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기행(5.3-5.6)

'내가 여행을'이 아닌 '여행이 나를' 좋아하는 것을 입증하다

by 자작공작

4월 초, 연극을 보고 나와 전화기를 보니 친구의 다급한 연락이..

임시공휴일 지정 전이지만,

샌드위치데이라 하루만 휴가를 내면 황금연휴기간인 이 기간에. .싼 비행기표를 발견했다며..

내가 연락이 되지 않아 다른 동행을 구했다 한다.

집으로 오는 길, 다시 연락이 온다. 동행이 가는날 비행기 일정이 잘 안 맞아서..

이렇게 5월 제주여행이 결정되었다.


한 때, 늘 제주여행을 갈망했던 적이 있었고,

국내를 혼자 여행해 본 것은 제주가 처음인, 그런 곳이 제주였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조금 시들해지고..

그냥 '함께'의 의미를 두어서, 제주여행을 하자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가는 곳이 되었다.


5월 3일 화요일, 제주 입도의 날
우진 해장국 -> 만복이네 김밥 -> 동문시장 ->자매국수


나는 3시 40분 비행기로, 친구는 퇴근 후, 8시 20분 비행기로 제주에 입도하기로 되어 있었다.

일, 월의 강풍과 비.. 그리고 제주행, 제주->김포행 비행기의 결항 소식이 연이어 들리고..

화요일 오전, 강풍에 우산을 제대로 필 수도 없어서.

과연 여행을 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몽글몽글.


얼마 전, 밥도 혼자 못 먹는 사촌동생은 과감히 제주행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첫날은 잘 즐겼는데, 다음날 강풍과 비에... 3박 4일의 여행이 되어버렸다.

금요일 회사에서 퇴근 후 바로 공항으로 갔는데, 월요일 새벽 공항에서 바로 회사로 가는 수미쌍관을 달성.

잊을 수 없는 생애 첫 혼자 여행의 기록을 남기면서..'언니는 잘 다녀도 이런 일 없더구먼, 나는 뭐람' 했다.


나의 찬란한 역사에 오명이 쓰이나 했는데,

항공사로부터 결항 연락이 없어서 일단 공항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하니, 부산, 울산행은 다 결항이고, 제주행은 다행히 뜨고 있으나 줄줄이 지연.

아시아나 3시 20분, 3시 25분 비행기는 줄줄이 지연인데, 내 비행기만 제 시간에 뜬다.

아... 실은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이쯤 되면 그냥 여행이 날 좋아하는 것으로 결론 지어도 될 듯하다.

브런치 타임을 잠시 갖으니, 안내 방송이..

5시 제주공항 착륙 준비를 한다더니, 잠시 후 착륙 순서가 7번째로 좀 대기해야 한단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시간이 어언 30분. 공중에 떠 있으니 멀미가 스멀스멀.

5시 30분에 착륙.


일단, 첫 목적지인 우진해장국으로 가기로 한다.

택시를 타려 했는데 줄이 너무 길어 버스로 이동.

처음 만난 해장국은 첨엔 그냥 그랬다. 근데 다 먹어갈수록 감칠맛이..

아마 비행기 멀미 직후여서 그런 여파도 있는 듯..

결론은 다시 한 번 가고 싶은 집..

이 곳도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닿지 않아서..

근데 맛집 프로그램에 나왔다고.. 자꾸 내가 물망에 올려둔 집이 맛집에 소개된다.

맛집 프로그램 따라쟁이 되는 것 같으니, 맛집 프로그램이 없어지길.. 아님 정말 숨은 집을 알려줬으면!

해장국 한 그릇을 싸악 비우고 나오니, 길 건너편에 '만복이네 김밥'이 보인다.

'어머,, 웬일이니..'... 이번에 한라산 갈 때 예약해서 사갈까 했는데...


왕성한 호기심은, 날 저절로 김밥집 앞으로 이끈다.

오늘 김밥은 다 떨어졌고, 주먹밥 1개만 남았다 한다.

김밥이 있으면 진짜 사려 했는데.... 주먹밥은 호기심은 가지만 크게 구미가 당기진 않았다.

그래도 살까. 싶었는데, 저녁식사인 국수를 맛있게 먹기 위해 자제한다.

얼결에, 다음날 오전 김밥 2줄을 예약한다. (원래 10시에 문을 여는데, 예약을 하면 그 시간에 맞춰 준다고 한다. 굳이 김밥을 이럴 필요가 있나 싶어 예약은 포기했었는데...).

그리고 김밥집 앞을 떠나는데, 아주머니는 먹어보라고 하나 남은 '주먹밥'을 손에 쥐어 주신다.

