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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0

138. 부부의 세계

by 자작공작

드라마를 본방송으로 정주행한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19금 편성도, 소재도 아닌, 바로 김희애 배우의 출연이 이 드라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다.


꽤나 늦은 시간에 편성이 되기도 했고, 꼼짝 못하는코로나 시대이기에 모든 회차를 정주행할 수 있었다. 딱 한회 보다가 피곤에 못이겨 잠들어 버리고 말았다.


초반, 스피드 있는 전개에 6회에 끝나는 건가 싶었는데 그 이후에는 좀 시들해지다가, 마지막을 압권으로 마무리 했다.


다른 이야기들보다 난 오로지 지선우에만 집중을 했다. 드라마라는 것이 끊임없이 갈등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임에도, 남편은 그렇다쳐도 자꾸 저 아들 왜 저래 하면서 재미가 아닌 피로감을 느꼈다. 드라마를 보는 동안은 편하고 싶었나보다.


그러다가도 아들이 ‘그래, 충분히 그럴 수 있겠지, 많이 힘들겠다’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김희애란 배우를 몰랐을리가 없지만 원체 연예인에 관심이 없어, 그냥 배우 중의 한명일 뿐이었다.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드라마 ‘밀회’였다. 처음엔 소재부터 ‘뭐야, 이 드라마’하고 아예 관심이 없었는데 스치듯 잠시 본 김희애의 연기에 그만 드라마에 빠져버렸다. 책도, 영화도 반복해서 보는 법이 없는데 밀회는 재방이 방영될 때마다 봐서 어느 회차는 열 번은 봤을 법도 하다. 누구도 아닌 김희애였기에 소화가 가능했던 오혜원. 이 연기에 완전히 몰입했었다. 내내 숨죽이고 울면서 봤다. 그 사랑이, 그 외로움이 너무 가슴 아파서.. 그리고 아직까지 나의 최애 드라마이다.


그 이후 지진희와 나온 드라마는 그냥 그래서 초반에 조금 보다가 안 봤다.


솔직히 이번에도 큰 기대가 없었는데, 김희애의 지선우 연기에 몰입되고 말았다.


밀회나 부부의 세계나 감정선이 정말 힘든 연기였을텐데, 왜 이리 힘든 연기만 할까란 생각이 들었다.

(억소리 수차례 나는 출연료에 살짝 수긍도 갔지만...)

그럼에도 보는 입장에서 너무나 완벽히 소화해내는 연기를 보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 너무 몰입해 드라마를 보고나면 지쳐버렸지만...


마지막회를 보고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고,

오늘 편성표를 확인해 재방송하는 마지막회를 다시 봤다. 모든 감정의 절정이 마지막회에 쏟아 부어젔다. 꽤나 여운이 있는 드라마다.


‘그냥 어디가서 죽어버리던가’...

이 대사가 너무 심하게 와 닿았다.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기에...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정말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감정이 뒤엉켜 있을때는 더욱더, 이를 여실히 보여줬다.


정상인이 한명도 없다는 평이 있는 드라마,

그 중에 박선영만 정상이라는 의견이 좀 있는데,

난 김희애보다 그 박선영이 도통 이해가 안 가는데,

이건 또 다른 영역인 것인가?

원작이 영드라 사고방식을 좀 다르게 해야 하는 것인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로 시작했던,

완벽한 것은 하나도 없었던 부부의 세계,

안녕.


종편채널이 생길때 많은 우려가 있었는데,

드라마의 소재측면에서는 영역이 확장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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