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커피이야기

커피는 달리는 기차 안에서, 해가 떠 있을 때

by 자작공작

어릴 적, 커피는 그냥 어른의 '음료'였다.

그리고 딱히 마셔보고 싶단 생각도 들지 않았다.


커피와의 만남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학교 안에 있는 자판기의 100원짜리 밀크커피를,

자발적으로 뽑아 마시진 않고, 사람들과 같이 있던 상황에서 마시곤 했었다.

그리고, 공강 시간이나 친구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자리 잡았던 학교 앞의 카페에서,

커피라 불리는 '원두커피'를 마셨다.

사실, 이때 시커먼 액체보다는 '파르페'라는 정체성 불명의 음료를 즐겼다.


헤이즐넛의 추억 - 배신감


대학시절 가끔 어떤 카페에서는 좋은 향이 나는 커피가 있었는데, 그것은 '헤이즐넛'이라 불리었다.

그 향은 참 좋았는데, 막상 커피를 마시면 그 향의 맛이 나지 않았다.

향은 향일뿐이었다. (내게 지금까지 배신감을 주는 2개의 음식이 헤이즐럿 커피와 오징어이다. 향과 맛이 왜 이리 다른가요!!!)


가끔 핸드드립커피 내리는 향이 너무 좋다.


블루마운틴의 추억 - 커피의 신세계


대학교 2학년 적, 강남역의 카페에 간 적이 있는데,

같이 갔던 사람이 무려 '블루마운틴'이란 커피를 주문했다....흐미. .이건 또 신세계였다.

지금은 그 상대방도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블루마운틴'은 강렬하게 내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카라멜프라푸치노의 추억 - 천상의 음료


강남역에 '스타벅스'란 곳이 생겼단다. 아마도 1999년 아님 2000년일 것이다.

넘치는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 곳에 가서 일단 매장을 둘러본다.

지금은 흔하지만, 당시에는 익숙지 않았던 명칭이었던 '텀블러'가 있다. 그 텀블러를 사면 음료 한 잔을 준다길래, 샀다. 그리고 뭔지도 모르지만 좀 비싸고 신기한 이름처럼 보인 '카라멜프라푸치노'를 주문했다. 휘핑크림이 마구 올려져 있고, 카라멜 시럽이 마구 뿌려진 그 음료가 입안에 들어왔을 때, 이것은 바로 천상의 음료였다. '세상에 이렇게나 맛있는 것이 있다니!!'.. 달달 구리와 생크림류를 좋아하는 나를 위한 맞춤 음료


에스프레소의 추억 - 로마의 달콤함


2000년 여름 로마에 갔다. 로마에 가면 '에스프레소'를 마셔봐야 된다고 했었다. 뭔지 잘 모르지만, 메뉴에 에스프레소란 것이 있길래 무작정 시켰다. 내 앞에 나타난 장난감처럼 보이는 컵에 담긴 음료에 당황.

그런데, 그 시커먼 음료가 참 달콤했다. 한국에 와서, 그 당시 '에스프레소란' 것은 흔치 않은 음료였고, 간혹 '에스프레소'가 보이면 시켜 먹어 보곤 했는데, 매번 쓰기만 했다. 로마에서 마셨던 그 음료는, 내가 로마 분위기에 취해서 달콤했을까?, 아님 로마에서 만든 에스프레소는 원래 달콤한 것일까?


몇 년 전, 연구원에 있는 중년의 남자 박사님과 워크샵을 간 적 이 있다. 업무를 같이 해 본 적이 없어, 식사 한 번 해 본 적이 없었다.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을 마시자길래, 리조트 안에 있는 카페에 갔었는데, 그분이 떠억 '에스프레소'를 시키시길래 속으로 내심 놀람. 음료가 나왔을 때, 설탕 한 봉지를 모두 털어 넣는 모습에 또 놀람.. 나중에 안 사실인데, 에스프레소는 오후에 그렇게 당 보충 겸으로 마시기도 한다고.. 그리고 그 박사님은 파리에서 공부를 하셨다고...


정동길 까페서, 아이스 에스프레소가 신기해 시켜 본.. 이 또한 달콤하지는 않았다

커피와 kay - 김밥, 햄버거, 기차


대학원 시절, 대학원 건물 앞에 간이매점이 있었다.