'어머.. 웬일이니..' 것봐.. 역시 여행이 나를 좋아한다니까..

전복주먹밥 득템이요.

조금 걸으니, 동문시장. 시장 안을 구경하고 한라향과 한라봉을 좀 사고 숙소로..

이 회를 정말 사고 싶었지만.. 국수를 맛있게 먹기 위해 양보!
5월에 나오는 한라향이라며 시식을 권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나름 구하기 힘든 과일이었다.

친구는 비행기가 지연되어서 9시에 뜬단다. 제주 오면 10시, 국수집 오면 10시 30분.

그 국수집은 여간해서 먹기 힘들다 한다. 밤에도 1시간을 기다린단다.

세심하게 시간을 계산해 9시 30분에 국수집에 갔는데 대기는 겨우 3팀;;;

나중에 와서 다시 예약을 한다니까, 주인은 대기번호 38번을 말하면, 언제든 바로 자리를 준다고 했다.

친구는 비행기가 더 늦어졌고, 택시를 무려 40분을 기다렸다. 그래서 11시 30분에 도착.. ㅠ.ㅠ

국수집 앞이 공원이지만 깜깜해서 들어가긴 그렇고, 주변을 한 바퀴 돌고, 또 국수집 앞에 앉아 있으면서 두 시간.. 그렇게 만난 국수는 정말 맛있었다. 정말 또또또 가고 싶은 집!!

친구가 저녁을 안 먹고 제주로 와서, 늦은 시간에 뭘 먹어야 할지 알아보다가 국수집이 24시간 한다는 정보를 이번에 입수하게 됨. (제주에 식당들은 일찍 닫곤 해서...)

친구가 정녕 패스트푸드를 먹어야 하는 건가. 했는데.. 검색창에 제주24시간 식당을 입력하니 맥도날드만 쫘악..


국수집서 숙소로 오는 택시.

기사아저씨가 말씀하시는게 좀 어눌하고 불편했다. 그럼에도 계속 대화를 하신다.

이게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불편하면 굳이 대화를 안 해도 되니..)

몇 년 전에 뇌병변이 왔고, 아무리 해도 말이 이렇게 나온다고 하신다.

그러면서 '항상 건강 잘 챙겨라,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바로 병원 가라'며 신신당부.

이번 제주행에서 제일 인상적이었고, 강렬한 기억이었다.


5월 4일 수요일, 점심식사가 한라산에 예약되어 있는 날

한라산 영실코스(컵라면+만복이네 김밥) -> 애월 더 선셋(라떼+당근케잌) -> 곽지해변 -> 당오름 ->숙소(막걸리+김치)->송당초등학교에서 별구경하기.


이번 제주행에서 난 '한라산 영실코스 가자' 했고, 우리의 정해진 일정은 이것이 유일했다.

차를 찾고, 김밥 픽업.. 그리고 한라산 영실코스 탐방로로..

가볍게 한라산 산책.

정확히 10년 전에, 강제적으로 이 영실코스를 등산한 적이 있다.

그런데 영실코스를 아무리 올라도 예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윗세오름에 올랐을 때, 보이던 나무데크.. 딱 이것만 기억이 났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니, 아마 변해서 그런 거겠지요??

6월 초에는 철쭉이 만발하겠지만, 성격급한 철쭉은 미리 펴서 눈요기를 시켜주었다.
이 데크만이 나의 10년전 기억에..


자발적 등산은 내 인생에 없다고 보는 편이 맞을텐데,가끔씩 한라산은 오르고 싶단 생각이 든다. 나한테 자발적 등산욕구를 일으키는 한라산.

하지만, 당분간은 자제해야 겠다는 생각. 힘들어도 너무 힘들다.

윗세오름서 점심식사 그리고 애월에 가서 디저트.

제주에 왔으니 제주 커피 !

잠시 휴식을 취했으니, 바다구경하러.. 곽지해변서 망중한과 음주.

아직 해가 말똥말똥 떠있어서 숙소 근처에 와서 재빨리 당오름 산책. 숙소서 막걸리 저녁.

곽지해변, 노천탕남탕위에 앉아서 음주. 노천탕 구경온 남자들이 '남탕에 여자들이 있어'했음.
당오름


그리고 제주 생막걸리의 놀라운 사실에 대한 정보 습득.

저녁식사 후, 근처 송당초등학교에 가서 수많은 별감상.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


5월 5일 목요일, 어린이날
풍림다방 -> 성읍칠십리 식당 -> 광치기 해변 승마체험 -> 동백동산 ->세화해변 -> 아부오름 -> 숙소(막걸리+김치+평대스낵)


어린이날 기념으로, 제주에서 이제 남들이 하는 것을 해보기로 한다.

