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 2016, 그리고 어복쟁반
2016년 여름은 지독할 정도로 무더웠다.
별다른 냉방기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 나도, 여름밤 내내 선풍기를 친구 삼을 정도였으니...
여름의 무더위가 지속될 때, 난 계속 1994년 여름이 떠올랐다.
아니라 다를까, 뉴스에서도 무더웠던 해로 1994년이 계속 거론되곤 했다.
그냥, 언젠가 여름이 참 더웠던 적이 있었지..라고 기억할 법도 한데,
1994년의 더위는 내게 강력한 인상을 남겼던 계기가 있었기 때문에.. 꼭 집어서 1994년을 기억한다.
1994년의 여름 - 분당, 고1, 교육 열기
1994년은 내가 '분당'이란 곳에서 첫여름을 보낸 해이다.
당시 나의 세계관으로 종로에서 분당으로의 이사는, 지금 서울에서 대전 정도로 여겨졌다.
생에 첫 이사를 했었고, 고등학교를 입학했던 해이다.
그리고 '분당'이란 곳, 분당에 있는 그 '고등학교'는 이제껏 내가 살아왔던 곳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특히, '교육열' 부문에서...
낯선 환경에 저항도 못하고 그저 순응이란 이름으로 점차 적응해가면서, 여름방학이 되었다.
여름방학 보충수업이 진행되는데, 그 무더위가 찾아왔다.
일부 학부모들의 강력한 반발로 보충수업을 단축하게 되었고, 난 이게 너무도 이상했다.
왜 학교가 학부모들에 의해서 좌지우지되어야 하는지.. 그래서 학교가 우스워졌다.
그때는 어렴풋이 알 정도였지만, 이제야 명확해지는 것은 그 당시 만연했던 '공교육에 대한 불신', 특히 '선생님들에 대한 불신'이었다. 대신 분당에선 엄청난 사교육과 사교육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여름의 무더위가 더불어 이 교육열로 인해 난 1994년의 무더위를 잊을 수 없다.
이것도 추억인 것일까..
2016년의 여름 - 광화문, 정보/활성화/가치, 어복쟁반
2016년의 무더위가 찾아오기 직전인 6월부터 난 4개월 일정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광화문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분당으로 가기 전 살았던 동네이기도 하고 특별히 좋아하는 동네이기도 해서 광화문 라이프의 시작은 상큼했다.
난 '정보, 활성화, 가치'란 주제와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치열한 시간과는 별개로 일은 잘 진행되지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미궁에 빠지는 느낌이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고, 그걸 되돌이킬 수도 없었다.
무더위가 찾아오기 직전에 난 이 프로젝트에서 탈출, 혹은 도망을 시도했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밀고 가는 것도, 중간에 도망을 가는 것도 어떠한 것도 내게 답은 아니었다.
마치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처럼 너무도 힘들었다.
그 '도망'의 시도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실패에 그쳤고....
무더위와 함께 난 다시 '정보, 활성화, 가치'와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잘못 끼워진 첫 단추는 가용할 수 있는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쓰더라도 정상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결국, 프로젝트는 중간에 중단되었다.
무더위가 간다는 인사도 없이 하루 밤새 사라진 그날, 이 프로젝트도 '안녕'없이 끝나게 되었다.
그리고 최종본은 아니라 현재까지의 일을 마무리하는 시간을 잠시 갖고, 이제 '광화문'과도 안녕할 시간이 되었다.
이번 일을 통해 난 1. '신의'로 일을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모든 것은 명확해야 한다. 신의란 말 함부로 쓰지 마라 2. '가치'란 용어는 참 많은 의미가 있다. 쉽게 쓸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3. 무모한 도전은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란 내 가치관의 재확인, 이란 교훈을 얻었다.
광화문에서의 마무리는 '어복쟁반'으로 대미를 장식하기로 했다.
작년에 동대문의 평양냉면집에서 세상에는 '어복쟁반'이란 음식도 있구나, 하고 알게 되었다. 참 많은 관심이 갔는데 비루한 인간관계인지 그 음식을 먹을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광화문 프로젝트의 보람을 여기 '어복쟁반'에서 찾게 되었다. 하하..
20여 년이 지난 후, 또 엄청난 무더위가 찾아온다면.. 난 '신의/가치' 혹은 '어복쟁반'의 기억으로" 2016년, 그 해도 참 더웠지....."라고 기억을 할까, 아니면.. "언젠가 이렇게 여름이 지독하게 더웠던 때가 있었는데..." 하고 기억을 할까.. 그나저나 20년이 지나면 대체 난 몇 살인고....
1994년의 여름처럼, 추억이 있는 2016의 여름이 될는지는... 뭐.. 시간이 흘러봐야 알겠지..
이렇게, 광화문 라이프는 종료가 된다.
2016년 뜨거운 여름의 광화문이여, 안녕..
어차피, 인생이란 건 끊임없는 이별의 연속 아닌가..
식사를 하는 동안 내리기 시작한 비는,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가버리고, 다시 해가 났다.
이렇게.. 비가 그치고 해가 난 것처럼...
내 인생에서도 하나의 문이 닫혔다. 그리고 난 또 새로운 문을 열러 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