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는 배신이 아니라 '여행'이다

떠난 김 대리가 다시 돌아온 진짜 이유

by 업스트리머

부제 : 신입 10명 중 6명이 떠나는 시대,『연금술사』에서 배운 '부메랑'의 지혜

* 유튜브 팟캐스트


​텅 빈 책상과 돌아온 사람들


​창가 쪽 자리가 또 비었다. 입사 연수 때 가장 눈빛이 초롱초롱했던 신입사원 김 군이었다. 딱 3개월 만이다. 송별회도 없이 메신저 인사 하나만 남기고 사라진 빈자리를 보며 팀장은 혀를 찼지만, 사실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2025년 인크루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입사원 10명 중 6명(60.9%)이 3년 내에 퇴사한다고 한다. 김 군처럼 3개월이라는 수습 기간도 못 채우고 나가는 경우도 6.3%나 된다.

* 신입 10명 중 6명 3년 내 퇴사


소위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대기업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2024년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힘들게 들어간 대기업 신규 입사자의 16.1%가 1년 안에 제 발로 걸어 나갔다.

* 대기업 신입 16.1% 1년내 퇴사


​이유는 복합적이다. 조직 문화, 상사와의 갈등, 연봉... 하지만 통계가 가리키는 가장 큰 퇴사 사유 중 하나는 의외로 '불안'이었다.


"내가 과연 이 일을 잘할 수 있을까?",

"여기서 내 미래가 있을까?"라는 막연한 두려움. 그래서 그들은 더 완벽한 정답이 있을 거라 믿으며 회사를 떠난다.


​그런데 묘한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2년 전, "더 넓은 세상에서 성장하고 싶다"며 패기롭게 사표를 던졌던 옆 팀 박 과장이 어제 다시 회사로 출근했다.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화려하게 복귀한, 일명 '부메랑 직원'이다.


​신입들은 불안해서 떠나는데, 떠났던 자는 다시 제 발로 돌아온다. 도대체 회사가 지옥이라며 나갈 땐 언제고, 그는 왜 다시 이 전쟁터로 복귀를 선택한 것일까. 떠난 자와 돌아온 자, 그 사이에는 우리가 모르는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




『연금술사』의 반격


​돌아온 박 과장을 두고 "결국 밖이나 안이나 똑같다니까"라며 자조 섞인 농담이 오간다. 하지만 달라진 그의 눈빛을 보며 문득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연금술사』가 떠올랐다.


이 책은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지만, 직장인들에게는 그저 '꿈을 쫓으라'는 뻔한 동화로 치부되곤 한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 대입해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주인공 산티아고는 보물을 찾아 양 떼를 팔고 이집트 피라미드까지 먼 길을 떠난다. 사막을 건너고 죽을 고비를 넘기며 도착한 그곳에서 그가 깨달은 진실은 허무했다. 그토록 찾아헤매던 보물은, 바로 그가 매일 밤 잠들던 스페인의 낡은 교회 무화과나무 아래 묻혀 있었다는 사실이다.


​누군가는 묻는다. "그럴 거면 왜 그 고생을 하며 떠났어?" 하지만 책은 답한다. 떠나지 않았다면, 보물이 바로 내 발밑에 있었다는 사실을 평생 몰랐을 것이라고.


​어쩌면 3년 내 퇴사하는 60%의 신입들도, 다시 돌아온 박 과장도 산티아고와 같은 여정을 겪고 있는 게 아닐까. 그들이 던진 사직서는 회사를 향한 분노의 투척이 아니라, 진짜 내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 티켓이었을지도 모른다.


빈 책상과 돌아온 사람, 그 사이엔 '떠나본 자만이 알 수 있는' 성장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AI 참모의 분석: "그건 실패가 아니라 '전략적 유턴'입니다"


​산티아고의 여정을 현실의 데이터로 검증해보고 싶었다. 나는 AI에게 물었다.


"냉정하게 분석해 줘. 회사는 왜 나갔던 사람을 다시 받아주고, 박 과장은 왜 굳이 돌아온 거야? 결국 밖에서 실패했기 때문 아닐까?"


​AI는 '비용'과 '가치'의 관점에서 답변을 내놓았다.


첫째, 기업 입장에서 부메랑 직원은 '리스크가 제거된 우량주'다. 새로운 직원을 채용해 교육하고 조직 문화를 익히게 하는 '적응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업무 능력과 평판이 이미 검증되었기에, 연봉을 조금 더 줘도 남는 장사라는 계산이다.


​둘째, 개인에게 퇴사는 '객관화의 시간'이다. 산티아고가 사막을 건너며 바람의 언어를 배웠듯, 박 과장은 이직 시장이라는 야생에서 자신의 객관적 위치를 확인했다.


AI는 이를 두고 흥미로운 해석을 덧붙였다.


"귀환은 실패가 아닙니다. 시장 가치를 확인하고 돌아온 '전략적 유턴'입니다. 이전에는 회사가 '감옥'처럼 느껴졌겠지만, 이제 그는 이곳을 자신이 선택한 최적의 '베이스캠프'로 인식할 것입니다."


​결국 떠남은 배신이 아니라, 서로의 필요를 재확인하는 가장 비싼 수업료였던 셈이다. 박 과장의 눈빛이 달라진 건, 그 수업을 수료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떠날 준비가 된 자만이 머물 자격이 있다


​박 과장의 사례는 명확한 메시지를 준다. 회사는 더 이상 우리를 지켜주는 '성'이 아니라, 잠시 머무는 정거장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남겨진 우리가 해야 할 '반란'은 무엇일까? 당장 사표를 던지는 객기 보다 지금 있는 이곳을 철저히 이용하는 것이다.


​오늘부터 회사를 "나를 위한 테스트 베드"로 정의하기로 했다. AI가 분석했듯, 밖에서 통할 실력이 없다면 퇴사는 탈출이 아니라 조난일 뿐이다.


산티아고가 양치기 생활을 하며 사막을 건널 자금을 모았듯, 우리도 매일의 업무를 훗날을 위한 '여행 자금(커리어)'으로 축적해야겠다.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이력서도 업데이트 해둬야겠다. 아이러니하게,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된 사람만이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일할 수 있다. 회사가 시키는 일만 하는 수동적인 부속품이 아니라, 회사의 리소스를 활용해 내 가치를 높이는 주체적인 파트너가 되는 것.


​보물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지금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지루한 사무실 책상 아래 묻혀 있을지도 모른다. 그걸 캐내는 것이야말로 출근길,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우아한 반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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