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다녀왔습니다!
#에필로그. - 통영행의 시작
정말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통영'이었다.그러나 통영행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는 통영여행을 간다 하신다.
이것이, 내 통영행의 기회요소가 되었으므로 엄마의 통영행 이야기를 잠시 하자면..
엄마는 격주 목요일 '여행트레킹'모임을 하고 있다. (몇 년 째 계속된 이 모임은, 나들이하기 좋은 시절에는 매주 간다). 그리고 이 모임을 만드신 분은 작년부터 격주 '토'에는 '트레킹여행'을 운영한다.
(해석: 여행트레킹(여행중심과 트레킹 맛보기), 트레킹여행(트레킹중심과 여행맛보기))
난, 그간 엄마의 목요여행에 몇 번 동행 한 적이 있다.
통영을 간다는 엄마의 말에 난 절규를 했다.
'아악....나 정말로 정말로 통영 가고 싶어'
'그래, 그럼 회사 가지 말고 가자'
엄마는 3월 10일 새벽에 통영을 향해 출발했고, 나도 회사를 째고 따라나설뻔 했으나, 정신 줄 잘 잡고 회사로 출근. 그날 밤, 엄마가 통영서 사온 회와 문어를 밤 12시에 맛봄.
3월 11일. 아침에 페북을 보다보니, '통영음악제' 이야기가 있다. 난 또 절규했다. '아악.. 가고 싶어요오오'
3월 12일. 토요일. 집에 있다가, 엄마와 여행모임 이야기가 나왔다. '거기는 오늘 영덕 갔어', '그래?, 토요일도 여전히 해?', '잠시 쉬다가 다시 해', '아'... '담번엔 통영간대', '(동공이 확대되며) 뭐라고...통영이라구?', '응', ' 나 갈래... 내 자리 하나 빼줘.. 음..난 갔다가 혼자 놀아야지', '섬도 들어가, 거기도 가.', '알았어', '누구 갈 사람 있으면 같이 가'..
난 그 모임의 분위기에 익숙한데, 그런 분위기를 낯설어 할 수도 있는 우려도 있고,
매일 감정이 들락날락하던 하던 때라, 매일 '갈까, 가지말까' 하고 있던 상황이라, 누군가에게 같이 가자고 하기도 애매했다.
그러다, 3월 18일 숙소를 예약하고, 통영-성남행 버스를 예매하고(집 앞이 바로 성남버스터미널, 통영-성남행은 10:20분, 오후 17:20분 2차례.. 이것이 어딘가. 17:20분 표 바로 예매), 3월 19일 통영음악제, '바흐 콜레기움 재팬' 예매.
3월 25일. 저녁에 세미나를 들으러 갔었는데, 같이 듣던 언니와 잠시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하는데, 학교 관련 드라마 이야기를 하다가, '드라마 후야유.. 그거 학생들이 통영으로 수학여행.....'
으아악.. '통영' 넌, 2016년 3월의 내 운명이였구나!!! 이쯤되면 운명인 거 아닌가요?
굳이 갈려면 갈 차비가 없어서 못 가는 것도 아니지만, 어떻게든 출발의 기회가 된 계기이다.
# 통영 기행
3월 26일 집 앞에서 출발하는 '트레킹여행' 버스를 탄다.
버스가 출발하면 일정표와 김밥 1줄과 생수 1병을 준다.
7시에 분당을 출발해, 12시경 선착장에 도착했다.
그 곳에서 제공해 준 중식을 먹고, 1시 30분 배를 타고 연대도로 들어간다.
선장아저씨가 참 재미있게 설명을 잘 해 주시는데..
연대도와 만지도를 잇는 출렁다리가 하나의 명물인데, 연대도에서는 연대출렁다리라, 만지도에서는 만지출렁다리라하면서 너무 싸워서, 작년 말에 그 다리 이름을 정했다 했다. 그 이후로는 싸움이 없어졌고, 그 이름은 '가운뎃 다리'라 한다.
10분 만에 바로 연대도에 도착한다. 선착장에서, 난 굳이 섬에 들어가지 말고 주위를 산책할까 하다가 그냥 들어갔는데 섬에 들어선 순간 너무 평온하다. 난 섬이 맞는 체질인가 보다. 제주도도 좋고, 울릉도도 좋고, 제주도에서 가파도를, 우도를 가니 더 좋고.. 여행팀은 연대도 트레킹코스를 떠나고, 난 슬렁슬렁 주변 산책을 한다.
출렁다리를 건너 만지도로 간다.
