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배 Jun 05. 2022

신나게 콩쥐되는 날.

아침 9시.

느지막히 일어나 아아로 정신을 깨우고 오늘 있을 빅 이벤트를 생각한다.


오늘은 온유의 뮤지컬 태양의노래를 보러가는 날.


나의 최애. 내 덕질의 주인.

샤이니 온유의 오랜팬이다.


뮤지컬은 6시반이지만 아침부터 마음은 온통 그

곳이다.

이제 준비를 시작하지.

아침먹은 설거지 후, 아이들 실내화와 운동화를 빨고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한다.

때맞춰 무선청소기와 물걸레청소기가 사이좋게 고장나버리는 바람에 창고에 처박혀있던 유선청소기(하지만 흡입력은 예술인)와 밀대를 가지고 세상 아날로그 스럽게 청소를 해댄다.

빨래를 개고, 또 빨래를 널고.


때이르게 더워진 날씨 덕분에 땀이 맺힌다.


청소후 아이들 점심을 차려주고보니 이번엔 냉장고에 몇일째 그대로인 반찬통에 눈이 간다.

남편과 아이들만 집에 있어야 하는날엔 평소보다 더 신경이 쓰이고 치울것들이 보인다.

남편이 집안일에 간섭하는 편도 아니고, 잔소리가 심한 사람도 아니고, 있어봤자 거실아니면 식탁일게 뻔할걸 알면서도 이렇게 혼자 나가는 이른바 자유부인인 날엔 집안일에 더 신경이 쓰인다.

흠잡을데 없이, 아니 흠 잡히지 않게 치워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인가보다.


나무호미로 밭을갈고, 밑빠진 독을 채우고, 쌀껍질을 다 벗겨내야만 잔치에 갈수 있었던,

스스로 콩쥐를 자처하고 난리다.

유난스럽기가 이를데 없다.

이렇게 집에서 난리부르스를 떨고 나면 정작 나가야하는 약속시간이 다가오면 이미 피곤이 한가득 우루사가 따로 없다.


이 지겨운 J형 인간이여-


맡은바 임무를 다 했으니 후닥닥 최애를 만나러 갈 준비를 한다.

물론 그는 날 못보지만(공연장 내자리는 무대에서 너무나 머나먼 2층의 어느구석)

나는 그를 내 눈으로 담을수 있으니, 좀 더 꼼꼼하게 꾸며볼까나.

이보다 떨릴순 없다.

썸타던 남자와 오늘 담판을 지으러 나갈때 이런 느낌일까.


이 신나고 설레는 기분에만 집중하고 싶어서 그렇게 오전 내내 동번서번하며 보이지 않는곳까지 쓸고 닦았다.

할일을 플러스알파까지 마치고 현관문을 나올때의 개운함은 집안일로 쌓인 피로함을 다 날린다.


12시 땡에 모든게 제자리로 돌아가야하는 신데렐라처럼

나도 끝은 정해져 있지만 그래도 오늘은

신나게 놀고 와야지

이어폰에서 그의 노래가 나온다.


나는 이미 파티다.

끝이 정해진 파티였으나 그래도 너무 즐거웁기에-


작가의 이전글 일기를 다시 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