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나란 사람이란…
대체 왜인지 모를 시험을 보러 대전에 갔다왔다.
대전으로 가는 기차안, 시험은 안중에 없고 기차가 달리면서 지나가는 풍경에, 문득 유럽의 어느 도시인가를 달리고 있었으면 했다.
대전에는 친한 지인이 있고,
대전행이라 그 지인을 생각했고,
그 지인을 만난 곳은 무려 20년전 미국의 산호세라는 도시였다. 언제라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1년 정도를 살아보고 싶은 도시.
캘리포니아의 햇살,
산호세대학의 카페테리아,
팔로알토 거리.
그 곳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너무도 좋았던 시간들…. 다시 그 도시에서 그 햇살을, 거리를 느껴보고 싶네.
아, 나 떠나고 싶은가 보오.
시험때문에 대전에 가지만,
시험보다 꼭 하고 싶었던 일은 성심당에서 케이크 사오기.
대전역에 성심당이 있다.
난 당연히 여기서 살 수 있을 줄.
대전역에 도착해서 시간이 남아 역에 있는 성심당을 찾아가봤다. 이게 내가 대전에서 제일 잘 한 일.. 왠걸… 역에 있는 성심당에는 케이크가 없다.
으음.. 본점을 가야 하는 군.
시험시간은 100분이었고, 1/2가 지나면 퇴실이 사능했고, 난 늦어도 1시간 안에 퇴실할 줄 알았는데 왠걸 시간을 꽉채웠다. 원래 시험이 끝나는 시간은 3시 40분이었고, 서울로 오는 기차는 5시였다.
당연히 시험에서 일찍 나오고, 역에서 케이크를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모든 것이 계획에서 틀어졌다.
그래도 케이크는 사야 한다.
일단 본점 근처에 케이크를 파는 부티크로 갔다.
여기서 대전 사람 다 본 줄… 부티크 입장부터가 난관이다. 줄이 쫙 늘어섰다. 마음이 급하다. 내 기차가 5시가 맞는지 계속 확인한다.(혹시나 더 이른 시간은 아닌가), 생각보다 줄은 빨리 빠졌는데 매장에들어가서도 난관이다. 계산 줄이 쫘악..
뭘 보고 할 새도 없다. 그냥 계산 줄에 섰다.
사려던 케이크만 샀다.
다행히 줄은 금새 줄고, 케이크도 10분 안에 포장되었다. 바삐 움직여 대전역으로 가서 역안에 있는 성심당에서 빵을 몇 개 샀다. 여기도 계산 줄이 길었지만 금새 줄었다.
이 모든 걸 마치니 4시 20분.
40분 안에 버스와 전철로 2번 이동을 하고,
빵집을 두 군데나 들렸다니…
기차시간까지 40분이나 남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빵을 좀 더 여유있게 볼 껄.
그래도 케이크를 산 나,
대전에 도착하자마자 성심당을 들려서 케이크를 못 사는 낭패를 겪지 않은 나,
이게 이렇게 뿌듯하고 보람되다니..
나란 사람.. 참.
마음이 급해서 동동거리는 와중에도,
케이크는 꼭 사야 한다는 일념에도.
그러면 여유있게 더 늦은 기차를 알아 볼 생각을,
그때는 전혀 못했었다.
대체 왜… 나란 사람이란 참..
아, 그리고 대전서 기차로 케이크를 수송해오는 일은 꽤나 터프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