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작은 '육회 물회'였습니다.
어느 토요일, 인터넷을 보다가 '육회물회'란 음식을 본다.
게다가 평도 너무 좋다. 요새 웬만해서는 마음이 동하지 않건만, 급하게 마음이 동한다.
날짜를 헤아려보니, 금, 토에 다녀오면 될 것 같다.
몇 년째, 가고 싶은 국내 여행지 버킷리스트 1위가 '경주'였건만, 쉽사리 나서 지지 않았는데..
일단 목적은 육회 물회, 더불어 교리 김밥. 그리고 부산으로 넘어가 이가네 떡볶이, 쌍둥이 국밥.
이렇게 '식'을 중심으로 바로 일정이 결정된다. 역시 '식'이 최고지.
금요일 제일 첫차를 타고 경주를 가기로, 일단 잠정적으로 마음을 정했다.
그날 저녁 무도를 보다가, '어, 다음 주는 반드시 본방을 봐야겠네'란 생각이...
다시 날짜를 헤아려본다. 목요일 오전에 운동을 하고 목-금을 가도 별 무리는 없을 듯하다.
꼭 첫차를 타야 할 필요가 없으니.. 버스 시간표를 확인해 보니, 12시에 경주로 가는 버스가 있다.
이렇게 여행은 계획이 되고 준비가 되었다.
그러다 머리를 스치는 생각. 경주에 시티투어가 있다 는것 같던데..
야간 시티투어가 7시에 시작한단다. 바로 예약하기로 결심. 나름 여행의 요식행위를 맞추기 위한 구색용이다.
그리고 잘 먹기 위해서는 좀 움직여야 한다. 잘 먹기 위한 치밀한 계획이었음.
일상적으로 운동 끝나고 잠시 건식 사우나도 하고 여유도 부리면 집에 오는 시간은 11시 35분이다.
바로 집에 와서 여행 짐만 들고 버스터미널로 가기로. (집 앞이 터미널인 것은 정말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목요일, 아침부터 비가 꽤 온다. 날씨에 따라 특정한 음식취향이 나타나는 것은 아닌데, 왠지 짬뽕이 생각난다. 운동과 샤워를 마치고 재빠르게 집에 오니 11시 20분. 바로 짬뽕 라면을 끓이고, 먹고, 설거지까지 하니 11시 45분. 바로 집을 나선다. 터미널에 가니 11시 51분. 예약해둔 표를 찾고 12번 승차 게이트로 간다. 아직 버스가 없다. 11시 56분이 되어도 오지 않는 버스. 게다가 사람들이 한 명도 없다. 아무리 평일 낮이라지만, 탑승객이 나 혼자만은 아닐 텐데... 그때, 버스표를 보니 4월 22일이란 날짜만 보인다. 버스를 잘못 예약했는지 알고 급 당황. 그러고 나서 눈에 들어온 것은 부산-성남행.. 성남-경주, 부산-성남행을 예약했는데 매표소에서 후자의 표를 준 것이다. 다시 매표소로 달려가, 줄 서 있는 사람들에게 양해구하고, 표를 또 찾음.
원래 탑승게이트는 17번.. 11시 59분, 간신히 경주행 버스 탑승.
출발도 못할 뻔했다!!! 왜 성남에서 부산 출발 버스표를 주냐고요...(덕분에 다음날 사용할 버스표를 잃어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의무까지 부여받음)
비는 점차 개이고 바깥풍경은 싱그럽고..문경휴게소에서 잠시 정차. 딱히 할 일이 없어 잠시 취미활동.
내 뒤에 있는 버스가 날 경주로 데려다 준 버스.
4시간을 달려,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 일단 부산으로 가는 버스시간을 확인했는데, 뭐 해가 떠 있는 동안은 15분마다 다니니,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예약해둔 숙소에 가려는데, 어느 골목으로 들어가도 모텔이다.
