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벤츠와 아르바이트

feat. 놀면 뭐해

by 자작공작

2년전, 나도 친구도 일을 쉬고 있을 때였다.

‘내일 시간 되?’라는 친구의 연락.

‘놀면 뭐해 어서 알바몬에 가서 oo에 신청해’

물류 분야에 대한 관심으로 알바 현장까지 가보려던 친구.


친구 덕분에 알바몬과 안면을 트고 일일 알바를 가게 되었다. 미리 지원해서 알바를 가게 된 친구가 담당자에게 물어 나도 같이 가게 된 것이다.(보통 이런 알바를 보면 친구동반가능도 꽤 많이 기재되어 있다).



하트모양 케이스에 들어 있는 페레로로쉐를 뽁뽁이에 넣은 다음 박스에 넣고 테이핑을 하는 것이 해야 할 일이었다. 그리고 테이핑이 된 박스들을 팔레트에 잘 쌓는다.


같이 일하던 사람들과 합이 진짜 잘 맞았다.

업무분장도 없었는데 컨베이너 벨트 돌아가듯이 일사천리로 착착진행이되었다. 테이핑이 좀 밀리는 것 같으면 뽁뽁이 넣던 친구가 테이핑을 거들고, 누가 지시를 하지 않음에도 스스로 알아서 일이 밀리는 곳으로 가서 일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했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모였는데 손발이 잘 맞고, 모두가 열심히 하는 모습은 실로 감동적이기도 했다.


친화력이 최상인 친구는 중간 중간 쉬는 시간에 사람들과 대화도 잘 했다. 20대 초반의 남자들과 잠시 대화를 나눴는데, ‘이런 알바 많이 해요’란 질문에 ‘아니요, 오래 할 수 있는 알바를 찾고 있는데 진짜 없어요’, ‘편의점은요? 요새 사람 못 구한다고 하던데...’ , ‘치사해서 싫어요. 호텔 연회장같은 알바가 좋은데...’

당시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았던 첫 해이고,

편의점등에서 알바 구하기 힘들다던 기사를 보았던 때였다. 주휴수당 등으로 딱 주휴수당이 지급되지 않는 시간으로만 쪼개서 고용을 하려고 하려던 때였다. 그러니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서는 치사하게 느껴질 수도... 잠시나마, 아르바이트 실정도 알게 되었다. 구직과 구인사이의 갭을...


다들 열심히 해서 예정시간보다 1시간 남짓 일찍 끝났고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한달 뒤 쯤 친구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그 날 알바를 마치면서 담당자에게 일 있으면 또 연락 달라고 했더니 연락이 온 것이다. 이번에는 3일 일정인데, 내가 2일은 다른 일정이 있어서 ‘못하겠다’했다가 지난 번 기억이 너무 좋아서 일정을 조금 조정해 첫날은 못가고 둘째날,세째날에 가기로 했다.


일은 지난번과 동일했다.

둘째날 가니, 친구는 다른 두 사람과 벌써 친해졌다.

그 중 한 명은 작년에도 이 알바를 했고, 지난번에는 시간이 안 맞아 못 왔다고 한다.

그리고 나처럼 둘째날 처음 온 사람도 있었다.


사람들이 딱히 열심히 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지난 번 처럼 일이 신속하지 않았다. 날씨가 지난번 보다 추웠는데 이것도 영향이 있었던 것인지..


일을 마치고, 건물을 나오는데..

나와 친구, 그리고 친구가 친해진 두명은,

같이 일하던 사람 두 명이 그 앞에 주차된 벤츠(다양한 시리즈가 있고 이 시리즈는 잘 모르지만 차는 꽤나 컸다)를 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지금 나만 이상하다 생각하는 건 아니지?’ 라는 친구의 말, 다들 동감했다. 역시나 보편적인 생각들은 같다.


벤츠를 타고 일일알바에 오는 이유를 다들 궁금해했지만, 뭐 각자의 사정이 있는 것이겠지.


이렇게 알바는 벤츠의 추억을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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