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점수 41점, 회사의 '허리'가 끊어지고 있다

by 업스트리머

부제 : 월급이 유일한 위로가 된 10년 차 과장님들에게, 빅터 프랭클이 묻다.

* 유튜브 팟캐스트


​41점짜리 행복, 그리고 62%의 마취제


"한국 직장인 행복도 41점."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발표한 2023년 성적표다. 학창 시절에도 받아본 적 없는 41점이라니. 명색이 치열하게 산다는 'K-직장인'들의 삶은 낙제점인 셈이다.

* 직장인 행복점수 41점


더 뼈아픈 건 이 불행의 진원지가 갓 입사한 신입이 아니라, 회사의 핵심인 3040 대리·과장급이라는 사실이다. 위로는 임원 눈치 보랴, 아래로는 MZ세대 비위 맞추랴, 정작 본인의 마음은 돌볼 새가 없다.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조사 결과는 이 비극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직장 생활에서 가치를 느끼는 요인 1위는 압도적으로 '급여(62.7%)'였다.

* 직장인 만족도 1위는 급여


업무의 보람이나 심리적 애착은 사치스러운 단어가 돼버렸다. 입사 10년 차, 일은 눈감고도 할 만큼 능숙해졌는데 가슴은 차갑게 식었다.


​우리는 어쩌면 매달 25일 들어오는 '금융치료'라는 마약성 진통제로 간신히 버티는 '고기능 우울증 환자'가 아닐까. 회사의 기둥이라 불리지만 속은 텅 빈, 41점짜리 행복을 안고 오늘도 출근하는 당신과 나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반격


​"월급날만 기다리는 좀비."


거울 속 내 모습 같아 씁쓸했다. 이 지독한 공허함을 이기기 위해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꺼내 들었다.


아우슈비츠라는 생지옥에서 인간의 존엄을 지켜낸 정신과 의사의 기록.

​그는 빵 한 조각보다 더 절실한 생존의 조건으로 '의미'를 꼽았다. 그리고 니체의 말을 빌려 이렇게 선언한다.


"살아야 할 이유(Why)를 아는 사람은, 어떤 방식(How)의 삶도 견뎌낼 수 있다."


대한민국 3040 직장인들은 'How(방법)'의 도사들이다. 기획안 통과시키는 법, 상사 기분 맞추는 법, 연봉 협상하는 법은 너무나 잘 안다.


하지만 정작 'Why(이유)'는 잃어버렸다. 내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 고생을 하는지, 이 일이 내 삶에 어떤 의미인지 답하지 못한다.


​우리의 행복도가 41점인 이유는 야근 때문이 아니다. 'Why'가 사라진 자리를 오직 '월급'이라는 마취제로만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의미 없는 'How'의 반복, 그것이 바로 우리가 겪는 수용소다.




AI 참모의 분석 : 월급은 진통제일 뿐이다


​"도대체 왜 통장에 월급이 찍혀도 허무함은 사라지지 않을까?"


답답한 마음에 AI에게 빅터 프랭클의 '의미 치료' 관점으로 한국의 3040 과장들을 분석해달라고 요청했다.


AI 참모의 진단은 냉정했다.

"그것은 전형적인 '실존적 공허(Existential Vacuum)' 상태입니다. 생존 수단인 연봉은 해결됐지만, 정작 '왜 일하는가'에 대한 의미가 거세된 상태죠."


​AI는 흥미로운 해석을 덧붙였다.

​"지금 3040 세대는 스스로를 '고성능 부속품'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부품은 목적이 없습니다. 쓰임만 있을 뿐이죠. 월급은 그 마모된 정신에 대한 강력한 진통제일 뿐, 근본적인 치료제가 될 수 없습니다."


​뼈아픈 팩트 폭격이었다. 우리가 느끼는 공허함은 배가 불러서 생긴 투정이 아니었다. 내 삶의 운전대를 내가 아닌 회사가 쥐고 있다는, '존재의 상실감' 때문이었다.




월급 봉투 너머의 의미 찾기


​더 이상 회사가 매기는 점수에 일희일비하지 않기로 했다. 내 행복이 고작 41점인 이유는 인생의 채점 권한을 온전히 회사에 넘겨뒀기 때문이다. 이제 회사를 상전이 아닌 '내 삶을 후원하는 든든한 투자자'로 재정의한다.


​나의 반란은 '남의 일'을 '나의 업'으로 바꾸는 것에서 시작된다. 김 부장의 결재를 통과하기 위해 억지로 쓰는 보고서가 아니다. 이것은 훗날 내 사업을 위한 포트폴리오 초안이다. 관점을 바꾸고 주도권을 내가 쥐는 순간, 지루한 업무는 나를 성장시키는 고강도 트레이닝이 된다.


​또한 62.7%라는 급여 숫자에만 갇히지 않기로 했다. 연봉이 올라도 여전히 공허한 건 통장 잔고로는 절대 채울 수 없는 37.3%의 빈 공간 때문이다. 퇴근 후의 글쓰기, 가족들과 산책, 주말의 독서...


회사 명함 없이도 설명 가능한 '나'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짜 반란이다. ​월급(How)이라는 마취제에서 깨어나 의미(Why)를 찾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41점짜리 부속품이 아닌 100점짜리 주체로 출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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