통상적으로, 터미널 근처에 모텔이 많기는 하지만, 이렇게 많은 곳은 처음이다.
경주의 첫인상이 '모텔'이 되어버렸다.
숙소에 들려 체크인을 하고, 짐을 좀 둔 다음...
바로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던 함양집으로 향한다.
5시경 함양집 앞에 도착. 버스에서 내려 함양집 앞으로 가는 동안 얼마나 설레었는지..
길가에는 순두부집이 많아, 날도 쌀쌀한데 뜨끈한 국물 먹으면 좋겠네.. 란 생각이 들었는데, 이 생각이 화근이었나.. 그때 내 눈 앞에 나타난 것은...
울 뻔..
7시에는 시티투어를 가야 하고, 날도 쌀쌀한데 그냥 순두부를 먹을까 하다가,
'아니, 대체 내 목적이 뭐야. 난 오로지 육회물회를 위해서 온 것이라고.. 다른 모든 것은 부수적인 것이다, 게다가 시티 투어는 가장 최하위 순위다. 우선순위의 순서를 잊지 말자'라는 일념 하에, 시티투어를 버리더라도 육회물회를 먹기로. 다행히 영업 중이라는 함양집 보불로점으로 이동.
원래는 함양집에서 육회물회를 먹고, 근처 보문단지 스타벅스에 가서 고풍스러운 스타벅스 분위기에 어울리게 오미자 음료를 마시고, 보문호수를 잠시 산책하다가, 현대호텔 로비에서 야간 시티투어 버스 탑승하는 것이 '원안'이었다. 함양집 보불로점으로 이동하면서, 나름 더 가까운 곳인 힐튼호텔로 야간 시티투어 탑승장소를 변경한다.
드디어, '육회물회'를 만났다.
아,, 아,,,, 이런 음식이 있다는 것을 왜 이제야 안 것일까..
울산에 외삼촌댁이 있는데, 원래 함양집 본점은 울산에 있다는데, 울산에 가서 살 까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맛있는 곳은 법으로 24시간 영업하게 하면 좋겠단 생각도. 언제든지 가서 먹을 수 있게..
오! 이번 여행의 목적은 나를 너무 만족시켜주었다
식사 후, 보문단지 힐튼호텔로 오니 그 앞에 스타벅스가 있다. 날이 쌀쌀해 내 페이보릿 음료인 두유라떼 한잔. 스벅 MD들이 경주를 품고 있었다.그리고 잠시 보문 단지 산책도 했다. 그리고 힐튼호텔 앞에서 야간 시티투어 버스 탑승!
'원안'이 모두 '수정본'으로 대체되었지만, 원안에서 하려던 것 모두 함. 역시 '대안, 플랜 B'가 있는 삶을 준비해야겠어란 교훈을.
10인 미만이면 투어 예약이 안된다길래 취소 될 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예약 시, '목요일 저녁은 이미 확정입니다'란 답을 받았다. 사람이 적당히 있겠거니, 생각했는데, 45인승 버스가 꽉 찼다.
버스 안에서는 가이드분이 열심히 설명을 해준다. 차에서 설명을 듣고,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다.
동궁과 월지(안압지)에 도착하니, 오늘 경주관광 온 사람 여기 다 모인 줄 알았다.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이야.. 한 바퀴 돌면서, 멋진 야경을 보니, 알함브라 궁 뒤지지 않는 걸이란 생각이.
산책 중, 바로 뒤에 있는 기찻길에 기차가 지나가는 것도 보고.
그리고 첨성대, 교촌마을을 돌아보며 야간 시티투어 종료. 교촌마을에서는 복구 중인 월정교를 보고, 교리 김밥 간판만 보고, 최부자집 대문만 보고.
나쁘지 않았음. 야간 시티투어 중에 다시 육회물회가 생각이 났다.
24시간 영업이 아닌 것이 어찌나 아쉽던지..
