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2020

273. 사라오름

by 자작공작

한라산 등반길, 사라오름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마음에 담아두었다.


‘사라오름’이 목적이었던 제주행, 내겐 이틀 중 하루를 선택할 여지가 있었는데, 혹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첫날 다녀오기로 했다.


날씨가 좀 흐리지만, 비가 온다는 예보는 없다.

갈팡질팡하다가 출발했다.

한라산 초입 비가 오는 듯 마는 듯 한다.

살짝 망설이다가 한라산에 들어선다.


가다보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를 맞으며 계속 갔다.

이쯤이면 사라오름으로 빠지는 길일텐데 통 보이질 않는다. 사라오름으로 빠지는 길은 내 생각보다 높은 곳이라 꽤 등산을 해야 했다.

어느 순간 사람들은 우산을 쓰거나 비옷을 입고 일었다. 한라산 등반길은 햇볕을 피할 곳도 비를

피할 곳도 전혀 없다.


비를 꽤 맞으며 그 ‘사라오름’에 도착했건만.

내 시야에 보이는 것은 안개낀 전경,

한치앞도 모르는 것이 이런 것일까,

어쨌든 도장깨기는 했다, 하고 서둘러 내려왔다.

버스정류장에 오니 정말 속옷까지 다 젖었다.

버스정류장에 있는데 한없는 서글픔과 외로움이 몰려왔다.


사라오름에 가야 해, 비가 많이 오니 이젠 빨리 내려 와야해, 이것에만 신경을 쓰다가 다 달성하고 난 뒤의 현실자각일까,


혼자 꽤 잘 다니는 편인데,

그 날 버스정류장에서 혼자라는 것이 너무도 외로웠다.


비를 조금이라도 맞는 걸 싫어하는 내가,

속옷까지 다 젖을정도로 맞다니,

대체 왜 이런 것일까..


물에 젖은 생쥐꼴이란게 이런 것이었을까,

흠뻑 젖어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홀딱 젖은 운동화를 대체할 신발을 사야 했는데,

마침 숙소에 서울서 사온, 한번도 안 써본 신발드라이기가 있다고, 그걸 내어 주었다.

숙소주인은 성능에 반신반의 했지만, 정말 운동화를 감쪽같이 말려주었다. 숙소 주인도 감탄할 정도였다.


이런 추억이 있던 사라오름.


훗날, 친구랑 다시 사라오름에 올랐는데,

탁 틔인 전경,

사라오름, 너 이런 곳이었니?

너를 제대로 만나기 쉽지 않은 것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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