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사회적경제를 기반으로 한 일자리창출 사업단에서 일을 했다. 그런데, 참 정부 예산은 가져가는 ‘놈’이 임자라는 말을 눈 앞에서 보면서(이런 경험이 처음도 아니면서) 짜증만 늘어갔다.
그런 중 사업단 직원 두 명이 지역의 여성인력센터 추천으로 오게 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이런 정부 사업은 채 1년도 안되고, 급여도 높지 않은 편이라 구인도 쉽지 않은 편이다. (그리고 규모도 매우 작은편이라 더더욱 그렇다)
그럼 내가 사는 지역에도 이렇게 지역센터에 추천을 의뢰하지 않을까 싶어, 내가 사는 지역의 여성인력센터를 찾아갔다.
난 이런 센터가 다 시스템이 비슷할 줄 알았는데,
사업단 직원들을 추천했던 곳은 센터가 직접 사업단에 추천을 하고 이력서를 보낸 반면, 내가 방문한 센터는 내게 맞을 법한 자리를 나한테 소개만 해주는 방식이었다.
내가 방문한 곳에서 상담한 분이 아마 직업상담사였던 듯 싶다. 나한테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따 보는 건 어때요?’라고 했고, 난 글쎄요, 했지만 상담사분은 기출만 보면 되고, 본인도 했다고 했다.
바로 며칠 뒤가 직업상담사 시험 접수시작일이었고, 난 여전히 시큰둥해 며칠 뒤에 시험접수 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런데 근처 뿐 아니라 대부분의 곳이 마감이었다. 그 와중에 송파가 있었는데, 놀래서 엉겁결에 신청을 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인데, 요새 이런 자격증 시험 신청이 거의 피케팅에 가깝고, 서울에서 다른 지방으로까지 시험을 보러 간 사례도 있었다. 원래 다 마감이었는데, 내가 접속할 즈음에 추가로 시험장이 더 열린 것이었다.
1차는 무사히 봤는데, 또 2차를 앞두고 볼까말까 갈팡질팡했다. 1차를 보고 2년의 유효기간이 있는데 그 안에만 보면 되고, 당장 필요의 이유도 못 느꼈기 때문이다. 2차는 일단 신청을 하고 매일 취소할까 말까하다가 결국 봤다.
결국, 합격은 했다. 그렇지만 난 내가 이 자격증으로 뭘 하게 될거라 생각도 못했고, 뭘 해야 할지도 몰랐다.
센터에서는 간간이 일자리 정보를 보내줬는데, 솔직히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다 너무 별로였다.), 보통 이런 센터의 상담사들은 실적이 중요하고 실적압박이 꽤 있다고 한다. 정말 구직이 필요한 사람이 가는데, 물론 나도 구직은 필요하지만 그렇게 다급하지는 않은 재직자였다.
그러던 중 센터에서 보내준 한 회사에 꽤 관심이 갔다. 회사에 대해 알아보고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고, 이 회사에서 일하게 되었다. 사측은 정규직의 개념이지만 일단 1년 계약의 계약서를 쓴다 했다.
솔직히, 나도 장기적으로 일할 생각은 없었고 1년 계약이 딱 마음에 들었었다. 일자리 사업단에서 일하면서 사회적경제란 것이 더욱 부각되고, 또 각종 지원금이 많은 상황이라 내가 생각하던 일을 사회적 경제쪽으로 풀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일하기로 한 회사가 사회적기업이었고, 교육 관련 업종이며, 가치를 추구하는 회사란 측면에서 난 괜찮게 평가했고(물론 면접과정에서 대표와 부대표는 괜찮지 않았지만, 이 회사가 교육을 통해 풀어내고자 하는 가치가 있어, 이들이 조직경험이 많지 않고 아직은 순수하다는, 얼척없는 오산을 했을 뿐이다), 1년 동안 사회적 기업의 운영, 가치의 사회화 등을 실현해 볼 기회라 생각했다.
나의 얼척없는 오산은 2.5개월만에 파탄이라는 종결을 내었다. 사회적 가치는 커녕 각종 지원금에 눈멀고, 이를 위해 편법이 난무하는 곳이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 곳이어서(대체 이런 곳이 학생들 대상으로 교육을 하다니!!!), 배신감이 더 컸던 듯 하다.
짧은 기간이었고, 엄한 사람이 정부 지원금, 정부 사업 수주하는 것을 처음 목격한 것은 아니지만 거짓으로 일관하는 사람들을 보며 분노가 극에 달했고, 코로나와 함께 방구석에서 분노를 진정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퇴사신고도 제대로 안해 건강보험료가 아주 몰아서 나왔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이미 충분히 알긴 했지만 퇴사후까지 질척이는 이곳을 손절하기를 참 잘했다.
작년에 제일 잘못한 일이 여기를 가기로 한 것이었고, 현재 올해까지 제일 잘한 일이 여기를 손절한 일이다.
그러던 중, 직업상담사 시험준비를 하며 가입했던 까페에서 고용노동부 지청의 계약직 공고를 알게 되었고, 지난 주 금요일까지 5개월간 근무를 했다.
이렇게 된 연결고리가 참 재미있다.
내가 작년 일자리 사업단에 가지 않았다면,
센터도 가지 않았고,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하지도 않았고, 망할 사회적 기업에 가지도 않았고, 이런 계약직도 하지 않았을텐데..
그 이전엔, 작년에 같이 일을 하기로 한 사람과 뜻이 맞지 않아, 일자리 사업단에 가게 된 것이고,
그 이전엔, 공연기획사에서 페이백과, 지원금을 위한 여러 꼼수, 나도 여기에 전적으로 가담해야 하는 상황에 때려쳐버렸다. 그리고서 같이 일을 추진할 사람과 연결이 된 것이다.
만일, 내가 공연기획사에 계속 있었다면 이 일련의 일들은 생기지 않았겠지?
고용노동부 계약직까지 연결된 이 연결고리가 참 재미있네.
또, 어떤 연결고리가 내 앞에 펼쳐질까.
문을 닫으면 또 내 눈 앞에 문이 있다는데.
너무 현실에 몰두하면 그 문이 보이지도 않는다는데, 이제 내 앞에는 어떤 문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