 내가,
어떻게 혼자 그 머나먼 곳을 가려했는지...
그 용기, 무모함, 대담함이 무엇이었는지..
타임슬립을 해 나를 만나 보지 않는 한 영원히 미스터리.
어쨌든 난 유럽 배낭여행을 가기로 했고,
‘여행’의 ㅇ자도 모르던 나였는데..
당시 유행이던 30일 유럽 10개국, 12개국을 ‘그것이 무슨 여행이냐’, ‘패키지가 무슨 여행이냐’하면서(진짜 뭣도 모르는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다는 게 엄청 신기방기, 여행은 패키지지) 유럽 4개국 방문 일정을 설계한다.
첫 도착지는 무조건 이탈리아.
당시 이탈리아는 집시도 많고 다른 유럽 도시들보다 소매치기도 험한 도시고, 또 위치상 유럽 배낭여행의 첫 도착지로 잘 안 하는데...
이 또한 여러 가지 설이 있을 수 있는데..
늘 내가 제일 가보고 싶은 나라는 이탈리아였다.
바티칸을, 콜로세움을 보고 싶은 것도 아니었고,
파스타, 에스프레소를 먹어야겠다는 것도 아니었고,
(아.. 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 하길래 뭔지도 모르고 로마에서 시켰다가.. 무슨 장난감컵에 음료를 줘서 급 당황.. 그러나 그 음료는 참으로 달콤쌉싸름 했다)
이탈리아 남자는 다 모델이라는 것도 아니었고,
어느 날 귀에 들린 오페라곡에서 묘한 전율을 느껴..
쓰리 테너스, 소프라노의 오페라곡을 즐겨 듣곤 했는데.. 이 곡들이 주로 이탈리아어라길래 관심이..
이래서 내가 이탈리아에 가 보고 싶어 했다고..
나는 이렇게 기억한다.
2000년 여름날,
단위가 억수로 컸던 ‘리라’란 화폐를 들고,
타이항공을 두 번 갈아타고 로마 다빈치 공항에 입성했다. 그리고 나폴리도 갔었다.
그때는 베네치아에서 곤돌라 타는 것에 대해 흥미지수 0이었는데, 어느 날 그 곤돌라가 그렇게 타고 싶어 지는 것이다. 아쉬운대로 마카오 갔을 때 호텔 운하를 둥둥 떠다니는 곤돌라를 타야지 했었는데, 막상 눈 앞에서 보니 탈 생각이 그냥 다 증발해버렸다.
그래서 베네치아에서 곤돌라 타기, 포지타노, 아말피 해변가기가 계속 버킷리스트에 있는데..
한 1년쯤 살고 싶네..
한달살이로는 안 돼.
올 가을엔 아주 여유롭게 이탈리아의 어느 거리를 걷고 있었으면..... 나의 초극세사 소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