테디베어 박물관 같은 것은 대중성이 너무 큰 관계로 하드코어일 것 같아서, 일단 쇠소깍 가서 카약타기, 그리고 해변에서 승마하기를 목적으로 잡았는데...

숙소 앞에 유명한 풍림다방이 있다고 한다. 원래는 다른 곳이었는데 숙소 근처로 이전.

뭐 먹겠다고 찾아다니고 기다리고 하는 것을 즐기지 않았는데, 숙소 앞이라니,, 또 예의를 차려 방문해 줘야 할 듯.. 10시 30분 오픈이라길래 10시 20분에 가볍게 설렁설렁 갔는데 대기팀 2팀.

유명하다는 브뤼레는 정말 정말 너무 너무 너무 맛있었다.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혼자 2잔을 마시겠다고 다짐함.( 이 곳도 알음알음 알려졌는데, 맛집에 소개 된 이후 커피 한잔 마시기 어려운 곳이 되버렸다)

다방에서 시간을 오래 보내는 바람에 쇠소깍은 패스하고, 성읍에 가서 점심식사.

흑돼지도 좋았어요!

그리고 소화시킬 겸 광치기 해변으로 가서 승마체험..

여기까지 하고, 이제 뭘 할까 하다가 동백동산으로 가기로..

가볍게 산책하고, 평대스낵에서 떡볶이 포장해서 차에 싣고, 세화해변가서 거닐다가.. 숙소로 와서 급 아부오름 산행. 숙소서 막걸리와 떡볶이 저녁식사..

막걸리는 전날의 학습으로 힘들게 구입 ^^

세화해변
아부오름
무려 평대스낵 떡볶이! 막걸리의 비밀은?


5월 6일 금요일, 서울 오는 날
서귀포 올레시장 -> 오는정 김밥 -> 제주도립 곶자왈 -> 소지섭 나무 + 테시폰 -> 애월해변 그루나루 -> 앞바르


비가 온다길래, 오늘은 대체 뭘 할까 고민. (비가 오지 않아도 똑같은 고민했을 것이나, 괜시리 비 핑계)

일단 서귀포 올레시장에 간다. 가는 길에 오는정 김밥 예약.

서울로 배달할 과일을 좀 사고, 이중섭 거리를 잠시 거닐고..

예약해 둔 오는정 김밥을 찾고.. 대체 이걸 어디가서 먹을까 고민하다가..

제주도립곶자왈 가기로.. 여기서 점심식사.

사진 좌측이 전망대, 우측이 돌담인줄로만 알았던 연못

전망대를 굳이 올라갈 생각이 없었는데, 친구가 강추. 안 올라갔으면 큰일날 뻔!

올라갔는데.. 정말 좋았다. 전망대 앞에 돌담은, 돌담이려니 했는데, 연못이었다.

역시, 세상은 다각도로 봐야 하는 것이란 깨달음을 얻었다.

애월쪽으로 가는 길 네비대로 가다보니, 소지섭나무를 지나고, 근처에 있는 테시폰도 잠시 들렸다(친구와 1월에도 왔었는데 같은 코스가 되었다)



애월 쪽으로 가니 유명한 까페는 사람이 많고, 전망도 뒤지지 않고 한적한 그루나루에서 휴식

그리고 예약해둔, 회집에 가서 뱅어돔과 감성돔.

신선한 회, 굿!.

이제 차를 반납하고, 공항으로...

8시 50분 비행기였는데, 9시 40분으로 지연.

그래도 뜬 게 어디나며, 그리고 김포에 내려준게 어디나며...(요새 김포 비행기 착륙시간 제한으로 늦으면 인천에 착륙하는 경우가 종종 있대요)

또, 친구가 공항에 차를 주차해두어서, 버스가 끊김에 대한 걱정도 없이 집으로.

밤 12시 10분에 집 도착.

역시, 여행이 날 좋아하는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 여행이 날 좋아하는 것을 입증하며 제주 여행은 끝!

아, 그리고 운전도 조금 해 봄.

2번 핸들 잡아봄.


1. 건강을 잘 챙기자!

2. 제주 생막걸리에 대한 소중한 지식.

3. 제주에서 렌트해볼 용기 조금 생성.

4. 세상은 넓게, 다각도로 봐야 한다.


제주여행을 한다니, 음식점 두 곳을 추천받았는데..

두 곳다 파스타집. 이번엔 가지 않았는데 다음엔 점심으로 파스타먹으러 제주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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