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2020

21. 오디션의 추억

그런 날이 있었지..

by 자작공작

드라마 작가를 꿈꾸었다.

대체 언제부터인지, 왜인지를 내가 이유를 모르겠다.

친구는 내가 오래전부터 '글을 쓰고 싶다'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

양재시민의 숲 구석에 사무실이 있던 시절, 내 자리 책장의 한 곳에는 한국방송작가협회에서 나온 '드라마 작법'책이 꽂혀 있었다. 그리고 난 방송작가협회 교육원을 다니고 싶었는데 수업시간이 6시 30분부터 시작이라 엄두도 못내었다. 양재가 아닌 양재구석이라 6시 퇴근하고 양재까지 나와도 이미 6시 30분.. 여의도까지 언제가..


시간이 흘러 2014년 11월 교육원에 첫발을 디디게 된다.

그렇게 인연이 시작되었다.


교육원을 다녔었고, 난 보조작가를 하게 되었다.

내가 참여한 일일드라마의 배우 오디션이 있는 날이었다.

보통 오디션에 보조작가까지는 참가하지 않는데, 사람 챙기기 좋아하는 감독님 덕분에 오디션 자리에도 참가하게 되었다. (이 날은 작가님이 오디션에 가서 낮에 별 일이 없을 줄 알고 있다가, 진짜 갑자기 호출 받아 분당에서 여의도까지 달려갔다. 다른 일이면 짜증이 날 법도 했지만, 오디션이라길래 오히려 기대감에 달려갔다.)


처음에 신인배우들의 연기를 보는데, 솔직히 비슷비슷해서 잘하는지 못하는지도 구분이 가지 않았다.

나보다 늦게 도착한 동료 보조작가를 데리러 잠시 나갔다가 문 앞에 일렬로 대기하고 있던 남자배우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키가 큰 편이라, 상대를 보기 위해 고개를 들어 봐야 할 일이 거의 없는데, 정말 나보다 머리 하나씩은 큰 남자배우들이 일렬로 서 있었다. 역시 배우들은 다르구나.. 를 느꼈던..


신인배우들의 비슷한 연기들을 보다가, 잠시 중년 배우가 왔는데..

이 분의 연기를 보고... 먼저 봤던 신인들의 연기가 아직은 많이 미숙하구나를 느꼈다.

이 배우의 경우 주연여배우의 엄마역할인데, 원래 감독님은 다른 배우를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캐스팅팀에서 추천을 하고 해서,, 한번 보자는 말에.. 정말 부랴부랴 달려왔다. 그리고 결국 캐스팅이 되었다.

아마, 이 날 이 중년배우가 오지 않았다면 캐스팅이 되지 않았을 지도..


배우들의 오디션에서, 절실함이 보여서 뭔가 울컥하는 감정이 오르기도 했다.

작가는 나이먹어도 할 수 있다지만, 신인배우들에게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것이 얼마나 조마조마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디션, 그 순간의 캐스팅은 매우 중요할테니까.

이 작품에 들어가면 거의 7~8개월을 하는 건데...


남자배우 2명을 정해야 하는데, 감독님은 한 명을 확정하고, 나머지 한명에겐 무려 50%확정이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 배우들은 다 나가고 잠시 회의를 하고, 오디션장을 정리하고 나가는데..

50%확정된 배우와 매니저가 기다리면서 회의실의 모든 사람이 나갈때까지 인사하는 모습에..

그 간절함에 다시금 울컥해졌다. 결국, 그 배우는 캐스팅되었다.

기다림보다는, 다른 배우를 좀 더 알아봤지만 마땅한 사람이 없어서였다.


그리고, 아역배우 캐스팅도 같이 진행이되었는데..

아역이지만, 이미 주연급과 캐릭터배우들이 나눠져 있어서..

정말 방송의 세계는 냉정하구나를 느꼈었다.


원래 악역의 여배우역으로 물망에 올랐던 배우가 가능성이 매우 높았고, 그 배우가 될 줄 알았는데.. 주연여배우를 A를 캐스팅하면서, 가능성 높았던 악역의 여배우 대신 다른 배우가 캐스팅이되었다.

A와 가능성 높았던 배우의 이미지가 조금 비슷했기 때문이다.

오디션 후, 저녁 식사 중에.. A는 감독님께 열심히 하겠다, 잘하겠다는 문자까지 보냈는데..

A가 캐스팅 번복을 해버렸다.

아아... 애초에 A가 캐스팅이 안 되었으면, 가능성 높았던 악역 여배우가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정말 운명의 향방이란..


참, 많은 감정을 느꼈던 드라마 오디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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