아쉬운 마음을 맥도날드 감자튀김으로 달랜다
다음날 아침, 교리 김밥을 먹기 위해 부랴부랴 길을 나선다.
버스에서 내려 교촌마을로 가는데, 유채꽃밭이다. 바로 첨성대 앞에.
어제 이 길을 지나갔는데, 깜깜해서 뭔지도 몰랐던.
어제 지난 길을 걸으며, 그림자 찍었던 곳에서 또 찍어보고.. 다만 그림자 방향이 반대.
교리 김밥집 앞에 가니, 8시 30분경..
벌써 30여 명이 서 있다.. 웬일이니.. 했는데..
아직 김밥집이 문을 열기 전. 8시 30분에 문을 연다고 한다. (8시 오픈으로 알고 있었는데;;)
내 앞에 서 있는 아주머니는 수시로 앞으로 왔다 갔다 하며, 상황을 알려준다.
그리고, 본인이 계속 실패하고, 이번이 세 번째라는 이야기에.. 아침도 먹었는데, 꼭 먹어보고 싶어 왔다는 이야기까지 줄줄..
기다리고 있는데, 김밥집에서 고소한 내가 풀풀 난다. 기대감은 점차 고조되고...
내 앞의 아줌마가 6줄 계산을 하고, 김밥을 기다리면서 내 손에 있는 카드를 본다.
'여기 카드 안되는데', 이때, 주인아주머니는 내 카드를 받아가며 '돼요' 한다.
아주머니는 '내가 빌려주려 했는데'.. 하신다.
아니, 아주머니 대부업 하시나.. 대체 왜 나한테 돈을 빌려 주시려..
아주머니는 2줄을 먼저 받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가 2줄만 사니 자기가 받아 둔 걸 가져가라 주신다.
참으로 인상적인 아주머니였고, 인상적인 만남이었다.
난 들고 가도 딱히 먹을 곳이 없으니, 김밥집에서 먹었다.
밖에서 내다 보이는 가게 안 모습에 '실내 촬영 금지'가 있었고, 내부에는 곳곳에 '통제구역'이 붙어 있었다.
옴마야.. 여기 무서운 곳인가 벼..
드디어 김밥을 먹는다. 세상에, 딴 음식도 아니고, 김밥을 줄 서서 사서 먹어야 하다니!
이 곳 김밥의 특징은 계란지단이 듬뿍 들어가는 건데.. 계란도 참 좋아하는데....
계란이 특별히 맛있지 않았다.(계란을 좋은 걸 사용하지는 않는 듯...) 가게 밖으로 넘어 나오는 고소한 냄새는 어디 가고,, 특별히, 김밥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몇 년 동안 먹고 싶었는데..
음.. 그냥 한 번은 먹어봐야 했던 음식이다.
육회물회를 한 번 더 먹었으면 좋을 뻔했겠다는 생각을 많이 들게 했던..
먹고 나오니, 웬걸,, 줄이 하나도 없다..
괜히 아침부터 부랴부랴 왔군..
교리 김밥은 최부자집 옆에 있는데, 역시 부자 곁에 있어야 더불어 부자가 될 수 있나 보다.
잠시 교촌마을과 주변을 돌아본다.
무심코 지나치다 5월 1일부터 입장료를 받는다길래 잠시 들어가 경주개도 만난다
스벅서 음료 한잔 마시고(음료 나오는데 11분이 걸려 다른 스타벅스에서 배달해오는 줄 알았어요;;) 터미널로. 경주시외버스터미널서 50분을 달리니 부산. (아니 경주가 부산에서 이렇게 가까운 곳이었어??)
생각보다 빨리 도착해,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표를 7시로 변경.
일단, 부평시장으로. 대망의 이가네 떡볶이로 간다.
떡볶이도 떡볶이지만, 핫도그를 무한 애정 하는 사람으로서.. 그렇게 맛있다는 핫도그가 너무 기대되었는데..
음... 그냥 백화점 지하에 있는 아리랑 핫도그 먹을래요.
