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강아지는 슬쩍 내 방으로 들어온다.
침대에 올려달라고 매달리면 침대에 올려준다.
침대에 올라오면 이불속으로 파고들어 내 옆에서 쌔곤쌔곤 잔다. 잠시 자다가 이불 밖으로 나와 발밑으로 가서 잔다.
하루 그러는 줄 알았는데, 벌써 며칠째 똑같은 패턴이다.
이 강아지의 머리속이 궁금하다.
어떤 생각으로 어떤 행동을 하는 건지..
나름, 자신의 의사표현은 다 한다.
그러나 정작 강아지 당사자는 의사표현을 반도 안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강아지가 딱 하루만 말을 했으면 좋겠다.
얼결에 우리집에 살게 된 강아지,
벌써 그 시간이 10년이다.
강아지를 보면 언제 이렇게 시간이 갔나 싶고,
그 10년 동안 어쩜 늘 한결같이 귀여울 수 있나 싶다. 진짜 볼 때마다 귀여워.
동생이 잠시 파견 나간 회사에 여차저차의 사정으로 7개월된 강아지가 옥상에 있었다. 누구나 데려가서 키워도 된다지만 아무도 그럴 사정이 되지 않았나 보다. 동생이 그 강아지를 덜컥 집에 데려왔다.
그리고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강아지를 한 번도 키워본 적이 없는 집이라,
그리고 강아지를 한 번도 만져 본 적이 없는 나인데,
이런 집과 나에게 강아지가 먼저 적응을 하고 적응을 너무도 잘했다.
난 처음에 무서워 도망다녔는데 자꾸 꼬리치며 다가온다. 그렇게 강아지는 내 삶에 스며들었다.
강아지를 집에서 키우겠다,
어떤 강아지를 키우겠다는 모든 과정이 생략된 채 얼떨결에 만나서 덜컥 가족이 되어 버린 우리 강아지. 동생이 그 곳으로 파견을 안 갔더라면 만날 일이 없었을 것이다.
이 인연이 참 신기하다.
고양이와의 인연은 묘연이라던데..
강아지와의 인연은 뭘까.
이 강아지가 아니라면 내 삶에 강아지랑 같이 사는 일은 없었을꺼야, 라고 생각하지만,
삶에 있어 인연이라는 건 어떻게 만나게 될지 모르는 것이니까...
우리 강아지,
어느덧 나이 듦이 부쩍 보이는데,
부디 부디 오래 같이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