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의 그날은 겨울이었다.
낮부터 눈이 몹시도 많이 내린 그날엔,
치워지는 속도보다 쌓이는 속도가 더 빨라 버스 타고 집에 가는 길이 한참이나 걸렸던 그날에
그는 다른 선택을 했었더랬다.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며, 제발 오보이길 바란다는, 구태의연 하지만 진심이었던 댓글들이 수두룩하게 달리던 뉴스의 주인공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룹의 멤버였고, 나의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걱정을 받으며 밤새도록 꽤나 많이 울었더랬다.
누구보다 멋진 목소리와 예쁜 노랫말과 음악으로 아이돌의 범주를 벗어나 아티스트의 길로 향하던 그의 눈이 어딘가 텅 비어있는 것 같고 방송에 나올 때도 뭔가 애쓰고 있구나 하며 마음 쓰였던 게 한두 번은 아니었지만, 그의 속마음이 그렇게도 아프게 엉켜있는 줄은 상상도 못 했었다.
그렇게 많이도 아팠고, 나보다 더 아프고 힘들었을 남겨진 멤버들을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응원하며 5년을 지나 보냈다.
그 5년의 시간 동안 멤버들과 팬이라는 이름의 우리는 더 단단해졌다.
한동안은 그의 노래를 듣는 것조차 버거워서 듣지도 못했고 그의 이름을 말하는 것조차 죄스러웠던 시간도 있었지만, 그의 노래제목과 같은 이름으로 재단이 생겼고, 어느새 우리는 이제 그의 생일과 그가 떠난 날에 우리는 솔직하게 그리워하고 건강하게 그가 보고픈 마음을 숨기지 않게 되었다. 웃으면서 그와의 추억을 돌아볼 수도 있게 되었다.
하지만 5년의 시간 동안 참 많은 꽃같이 예쁜 사람들이 스스로를 꺾었고, 오늘도 어떤 빛나는 이가 스스로 빛을 꺼버리는 선택을 했다.
외로움이란 건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고차원적인 감정이며, 어느 정도의 외로움은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외로움은 결핍이 아닌, 오히려 오롯이 내게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감정이라는 (김이나 저 보통의 언어들) 정의에 동감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외로워서 괴로웠을까.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는 그들의 시간은 보통의 우리의 시간보다 더 빠르고 치열했기에 모든 게 예쁘기만 할 나이에 모든 걸 놓아버리고 말 수밖에 없었던 걸까.
물리학의 관점으로 보면, 죽음은 슬픈 것이 아닌 그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라고. 원자로 돌아가 태초에 있던 형태로 돌아갈 뿐이라고 했다. 죽음은 끝이 아닌 다른 존재로 영원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그들은 그렇게 다른 존재로 영원을 살고 싶었던 걸까.
누군가의 영원이
누군가에겐 오래 두고 천천히 만져줘야 할 상처가 생긴 날.
그래도 어찌 되었든 우리가 견뎌온 5년의 시간만큼 언젠가는 반드시 괜찮아질 거라고.
우리를 믿으라고.
봄은 언제나 돌아온다고.
누구에게라도 말해주고 싶은 밤.
봄이 왔는데도
오늘은 마음이 여간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