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새 학기 알아두면 좋을 것들.
방역도우미가 알려주는 소소한 팁.
길고 긴 방학이 끝나간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겨울 끝에 부드러운 공기가 슬며시 다가오는 것 같다.
이맘때면 맘카페와 서점은 이런 주제로 항상 들썩인다.
"예비 초등생인데 뭘 준비해야 할까요?"
"예비 초등생 학교 적응하는 법"
이제 2학년, 4학년 올라가는 아이들이 있는 나도 지금에서야 이런 여유를 부리고 있지만 아이들 초등학교 입학을 목전에 두었을 때는 누구 못지않게 요란스레 설렜던 것 같다.
학교에서 방역도우미로 1년 반 동안 일하면서 학교라는 시스템에 대해 일반 학부모보다 더 깊게 지켜볼 수 있었다. 이제 코로나규제가 점차 완화되어 방역도우미라는 직업 형태 자체가 이제는 사라지겠지만, 일하면서 생각했던(엄마 마음으로 느꼈던), 너무나 소소하고 디테일하여 선생님들도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그래도 알아두면 뭔가 쏠쏠한 것들을 몇 가지 정리해보려고 한다.
1. 물건에 표시하는 이름은 학년, 반까지 정확하게
우리 때야 내가 쓸 수 있는 최대치의 반듯함으로 써넣은 견출지를 연필과 공책에 붙였지만, 이제는 네임스티커가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스티커뿐인가 연필, 지우개, 자, 필통에 아예 각인하여 주문을 할 수 있는 스마트한 세상이다.
견출지든, 예쁜 폰트의 네임 스티커이든 그것의 중요한 목적은 분실했을 때 찾고자 함일 것이다.
실제로 학교에는 수많은 분실물들이 나오는데, 개인 물병, 공책, 외투, 핸드폰은 기본이고 정말 황당하게 신발 한 짝 이라든지(지각할까 급하게 신발을 갈아 신다 미처 실내화주머니에 안착하지 못한 외로운 한 짝) 어떤 날엔 아예 책가방 자체를 놓고 가는 경우도 보았다.
분실물을 발견했을 땐 이것을 잃어버렸을 그 아이의 당혹스러움(혹은 잃어버려서 엄마한테 혼날 것이 분명하기에 그 아이가 느낄 무서움)이 염려되어 되도록 찾아주려고 한다.
헌데 이름스티커에는 이름 석자만 쓰여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름만으로도 찾아줄 수 있다면 너무나 다행이겠지만,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많은 아이들 중에 주인을 찾아주기란 그야말로 왕서방 찾기다.
그러다 보면 분실물 모아두는 곳에 제발 본인이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아채고 다시 찾아가길 바라는 물건들이 쌓이고 쌓여 짧게는 한 학기, 길게는 일 년 동안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폐기 처분되기 일쑤다.
지금 같은 흉흉한 시대에 본인의 학년, 반 이름까지 떡 하니 드러 대 놓고 다니기엔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니, 밖으로 보이는 쪽이 아닌 곳에, 특히 자잘한 소품들엔 더더욱 학년, 반, 이름까지 써 놓는다면 혹시나 주인과 떨어져도 다시 만나게 해 줄 수 있는 확률은 높아질 것이다.
잃어버린 물건을 다시 만났을 때 반가움을 느껴본다면 잃어버리면 새로 사면 그만이라는 물질만능주의의 마인드도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
2. 화장실 에티켓은 어릴 때부터 더 정확하게
방역도우미가 교내 학우들이 코로나 유행에 가까워지지 않게 소독을 하는 역할이 중요한 업무이다 보니, 화장실 손잡이는 특히나 더 꼼꼼히 소독한다(문칸 손잡이뿐만 아니라 변기 레버까지)
이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뜻하지 않은 시각적 테러를 당할 때가 있는데 아무리 내 아이 또래의 아이들일지라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맞이하는, 차마 물이 다 내려가지 않은 변기를 마주 할 땐 나도 사람인지라 당혹스러울때도 있다.
이런 완벽하지 않은 뒤처리의 사태가 발생하는 이유는 학교 화장실이 낙후되어 있어 변기레버가 맘처럼 시원하게 내려지질 않는 문제도 있지만(특히나 저학년들에겐 오래 누르고 있어야 내려가는 레버들은 힘에 부칠 수 있다.)
