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퐁듀

"La Gruyerien" and "Cafe du soleil"

by 자작공작

2000년 유럽 배낭여행 중 스위스에 들렸었다.

스위스의 대표음식은 '퐁듀'라고 하는데, 치즈에 찍어먹는다는 것이 영 께림찍했다.

그럼에도 다소 호기심은 갔다. 그러나, 루체른서 숙박했던 한인 호스텔의 주인아저씨는 '못 먹을 음식'이라며, 뢰스티를 강하게 추천해주었다. 한국의 감자전 같은 요리라며..

기대하고 먹었던 뢰스티는 별 감흥이 없었다.


그리고 시간은 흐르고 흘러 스위스를 다녀온지도 10년이 지났다.

2010년부터 일하기 시작한 회사에서, 스위스 제네바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다시금, 스위스의 추억이 되살아났고, 이번에는 퐁듀란 음식을 한 번 먹어봐야지 했었는데..

출장을 같이 갔던 중년의 남자 박사님은 매우 강력하게 '퐁듀는 먹을 음식이 못 되'라고 하셨다.

1년에 3번 정도 제네바를 갔었고, 늘 이 박사님과 동행을 했었다. 그래서 더더욱 퐁듀 먹을 기회를 잡기가 힘들었다.

3년여 동안 출장을 다니면서, '퐁듀 먹어 볼 만해, 퐁듀 맛있어'란 의견을 듣기도 한다.

마음을 먹으면 못 먹으러 갈 것도 아니건만, 워낙 의견이 분분한 음식이어서 굳이 무리수를 두지는 않았다.

2013년, 난 이직을 준비하고 있었고 제네바로 마지막 출장을 가게 되었다.

'마지막'이란 의미가 부여되면서, 이번만큼은 꼭 '퐁듀'를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La Gruyerien" and "Cafe du soleil"La Gruyerien" a추천을 받은 출장지 근처의 'cafe du soleil'란 음식점과 인터넷 검색을 통해 'la gruyerien ' 음식점 2개를 리스트에 올려둔다.'la gruyerien ' 음식점이 더 가고 싶었다. 비가 오는 저녁, 숙소에서 버스를 2번씩 갈아타며 'la gruyerien ' 에 도착했다.

테이블의 10여 개 정도 있는 소규모 식당이었다. 식당에서 들어서니 예약을 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아니라는 대답에, 오늘 저녁은 모두 예약 완료되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는다.

하늘이 무너지는 줄.. 비가 엄청 오는 저녁, 버스 2번씩 갈아타면서, 퐁듀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온 곳인데..


그러나, 내가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하는 듯한 리액션을 보였는지, 식당에서는 시계를 보더니, 호의를 베풀어 준다. 내가 50분 만에 식사를 마칠 수 있다면, 저쪽 자리에 앉을 수 있다는 제안을 했다.

그 제안은 당연히 수락되었다.


잠시 후, 맛 본 퐁듀에 눈이 휘둥그레 해 졌다.

세상에서 맛 본 음식 중 맛있는 음식에 손꼽을 수 있던 음식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지난 3년간 먹어보지도 않았다니', 지난 시간들이 원통해지기까지 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추천해 준대로, 디저트로 더블크림 머랭을 먹었는데, 이 또한 얼마나 맛있던지..

(개인적으로 느낌함과 달달함에 면역력이 강하긴 하다)

퐁듀는 끝에, 냄비에 달라붙은 치즈를 박박 긁어먹는 것이 별미라 하는데,

배가 불러 치즈도 꽤 남고, 더 먹을 수가 없어서 그 별미를 맛보지 못한 게 참 아쉽다.


다음 날, 점심시간에 시간을 내어 출장지 근처의 'cafe du solei'를 간다.

그러나 여기서의 퐁듀는 큰 감흥이 없었다.

보통 치즈를 녹일 때, 와인을 넣는다는데 'cafe du solei'의 치즈에서는 와인향이 많이 나서 내 입맛에 맞지는 않았다. 그리고, 'la gruyerien '에서는 포도가 같이 제공되는데, 느끼함을 잘 잡아주기도 했다.


출장기간 동안 'la gruyerien '를 한번 더 가려고 했는데,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아직까지도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음식점이다. 기회만 되면 정말 'la gruyerien ' 퐁듀를 먹기 위해서 제네바를 가고 싶다. 그 날을 위해 명함을 가지고 있다. 꼭 예약을 하고 가야지.


아마, 'cafe du solei'를 먼저 갔더라면 퐁듀는 기억에 남을 음식이 아니었고, 굳이 'la gruyerien '를 또 찾아갈 생각을 않았을 것이다. 순간의 선택이 '퐁듀'에 대한 인상에 영향을 주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초콜릿 상자에서의 초콜릿 선택이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는 명대사처럼..


언젠가 'la gruyerien'에서 퐁듀 먹는 날을 기약하며!

'퐁듀는 못 먹을 음식이 아닙니다!, 단 음식점 선택을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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