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피아노
피아노를 배우긴 했었다.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전에 무슨 경연대회인지인지 발표회인지 아라베스크인가 소녀의 기도를 암보로 치기도 했었다.
이 사실이 기억나는데, 정작 내가 쳤던 곡의 리듬은 하나도 기억이 안나는 상황.
그리고 언젠가부터는 피아노에 전혀 손도 대지 않았다.
20대 중반쯤, 20년이 넘게 가지고 있던 피아노를 정리하기도 했는데,
무슨 청개구리 심보인지 그 이후부터 피아노가 치고 싶어졌다.
현재는 내가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사람인지, 피아노를 못치는 사람인지도 애매한 상황인데,
그래, 차라리 피아노를 못치는 사람이라는게 맞는 편일 것이다.
그래도 20대 중반쯤부터 시작된 피아노를 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는 소망은 꾸준히 지속되어 왔다.
기회가 되면 방에 키보드라도 놓고 싶었는데, 공간이 허락하지 않는 상황이 참 오래 지속되었다.
언젠가 집근처에 학원을 한 달 정도 다녔는데, 입시생 위주기도 하고 나에겐 맞지 않았다.
피아노 학원이 먼 곳에 있으면 꾸준히 하기가 힘들기도 해서 이래저래 기회가 닿지 않았다.
작년 하반기쯤, 집근처에 성인전용피아노연습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기회를 보다가
2주전 쯤 시작하게 되었다. 등록을 하러 방문해보니, 벌써 10년이 넘었다고 한다.
아니, 그동안 난 왜 몰랐던 거지???
3번 레슨을 받았는데,
요새 내가 배우고 있는 악보에 D.S.al Coda 란 표기가 있었다.
그리고 악보는 연결되어 있어야 하는데 끊어졌고.
난, 무엇인지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봤는데..
내가 이 표기를 읽으니 선생님이 깜짝 놀랬다.
'아니, 어떻게 아세요?'
'궁금해서 찾아봤지요'
'이런 거 찾아보는 분 처음 봤어요. 진짜 놀랐어요'
솔직히, 내가 놀랐다.
아니, 검색이 힘든 시대도 아니고, 인터넷만 있으면 가능한데..
내가 배우는 악보에 모르는 게 있으면 궁금하지 않나?... 찾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니..
선생님이 레슨 경력이 얼마나 되고, 몇 명의 사람을 레슨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호기심이 많은 편이긴 한데..
이 경우는 호기심이라고 하기는 좀 애매하긴 하다.
오랫만에 다시 시작한 피아노,
최소 1년 정도는 꾸준히 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