쉬는 시간 빨리 급한 볼일을 해결하고 나가서 놀고 싶다든지 하는 급박한 마음에 혹은 집이 아닌 화장실은 어쨌든 불쾌하니 막혀도 상관없단 식의 마음으로 내가 깨끗하다고 생각할 만큼의 휴지 반통을 사용하고 한 번에 변기에 밀어 넣어 내려버린다든지 하는 화장실 매너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화장실 칸마다 상냥한 말투로 "휴지는 적당하게, 볼일은 마친 뒤에는 레버를 길게 꾹 눌러주세요"라고 안내해 놓을지라도 아이들 눈에 그 글이 얼마나 들어올지는 의문이다.
놀랍게도 이런 매너는 저학년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고학년이 쓰는 화장실도 엉망인 칸이 적지 않다. 물론 어른들만 쓰는 화장실도 항상 깨끗하지만은 않으니.. 어리다는 것을 원인으로 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집에서나 교실에서 화장실 매너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져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휴지는 적당히, 물은 정확하게 내린 뒤 깔끔한 상태를 확인 한 후 나오기.
물론 학교 측에서부터 아이들의 체형과 발달에 맞게 사용하기 어렵지 않은 화장실을 만들어 줘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습관이 오래도록 자리 잡도록 초등학생 때부터 올바른 화장실 매너를 지도한다면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 가게 되는 고속도로 휴게소나 터미널의 화장실조차도 항상 쾌적한 곳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3. 학교 도서관 이용은 자주자주 뻔질나게!!
도서정가제 이후 읽고 싶은 책이 생길 때마다 모두 사보는 것은 약간의 사치처럼 느껴져 도서관 이용을 더 많이 하게 되었는데 공공도서관에서 인기도서를 빌리기란 하늘의 별따기이다. 상호대차는 고사하고 예약순위도 3,4번째일 때가 일쑤다. 그렇게 기다리다 보면 읽고자 하는 흥미가 떨어져 버릴 때도 있다.
특히나 아동도서는 더 하다. 독서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가는 시점에 아이들이 읽고자 하는 욕구가 생길 때 그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않으면 나 그냥 안 읽을래 하고 금방 포기해 버리고 마니, 엄마 마음은 그렇게 조급해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던 중 보게 된 학교 도서관은 그야말로 유레카였다. 인기도서(전천당이라든지 수상한 시리즈라든지, 흔한 남매 만화책이라든지)들의 권수가 상당했고, 또 공공도서관에 비해 이용인원이 적다 보니 책 자체의 컨디션도 아주 훌륭했다.
또한 사서선생님의 추천도서나 학년별 권장도서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배치되어 있다는 것도 훌륭했다.
아동도서뿐인가, 교사/학부모용 도서도 많은 양이 배치되어 있었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일반 학부모들은 대여할 수 없었지만 큰 아이에게 부탁하여,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아이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성인도서를 대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인기가 너무 많아 빌릴 엄두가 나지 않던 <미드나잇라이브러리>나 <파친코>를 읽을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학교 사서 선생님들 재량으로 월마다 교내 도서관 이벤트나 프로그램을 운영하시는데 이 또한 재미가 쏠쏠하다.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친구들이 도서관에 간다 하면 나도 갈래!! 하며 우르르 따라간다. 일단 들어가면 친구 따라 뭐라도 하나 빌려 나오기 마련이니 부모들이 책 읽으라고 떠밀어 주는 것보다 책과 더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제 며칠후면 새마음 새 뜻으로 시작하는 새날, 3월이 온다.
나도 누구 못지 않게 소심하고 소극적인 아이였기에 새학기가 오는것이 설레기보다는 새 친구들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스트레스였고, 심지어 몸살이 나기도 했었다.
어른이 되서 엄마가 되었지만 학년이 바뀔때마다 아이가 느끼는 설레임 혹은 두려움은 지금도 여전하다. 새롭게 만나는 친구들, 선생님과 무탈하게 웃으며 지내길 바라는 마음이 더해지면 더해졌달까.
몇 안되는 팁을 적어보았지만 학교생활을 즐겁게 하기에 제일 필요한것은 어쨋든 학교는 재미있는 곳이고 신나는 곳 이니 엄마들도 학생들도 걱정은 내려놓고 즐기자는 마음으로 3월의 둘째날 새학기를 시작했으면 한다.
아이들의 새학기를 염려하는 엄마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