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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배 Feb 05. 2021

수필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부담에서 자라는 나에 대한 기대감

남편과 큰아이 하교시간에 맞춰 가는 길 띵동, 문자가 왔다.

제3회 의정부시 수필공모전에 수상되셨음을 알려드립니다. 

오마마? 나 당선됐다네? 신랑에게 스웩 넘치게 자랑하며 의정부문화원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작년엔 입선이었고 올해는 좀 공들여 썼는데.. 며칠 밤을 한 자 한 자 다시 쓰고 고쳐 쓰고 해 가며 쓴 글이니 

우수상 정도는 주셨으려나? 기대 아닌 기대를 하며 수상자 명단 페이지를 열었다...


두둥!!

무려 대상!!!


날이 춥지도 않은데 손이 덜덜 떨리고 입술의 핏기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내 이름이지만 진짜 이게 내 이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이름 석자가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여보!! 나 대상이래 헐 대박!!

근래 들어 제일 크게 소리를 지르며 신랑에게 핸드폰 화면을 보여줬고 신랑과 나는 그야말로 어느 콘서트장에 버금가는 환호와 박수로 잇몸이 말라가게 깔깔깔 웃어댔다. 


하교하자마자 만난 딸에게 짐짓 평정심을 찾은 척 엄마가 글쓰기 대회에서 대상 받았어라고 하니 축하보다 앞선 그녀의 말은 "그래서 상금이 얼마래?"

....

하아.. 난 자본주의의 사회에 최적화된 아이를 낳았다보다.


30년 하고도 몇 년 더 되는 인생을 사는 동안

그리고 인터넷이 활성화되고 얼굴을 맞대지 않아도 나의 생각과 일상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던 순간부터 나는 그야말로 SNS를 쉬어본 적이 없다.

파워블로거나 하루 일촌 방문자가 만 명이 넘는 투데이 인기 멤버는 아니었지만, 난 싸이월드, 페이스북을 넘어 카카오스토리와 인스타그램까지 소통, 공유의 끈을 놓아본 적이 없다.

어느 누군가가 눌러주는 좋아요와 댓글도 중요하지만 나는 그냥 내 이야기, 나의 삶. 내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들을 쓰고 알리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쟤는 왜 저러나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의 생각에 공감하며 내 짧은 글귀들이 와 닿았다고, 너무 공감된다며, 나의 글이 참 좋다고 말해주는 이들도 생겨났다.


그에 용기를 얻어 쓴 글이 작년에는 입선을, 올해는 무려 대상까지 타버린 것이다.


솔직히 정말이지 대상까지 받을 줄은 몰랐다.

일등만 기억하는 세상에서 최고 상을 내가 받다니...

늘 앞선 누군가의 뒤편에 서있는 인생살이였는데 이제 내가 맨 앞이 된 기분.

자랑스럽지만 주목되는 시선과 관심이 못내 부끄럽다.


너무나 기쁘다며 온 동네방네 소문내는 남편과 축하한다며 케이크까지 사들고 찾아온 친구 부부의 반응이 어리둥절하고 다시 누군가의 뒤로 숨고 싶은 기분이었다.

출품한 사람들이 몇 명 안됐었나 봐, 운이 좋았던 거겠지 뭐. 라고 나는 나를 끌어내리며 칭찬 가득한 숨 막히는 공기를 애써 식혀본다.


하지만, 나의 기분도 이젠 비행기 좀 태워도 되지 않을까.

대회의 규모가 어찌 되었든 나의 글이, 내가 공들여 선택한 글자 하나하나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두드렸고 울림을 줬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그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내 마음속에 울리는 소리들을 글자들로 저장해놓고 두고두고 보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이 글들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인다면 그것으로 이미 글을 쓴 의미는 충분한 것이며, 혹여 누구에게도 공감을 얻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그 순간 그러했던 나의 감정의 기억의 소중한 기록으로 남겨두면 그만이다.


그러므로,

난 글을 써보려 한다.


공모전 대상이 주는 부담감을 등에 이고 지고 때마다 움츠려들 나의 자존감에 이 부담감을 자신감이 되도록 거름을 주어가며, 글을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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