난, 그 시절부터 아메리카노와 김밥을 같이 먹는 것을 즐겼다.

그리고, 탄산음료를 즐기지 않아서인지, 난 햄버거와 커피를 같이 먹는 걸 '참' 좋아한다.

김밥 1,000원, 아메리카노 1,000원. 이천원의 행복!


2007년 유럽여행시, 하이델베르크에서 뮌헨으로 오는 기차 안..

난 뜬금없이 기차 내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오, 달리는 기차 안에서 마시는 커피란.... 두말이 필요 없이 최고다.

이후부터 난 기차에선 꼭 커피를 마신다.


단, 해가 떠서 바깥경치와 같이 즐길 때...

컴컴한 기차 안에서의 커피는 그저 그렇다.


그 이후, 기차 여행의 필수품은 '커피'이다.

때론 맛있는 커피를 즐기고 싶어, 기차를 타야 할 지경이다.


아이스커피


한 3년 전까지는, 손에 음료를 들었을 때, 견디기 힘들 정도로 차가움을 느낄 때 빼고는, 아이스 음료를 즐겼다. 한 때 일년에 서너번씩 스위스 제네바로 출장을 다닌 적이 있다. 주말에 시간이 나서 잠시 밀라노나 파리를 다녀 오기도 하고, 귀국편에 파리나 프랑크푸르트등을 경유해 반나절 정도 들르기도 했다. 근데, 왜 유럽에서는 아이스커피를 안 파는지... 난 커피를 사고 늘 별도로 얼음을 요청하곤 했다.


지인 한 사람은, 반대로 커피는 따뜻해야 제맛이라면서, 폭염주의보가 내릴 정도의 날만 제외하고 늘 따뜻한 커피를 즐겼는데... 내가 커피맛을 알아서라기보다는, 나이가 먹었는지... 따뜻한 커피를 많이 찾고 있다.


카오산 스타벅스와의 강렬한 만남


작년 10월 방콕에 간 적이 있다.

카오산 근방에 맛있다는 오뎅국수가 있다길래,

필히 찾아가서 먹었고 그 국수는 정말 맛있었다.

다만, 너무 더웠다. 근처에 있던 스타벅스는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같았다. 태국서 처음 가 본 스타벅스였는데, 그날 밤 숙소에서 영수증을 가만히 보니, 무료음료쿠폰 있다. 한국서 정말 가뭄에 콩나듯 발견되는 영수증설문무료쿠폰인데, 난 진심으로 태국은 그 쿠폰이 디폴트로 발행되는 건 줄.. 태국에서 운을 만난 줄도 몰랐음. 다음날, 아유타야를 갔다가 더위를 많이 먹었고, 무료음료쿠폰으로 더위 해소.



즐기는 커피음료


요새 제일 즐기는 음료, 소위 페이보릿 음료는 스타벅스의 '두유라떼'이다.

특별히 스타벅스를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두유를 제공하는 곳이 별로 없고, 가장 접근성이 좋은 곳이 스타벅스이다.

다만, 스타벅스는 톨 아메리카노에는 샷을 2개 주면서, 라떼에는 1개 밖에 안 준다. 그래서 늘 톨사이즈에 샷 1개 추가.(스타벅스카드를 활용해 샷 추가는 무료!). 스타벅스는 톨 라떼에도 샷을 2개를 달라!!


실상, 난 커피가 맛있는 것은 잘 모르겠다. 반대로 맛없는 것만 알겠다. 프랜차이즈이름을 걸고 있는 곳은 다 고만고만 먹을만 하다.


난 종종 '카누'를 챙겨서 다닌다. (가방에 가급적 상비해두려고 하는데, 간혹 잊어버린다.)

외부 세미나나 행사 등에 갔을 때 대부분 믹스커피만 많이 준비를 해 두는데, 믹스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 커피는 먹고 싶은데, 이때, 가방에 있는 카누를 꺼내 먹으면 참 좋다.

그리고 커피를 구하기 힘든 상황일 때도, 생수 1병에 카누를 그냥 털어놓으면 된다.

카누는 '참'좋다. 카누 만세!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커피는 해가 떠있을 때, 달리는 기차 안에서가 최고!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16년 3월 통영(+연대도,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