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할머니, 그리고 영화 베일리.
올해 입춘날은 나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100일이 되는 날이었다.
작년 10월, 할머니는 너무도 갑작스럽게 이생에 이별을 고하셨다.
할머니 연세가 있긴 하지만, 우리 가족들에게는 너무도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할머니가 계실 때 할머니는 가족의 중심이셨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시니 그 중심이 더 크게 다가왔다.
할머니의 부재 후 처음 맞는 명절,
할머니가 계셨기에, 명절날 저녁에는 늘 외가댁으로 모였는데...
할머니의 자식들에게도, 그리고 손자들에게도 '할머니'에게 인사를 드린다는 명분으로 그렇게 모이는 구실은 충분했는데... 그 명분이 사라져 버렸고, 또 우린 구심점을 잃었다.
구정을 앞두고,
가족들은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 갈팡질팡했는데,
큰이모가 이번엔 이모네 집에서 한 번 모여라,라고 하셨고..
유달리 끈끈한 우리 외가 식구들은 모여서 왁자지껄, 그렇게 명절날의 저녁을 보냈다.
표는 내지 않았지만, 다들 속으로는 할머니의 부재를 각자의 방식으로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할머니의 부재가 너무도 익숙해지겠지.
이렇게 이별에 익숙해져 가는 거겠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렇게 다가올 익숙함이 두렵기도 하다.
연휴, 마지막 날 옥수수에서 제공해주는 영화 '베일리, 어게인'을 봤는데..
사랑은 돌고 돈 견생을 타고.. 랄까.
그리고 메시지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인데.
맞다. 또 삶의 유한함을 생각하면 늘 순간을 살고 즐겨야 한다.
과거에 얽매이고 과거를 그리워하며 살 순 없지만..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면서, 마음 한 켠에는 그리움을 두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