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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배 Aug 19. 2022

글쓰기 공부

나의 색깔에 채도를 좀 더

어쩌다 글쓰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타고 나도 글이라는 걸 한번 써볼까 싶어 궁리하다 알아낸 브런치 신청은 나의 행운이었는지, 나의 소개글이 적절했는지 어떤 이유에서였는지는 모르지만 한 번의 신청으로 작가로 선정이 되었다.


이 폐쇄적인 성향의 블로그에 발을 디뎌보니 이곳은 온갖 멋진 생각과 멋진 아이디어들을 가진 사람들 전문적 지식이 많은 그야말로 현대시대를 사는 교양인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래서인지 나도 더 있어 보이는 단어들로, 좀 더 깊은 사고를 하는 사람처럼 보여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몇 번의 서툰 글을 쓰고, 퇴고는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개수를 채울 요량으로 글을 썼다.

어쨌든 나는 대상을 탔고,

어쨌든 나는 브런치에 한 번에 작가 선정이 되었으니까.

난 대단해.

나도 저 사람들만큼 잘할 수 있어.


어쩌다 지역공모전에서 상을 하나 받았다는 이력이 자신감을 심어준 것은 맞지만 어쭙잖은 허세로 오히려 독이 된 것 같았다.


그저 얕은 허세의 단어들로 풀어낸 글들은 다시 보니 참 누더기 같았다.

이 궁핍한 글들을 못 견디겠어서 자꾸만 작가님의 글을 못 만난 지 며칠째라는 브런치의 알림도 모른척하며 몇 달을 글을 쓰는 둥 마는 둥 등한시했다.

그렇게 내 나이의  앞 자릿수가 4로 바뀌었고, 끔찍한 재앙이 생길 것만 같았던 올 해의 계절이 두 번 바뀌고 세 번째 계절이 올 준비를 하고 있다. 이 계절을 지나오며 나는 내 안에 감정과 소리들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이 여유는 이태껏 내가 살아온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40년의 나름의 내공이 쌓인덕이란 걸 실감하게 되었다.


더 열심히, 해보자.


그래서 글쓰기 공부를 시작한다.

글을 읽고 쓰며 나를 표현하는 행위를 좋아하지만 이 행위에 대해서 깊게 공부해보는 건 아무래도 고등학교 국어시간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누군가에게 평가받길 위해

정답이 정해져 있는 착한 글쓰기가 아닌

나를 드러내는 글.


10살 딸아이에게 착한 글, 바른 글 쓰지 않아도 되니 너의 생각을 쓰라고 항상 말하는데 정작 내가 그 테두리 안에 갇혀 있었나 보다.


오늘 공부한 내용과 오늘 읽은 글귀가 오늘 밤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처럼 시원하다.


글쓰기에 정답은 없다. 단지 각각의 색깔이 다를 뿐. 평가받는 것에 움츠러들지 말자.


꾹꾹 눌러 접은 편지가 손에 잡혔다. 하얀 편지지 한가운데에 단출한 문장이 조각배처럼 떠 있었다.


다가오는 새로운 계절엔 좀 더 진해진 나의 색으로 만든 조각배를 어디에든 띄울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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