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외할머니와 할머니 침대에서 같이 잠을 자며 지내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난 20대 후반이었다.
저녁을 먹고, 할머니 침대에 나란히 누워TV를 보곤 했고, 할머니랑 같이 있던 시간이 짧지는 않아서 많은 프로그램들을 같이 봤을 것이다.
다른 프로그램을 같이 본 것은 기억을 못하는데, 유독 '굳세어라 금순아'란 드라마를 같이 본 것은 기억에 남는다. 이 드라마를 특별히 기억하는 이유가 있다.
당시, 한혜진은 신인으로 여주인공역을 맡았다.
남주였던 강지환은 연기력은 뛰어나진 않았어도 이미지 괜찮은 신인이었는데..(사람은 참 모를 일이다)..
그리고, 윤여정이 한혜진의 할머니로 나왔는데,
어디를 외출할때마다 빨강색 배낭을 메고 나갔다. 늘 집에서 나가기 전에 배낭을 메는 모습이 나왔다.
그 모습에 웃으며, 할머니한테 '할머니, 할머니도 어서 배낭메요' 그랬었다.
20대 후반이었던 난, 중년도 노년도 머리 속에 전혀 없었다.
내가 40대가 들어서니, 중년이 되었고 노년도 많이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소위 명품이라는 가방도 다 필요없고, 그저 가볍고 가벼운 가방이 제일이 되었다. 이 조건에 있어서는 에코백이 최고다.
그리고, 그 드라마에서 윤여정이 베낭을 메는 모습은, 드라마적 코디 소품이 아닌 노인들의 삶의 방식이었던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아마, 내가 그 때 가방의 무거움을 알았더라면, 웃으며 할머니한테 배낭을 메라고 말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개인 소지품이 별로 없었던 할머니는 배낭을 멘 적이 없고 작은 숄뎌백을 메고 외출을 하시곤 하셨다.
올해, 70이 된 엄마는 얼마전부터 가방이 너무 무겁다고, 배낭을 메고 다니신다.
외출을 할 땐, 돋보기, 지갑, 핸드폰, 양산 등의 짐이 있고, 이것들 조차 무겁다고..
나도 가방이 무거워지는게 힘드니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아마 내가 이걸 아직 못 깨달았으면, 배낭을 메는 엄마한테 그러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이렇게 나이를 먹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