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피아노를 배우긴 했는데 피아노에 손을 뗀지 까마득하게 시간이 지났다.
내가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사람'인지 말하기도 모호하고, 그래도 간단한 연주정도는 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작년엔, 연주회에 갔을 때 마다 유독 피아노 소리가 귀에 들어왔고, 이 욕망을 더 부추켰다.
집 근처에 성인전용 피아노 연습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무려 10년이나 되었다는데 왜 이렇게 늦게 안 건지;;;)
몇 달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올해 1월 시작하게 되었다. 올 1년 꾸준히 할 생각이었다.
구정 연휴 마지막날, 2달 등록을 하고 시작을 했는데 한 달을 채 다니지 못했을 때 코로나의 영향으로(연습실은 계속 운영이 되었지만 원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홀딩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거의 3개월을 쉬다가 다시 시작했다.
맥이 탁 끊어짐은 물론이었다. 2개월 등록인데 지난 일요일이 기간 마지막 날이었다.
2개월에는 8번의 레슨이 포함되어 있었고, 마지막 레슨에서 선생님이 더 연장 안하냐 하길래, 잠시 쉬겠다고 했다. 얼마나요, 하길래, 잘 모르겠어요 했다.
선생님은 처음부터 나한테 무슨 곡을 하고 싶냐고 했는데, 나야 멋들어진 피아니스트처럼 베토벤이니 슈베르트니 하고 싶지만, 내 수준에 전혀 맞지 않고,
'피아노 치는 느낌 좀 나면서 신나는 곡, 그리고 제 수준에 할만한 곡'을 추천해 달라 했지만,
추천해 주는 곡마다 그냥 그랬고, 마지못해 그냥 선택을 했다.(다들 너무 느린 템포의 곡들이었다)
선생님의 입장에서도 '내 마음을 맞춰봐' 이런 느낌일 수도 있을테지만,
간혹, 주변에서 들리는 '피아노 치는 것' 같은 연주 소리에 저런 거 하고 싶어요, 해도 묵묵부답이고..
(님은 실력이 안되세요,란 말을 못해서 그랬던 건지;;;;)
처음부터 너무 압도적인 곡을 해버리면 내가 쉽게 질려버리거나 포기할까봐도 우려가 되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음의 연결이라든가, 스타카토, 손 모양 등에 신경을 썼다.물론 중요하지만, 이런 것을 너무 집착적으로 하니 내가 영 흥이 나지 않았다. 솔직히 무슨 콩쿨이라도 준비하는 기분이 들었다.
나의 의도는 가볍게 즐기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오래전 음악관련 개인 레슨을 받았던 기억이 났다.그 선생님도 자기가 하는대로 왜 못하냐 하면서 나중엔 꽤나 짜증도 섞였다.
나도 짜증이 심하게 났다.
'제가 선생님 하는대로 하면 여기 왜 올까요?' 라는 말까지를 학원에 했다. 결국 선생님이 바뀌었고, 바뀐 선생님은 꽤나 괜찮았다. 그 음악 장르를 영영 외면할 뻔 했는데, 바뀐 선생님을 만난 것은 정말 좋은 기회였다.
이번에 깨달았다. 그때의 처음 선생님이나 지금의 피아노 선생님이나 꽤 어리다.
그리고 레슨 경험이 많이 없고, 본인들이 입시 준비를 하면서 받았던 레슨, 그 영향 및 습관이 남아 있는 것이다.
선생님이 잘 맞았으면 맥이 빠졌어도 그걸 다시 잡아 매어 계속 했을 텐데, 아쉽다.
좋은 선생님 만나는 것이 참 힘든 일인 것 같다.
그래도, 처음에 악보를 보고 막연해 보이고 치는 속도가 느려도 계속 연습을 하니 어느덧 자연스럽게 연주를 하는 나를 보고, '역시 연습이 힘이구나'를 몸소, 다시 깨닫게 되는 계기였다.
어제 연습실에서는 'oo님 요새 안오시는데 많이 바쁘세요'란 연락이 왔다.
나의 안부보다는 등록한 기간이 끝난 회원에 대한 관리겠지.
'요새 바뻐서, 곧 갈께요' 했지만, 하하하하.
집 앞에, 또 다른 성인 피아노 연습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새 유행인가?), 여기를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은 좀 맥이 빠져 있다.
최소 1년은 할 정도로 마음을 먹었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