그 앞에 컨테이너 까페가 있고 '핸드드립'커피가 있다.
커피 맛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커피를 몇 천원씩 주고 사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차라리 가게에서 캔커피를 먹는 편이..)
핸드드립이라니, 그래도 어느 정도는 되겠지란 믿음이 있었고, 가격도 2,500원이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까페문은 잠겨 있었다.
'커피 한 잔 마시면 딱 좋겠는데' 했는데, 까페 문은 열릴 기미가 보이질 않고..
마냥저냥 섬 주위를 어슬렁 거리는데, 선착장으로 배가 들어온다. 이 때 옆에 있는 집에서 나와 까페문을 여는 아주머니..
'아, 이 때가 까페 문을 여는 타이밍이구나', 이렇게 까페의 수시오픈 시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핸드드립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시켰는데,
아..아... 주문한지 1분도 안 되어 나오는 '핸드드립커피'의 위엄이란..
'커피를 안 마셨으면 참 좋았을텐데.. 만지도에 있는 까페란 로망으로 남겨두었을텐데'란 아쉬움만..
3시 30분 배로 다시 통영으로 나와 중앙시장으로 이동한다. 교통체중이 엄청났다.
중앙시장에 도착해서, 난 인사를 하고 내 갈 길을 떠났다.
일단, 중앙시장에서 만원을 주고 회를 뜨고, 해삼을 오천원어치 샀다. 숙소서 먹을까 하다, 앞에 있는 식당의 상차림비가 3,000원이라길래 그냥 먹고 가기로 한다.
엄마는 지난 번에 3만원 어치 회를 떴는데, 두 팩이 넘치도록 있어서 한 팩을 다른 사람한테 주었고, 난 그 한 팩으로 매우 배가 부르게 먹었는데, 내 앞에 도착한 회는 왜 이리 빈약한건지.. 왠지 사기당한 듯한 기분.
그리고 식당에선 상다차려주고, 매우 불친절하게 '한 사람은 오천원이야'하고 쏘아 붙인다.
오천원이 그렇게 대수는 아니지만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원래 쌈류를 잘 안 먹는데, 나온 상추와 깻잎을 모조리 먹어버렸다.
식사 후, 숙소로 이동. 그냥 저냥 혼자 하룻밤 쉬어가기 적당했다.
숙소에서 나와 '통영국제음악당'으로 이동.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꿀빵'집이 하도 많아서, 1개 사서 먹어 봄. 역시나 꿀빵은 내 취향이 아님.
낮에 '근처에 굴축제가 있어 혼잡이 예상되니 일찍 출발하시길 권장드립니다'란 안내 문자를 받았고, 초행길이라 일찍 나서긴 했는데, 6시경 도착. 바로 근처에 있는 굴축제장으로 가서 한 바퀴 돌며 탐색을 했고, 2,000원이나 주고 사탕뽑기를 해서 '꽝없음'의 '꽝'에 해당하는 조그마한 붕어사탕을 얻음.(약간 사기 당한 기분. 1,000원을 주고 했어도 그 붕어사탕을 주는 거여서... 개인적으로 이 사탕을 좋아하는데, 이런 뽑기말고 그냥 팔았으면 좋겠다)
이봉원 아저씨가 열심히 사회를 보고, 이애란의 '백세 인생'을 등 뒤로 들으며 난 통영국제음악당으로...
통영국제음악제뿐 아니라 통영국제음악당도 한 번 와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되었다.
나름 국제음악제라는데 분위기는 전혀 나지 않았다. 원래 국제음악제는 차분한 것인가 보오.
원래는 오페라 미녀와 야수를 보고 싶었는데, 이것은 오래전부터 전석 매진.
'바흐 콜레기움'도 전곡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길래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미쳐 해석을 못 한 것이 있었다. '전곡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의 의미는 공연시간이 매우 길다는 것이었다. 무려 3시간 20분. 인터미션 때 그냥 나올까 살짝 고민하다 끝까지 봤다.
'곡' 자체가 큰 웅장함 혹은 비장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익숙한 선율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의외로 지겹지 않았다.
공연이 끝나니 11시. 낯선 도시라 살짝 긴장은 된다.
택시를 타고 싶었는데, 공연장으로 오는 택시는 다 '예약'택시.
아,, 다들 알고 이렇게들 콜택시를 불렀던 것이다.
숙소로 돌아갈 일을 걱정하며 일단 버스정류장으로 왔는데, 마침 숙소근처로 가는 버스가 바로 왔다.