핫도그 또한 한 번 먹어봐야 했던 음식. 떡볶이도 그냥 평타.
이로써, 난 3대 천왕 미식기행과 전혀 상관없었으나, 결과론적으로 연달아 방문.
김밥, 핫도그 다 실패. 이로써 백종원씨와 입맛 취향이 안 맞는 것으로...
또 잘 먹기 위해서는 좀 움직여야 한다. 잠시, 보수동 책방거리, 부평시장, 국제시장을 둘러본다.유시진 룩이 대세!. 골목은 먹거리 노점으로 가득 차 있어야 했는데 시간이 이른지, 노점이 있을 것이란 예고로 재료들만 보인다.
그리고, 내가 항상 빼놓지 않는 간식거리, 컵 단팥죽과 곤약도 만나고..
(서울에서도 어묵집에서 곤약좀 같이 팔아주세요. 네~에~?!)
커피는 해운대 가서 마시려다가, 단팥죽사먹은 집 언니가,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서 한 잔 마심.
음, 그냥 나쁘지 않았음.
이제, 원안대로라면 커피 한잔 마실 겸, 여행의 요식행위를 하기 위해 해운대로 이동.
신용카드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서, 웨스틴 조선 파노라마 라운지에 간다.
원래는 여기서 마시기 위해 커피를 안 마시려 했으나, 이미 마신 관계로 체험이나 해 보자 하고 술이 들어간 '해운대 커피' 주문.
라운지 직원이 신용카드 행사로 이만 원만 내면 애프터눈 티세트를 즐길 수 있다고 슬쩍 권한다.
체험해보고 싶었으나, 우선순위인 쌍둥이 국밥을 고려하여 사양.
해운대 커피는, 커피 맛이 나고 술맛이 나고 했어요. 위에 신선한 휘핑크림이 달달하게 왜 올라갔는지 이유를 알 수 있는 맛이었어요. 무료니까 체험했지, 돈 내고 사 먹기는 싫은 맛.
그래도, 한적한 라운지에 앉아 해운대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기분이 좋다.
시간에 맞춰 쌍둥이 국밥으로 이동.
수육백반을 주문. 아아.. 수육이 너무 맛있어요.
국밥은 국물이 진한 맛이 좀 덜하다고 느껴졌고, 기존에 부산서 갔던 다른 국밥집이 더 나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여기 국밥은 다대기가 넣어져서 나오는데, 이것에 깜박 속고, 수육에 정신이 팔려 있던 관계로..
아마, 국밥에 간을 좀 했더라면 괜찮았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수저통옆에 그릇이 하나 있어, 뭐지하고 열어보니 소금. 이때 얻은 깨달음)
이미 국밥도 거의 다 먹은 상태...
이 집은 다음을 또 기약하기로 한다.
아무래도, 울산에 내려가서 사는 게 좋을 듯..
이제, 터미널로 간다.
가기 전, 장항우 롤케이크를 '기념품'으로 사기 위해 롯데백화점 동래점에 들린다.
'기념품용'으로 산 롤케이크는, 부산 버스터미널에 일찍 도착한 관계로, 여기서 없어져버린다.
버스는 정확히 4시간 5분을 달려 날 집 앞에 내려줬다.
그동안 부산 갈려면 ktx나 비행기를 탔었는데, 이동시간 계산해보면 버스와 큰 차이가 없넹..
이렇게 여행 종료.
이번 여행의 교훈
1. 늘 우선순위를 잊지 말자.
2. 늘 대안을 만드는 삶을 준비하자.
3. 여행이 좀 재미있넹.. 역시 여행은 '식'기행이 최고여!
이 글 또한 편한 마음으로 '무도 본방'을 보겠다는 일념 하에, 본의 아닌 마감의 힘을 빌려..
최종 결론 : '남과여'의 로코버전을 찍어보려다, '식과여'만 찍고 만 그런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