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는’이라는 조사
사람은 평등하다는 사실에 너무 과몰입인가,
사실 그 평등하다는 것도 결국 살다보니 누구나 유한한 삶이라는 것만이 평등이라고 느껴지지만,
존경받는 ‘위인’들을 왜 존경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서인가, 너무 쉽게 붙여지는 것 같은 ‘존경’이라는 단어에 신물이 나서인가,
지극히 개인적으로 ‘존경’이란 단어를 즐기지 않고,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존경’이란 단어에는 떠오르는 분이 있다.
지도교수님이다.
1년 6개월 조교를 했고,
논문을 써야 할 때, 여차저차해서 미루려다가
다시 여차저차해서 허둥지둥 쓰게 되었다.
나도 썩 만족스럽지만은 않은 논문주제지만 더 이상 미룰 시간이 없고 마음만 급했는데 먼저 관련 책몇 권을 일단 내 손에 쥐어주시고, 교수님 기대에 한참을 못 미쳤을 수준임에도 이에 대해 내색을 안 하셨다.
무사히 논문심사를 통과하고,
인쇄소에서 받았을 때 잠시 폼이 나는,
곧 라면 받침으로 전략할, 그 모양새의 논문을 들고 교수님에게 인사를 드리러 갔다.
잠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마지막 교수님의 말씀, ‘조교는 정말 잘 했다’... 그렇지요, 그래도 제가 책임감은 좀 강한편이지요..
근데, 이 말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정말 난감했다. ‘조교는, 조교는, 는, 는, 는, 는, 는..’ 잊혀지지 않는 강렬한 ’조사’이다.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문데, 아니 드물기보다는 없는 편이 맞다.
난 첫학기에 다른 교수님의 조교를 하다가, 두번째 학기에 지도교수님의 조교를 하게 되었다.
당시, 수업에도 잘 적응이 안되고 마음이 잘 안 붙여졌는데 한 학기 마치고 더 이상 조교까지 안하게 되었다면 학교를 졸업했을까 생각도 든다.
나를 덜컥 조교로 받아주고,
조교로서 좀 더 가깝게 본 교수님의 모습들,
논문쓸때 티 안나게 힘을 주던 교수님,
졸업하고 몇 년만에 추천서 받겠다고 연락드리고 찾아갔음에도 응원만 해 주시던 교수님( 오랫만에 연락오면 결혼소식 아니면 추천서라는 말씀;;;)
조교들은 명절, 스승의 날 등에 교수님께 선물을 드리곤 하는데, 지도교수님은 선물을 일체 안 받는다는 말에 아예 신경도 안썼었다.
어느날 교수님 방에 갔더니 뭘 주신다. 순간 너무 깜짝 놀랐다. 선물을 받지 않으시지만, 명절때마다 조교들에게 양말선물을 해 주신다. 그렇게 세 번의 명절 선물을 받기만, 했었다.
언젠가는 편하게 뵐 수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