숙소 근처 편의점서 세면도구와, 뭔가 허한 마음에 팝콘을 사들고 숙소로.
그리고, 그 시간에 팝콘 한 봉지를 다 먹어버렸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고 간밤에 우걱우걱 팝콘을 다 먹은 것을 후회.
3월 27일. 낯선 도시에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9시 30분 숙소를 나섰다. 친절한 주인아저씨는 주방에서 셀프로 토스트와 계란 요리를 먹고 가라지만, 통영서 먹어 볼 것이 많아 그냥 나섰다.
일단 충무김밥. '할매김밥'과 '한일김밥'이 유명하다는데, '할매'가 들어간 김밥집은 꽤 많아서, 그냥 '한일 김밥'으로. 딱 충무김밥 맛. 가격적 측면에서 만족.(4,500원)
(2010년에 기록한 충무김밥에 대한 단상. 지금은 칠천원쯤 할텐데..)
중앙시장은 둘러봤으니, 서호시장쪽으로 이동. '뻬떼기죽'을 먹어보고 싶어 돌아다니다가 괜찮아 보이는 식당 발견. '쌀로 만든 죽은 비선호, 호박죽/단팥죽'등은 선호'가 취향이라, 뻬떼기죽도 입맛이 맞을 듯 했고, 입맞엔 맞다. 특별히 맛있거나 생각나는 음식은 아님.
'서피랑'이 있는 것은 알았지만 굳이 찾아가 볼 생각은 없었는데. 바로 식당 근처라길래 한 번 올라 가봄. 마침 몸은 카페인을 찾고 있고, '서피랑'에 가면 까페들이 있겠지란 기대가 있었는데, 정말 아무것도 없다.
99계단을 오르는 길에는 박경리 선생님의 어록들이 써 있었는데, '슬픔'에 관한 글들이 내게 콕 와 박혔다. 요 근래 감정의 다수를 차지한 것이 '슬픔'이어서인가, 더 와 닿는 듯한 기분이었다.
예전에 제주에서도 약천사를 갔을 때, 내게 다가왔던 문구가, 그 당시의 상황에 참 적합했었는데.. (지금은 뭔지 기억도 안 나네요;;;)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도 '슬픔'이란 감정이 있기에 다른 감정들도 있고, 빛을 발한다, '슬픔도 받아들어야 하는 것'이란 교훈을 주려했는데, 이 시절이 지나가면, 또 그랬었지.. 라고 할 수 있겠지만,
때론, 슬픔이 너무 거차게 휘몰아 칠 때는, 감정조절이고 뭐고 오히려 튕겨져, 삐뚤어져 버릴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도 충분히 여유있게 하지 못한다. 이제는 몸이 나한테 협박을 한다. '어서 내게 카페인을 내 놓으시오!', 협박에 못 이겨 거의 순간이동을 하다시피 동피랑으로 이동. 또 재빠르게 동피랑을 탐색하고, 여유있게 쉬기 좋은 까페로 들어간다. 이 까페는 참 탁월한 선택이었다. 조용히 휴식을 취하기에..(주인에게는 씁쓸할지도;;)
순간이동과 재빠른 탐색을 하느냐 더웠다. 이 까페 커피의 농도를 모르지만, 일단 샷추가한 아이스라떼를 주문한다. 주문 받으신 분이 묻는다. '아이스라떼에.. 뭐요?','아, 샷 한 개 추가해 달라고요', 그냥 커피값만 계산하시더니 다시 묻는다. '저희가 샷이 두 개가 들어가는데, 몇 개를 넣어 드릴까요?', 아.. 난 이 까페에서 샷 추가를 한 최초의 인류였나 보다. '어,, 세 개요', '네, 알겠습니다'.. 혹시 샷 7개 넣어 주세요, 라고 하면 그냥 넣어 주는지 궁금해졌지만 그냥 궁금해만 했다. 잠시 후, 금가루인지, 금박지인지 가루가 뿌려진 아이스까페라떼를 자리로 가져다 준다.
여기서, 난 잠시 SNS 라이프를 즐기고, 가방에 있던 씨네21잡지도 좀 읽고, 다른 사람들은 통영에서 뭐하고 노는지 인터넷 검색도 해보면서 여유있는 시간을 즐겼다.
다시, 동피랑을 쉬엄쉬엄 돌아다니다가, 빠른 저녁을 먹으러 이동한다.
원래는 '통영맛집'식당을 가려 했으나, 다른 사람들이 뭐하고 노는지 궁금해하다 얻은 정보로 '희락 회 맛집'으로 간다. 가다가, 남망산 조각공원이 보여, 시간도 있고 해서 잠시 올라갔다 온다. 그리고 식당으로.
야채와 회를 넣은 그릇에 살짝 얼린 육수를 부어주는 스타일의 물회이다. 일전에 부산 송정 근처서 이런 물회를 먹은 적이 있다. 맛이 나쁘지는 않으나, 회가 너무 싼 통영임을 감안할 때 가격 대비는 쫌... 내겐 물회는 사랑이건만, 아직까지 물회는 오직 ㅂㅍ머구리이다.
식사를 마치고, 이제 일정 마무리이다. 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간다.
30분이 걸리는 거리인데, 교통 체중으로 50분이 걸렸다.
기계로 예매한 표를 찾으려 했는데, '예매된 내역이 없습니다'란 메세지만.
버스표는 매진이고, 급 당황.
창구로 가니, 아무말 없이 표를 준다. 역시 기계보다는 사람이 최고다.
버스시간까지는 30분이 남았다.
안 그래도, 지난 밤 뜬금없이 감자튀김이 먹고 싶었는데, 뭔가 허한 마음에 팝콘을 먹었는데.
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맥도날드가 있어서 감자튀김과 커피를 마시며 마무리.
여행은 이렇게 아름답게 마무리 되었다. (집에서 길만 건너면 성남버스터미널인 것이 너무도 좋다)
# 통영 기행 평
- '한국의 나폴리'라고 한 사람.. 대체 누구인가요? 나,, 16년 전에 나폴리 갔다 왔었는데... 나만 몰라보는 걸까 해서. 동피랑에서 서피랑에서 조각공원에서 각도를 달리하며 유의깊게 봤는데도, 왜 한국의 나폴리인지 모르겠었음. (숙소가 '나폴리모텔'바로 뒤였는데, 이 나폴리모텔이 정말 어디서든 잘 보인다. 설마 이 모텔때문에 나폴리란 건 아니었죠?)
- 중앙시장에서 서호시장으로 이어지는 길가에 있는 상점의 45%는 꿀빵집, 35%는 충무김밥집.
똑같은 제품을 파는 집이 이렇게 많은데도 다 장사가 되는지 신기하고 궁금했음.
- 길거리를 걸어다니다 보면 은근히 복권파는 곳이 많다. 그리고 음식점 이름에 'oo맛집'으로 상호에 '맛집'이 들어간 곳이 많음.
- '3월의 통영은 좀 추웠다'
- 식 : 충무김밥(4,500원.가격 만족도 좋음, 이 때문에 통영에 잠시 살고 싶어짐), 물회(내 스타일 아님, 15,000원이었는데 차라리 시장에서 회를 먹는 편이..), 회(저렴하게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뻬떼기죽(호박죽류를 좋아한다면 먹어 볼 만함.), 굴요리와 봄철요리라며 '도다리쑥국'을 많이 파는데... 음식을 거의 가리지 않는 내가 못 먹는 음식이 굴과 쑥. 굴은 먹고나면 바로 복통이 오는 알레르기. 쑥은 그 특유의 향이 고약시럽다. 내겐.. 그래서 아쉬웠다. 도다리쑥국 먹어보고 싶건만..
- 주 : 게스트하우스들이 많다. 하룻밤 혼자만 쉬어 갈 것이라 좀 저렴한 곳을 찾았는데, 저렴한 호텔은 7~8만원선. 그래도 좀 더 저렴한 곳을 찾고 싶어 게스트하우스 쪽을 찾고, 조용히 있고 싶어서 1인실이 있는 곳을 찾았는데, 개인 욕실까지 완비된 곳을 발견, 게다가 위치도 좋음.(동피랑게스트하우스), 3만원에 저렴히 숙박. 혼자서 쉬기에 딱 좋음. 그리고 숙소를 찾다 알게 된 사실인데, 통영의 많은 게스트하우스들이 저녁에 '파티'를 제공. 파티를 즐기고 인연을 만들고 싶은 사람은 이런 곳으로. 내 취향은 아닙니다. 여행지에서 밤은 충분한 휴식을 갖는 것을 좋아합니다.
- 구경거리 : 장사도 해상국립공원, 케이블카, 달아공원, 이순신모형선 등의 구경거리가 있다. 누가 가자고 하면 군말없이 가나, 혼자서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모두 생략.그냥 쉬엄쉬엄 도시를 구경하는 것이 더 좋음.
이렇게, 2016년 3월 통영을 만나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