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누운 배』 특집 4
실무진 단톡방에서는 이미 "망했다"는 결론이 난 지 오래다. 하지만 회의실에서는 감히 그 단어를 입에 올리지 못한다.
바로 본부장님의 올해 '최대 야심작'이기 때문이다.
데이터는 곤두박질치고 고객 반응은 싸늘한데, 우리는 매일 아침 "다음 달이면 반등할 것"이라는 억지 희망 회로를 돌려 영혼 없는 보고서를 바친다.
이미 숨이 끊어진 프로젝트에 온갖 리소스와 야근이라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셈이다.
이 무의미한 연명 치료 속에서 실무자들의 의욕은 바닥을 드러내고, 일상은 좀비처럼 시들어간다.
거대한 철선이 옆으로 누워버린 사상 초유의 사태 속에서 진실을 외면하는 인간들의 기만을 그린 소설 『누운 배』를 꺼내본다.
배는 이미 바닷물에 잠겨 속부터 썩어 들어가고 있는데, 경영진은 태연하게 말한다.
"재건할 수 있는 멀쩡한 배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오직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그들의 집단 최면은 소름 끼치게 지금 우리네 회의실과 닮아 있다.
리더가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지 못할 때, 조직 전체는 진실에 눈을 감는 거대한 맹인 수용소로 변해버린다.
AI는 이미 실패한 일에 끝없이 매달리는 현상을 '매몰 비용의 오류'와 리더의 '확증 편향'이 결합된 조직적 재앙으로 진단한다.
그동안 쏟아부은 돈과 시간이 아까워서, 혹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면 날아갈 권력이 두려워 리더는 진실을 조작한다.
'실패'라는 피드백을 수용하지 못하고 진실이 사라진 조직은 낭떠러지를 향해 달려가는 브레이크 고장 난 기관차와 같다.
기차가 탈선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누구도 멈춤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비극이다.
본부장님의 최면을 당장 깰 수 없다면, 적어도 나 자신은 그 최면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나와 프로젝트의 분리 : 프로젝트의 처참한 실패를 개인의 무능과 동일시하지 마라. 배가 가라앉는 건 내가 노를 잘못 저어서가 아니라, 선장이 구멍 난 배를 모래톱으로 몰았기 때문이다.
기록의 방주 만들기 : 윗선에는 영혼 없는 '반등 보고서'를 쓰더라도, 내 개인 폴더에는 실패의 진짜 원인(시장분석 실패, 무리한 일정 등)을 냉정하게 복기한 '오답 노트'를 남겨라. 이 오답 노트는 훗날 이직할 때 가장 강력한 인사이트로 작용한다.
개인 구명정 점검 : 배가 완전히 가라앉기 전에 뛰어내릴 준비를 해야 한다. 이 프로젝트에 쏟는 감정적 에너지를 최소화하고, 나를 실어 나를 개인 포트폴리오를 조용히, 그러나 치열하게 갱신하라.
누워버린 배를 억지로 세우려다 내 뼈마저 으스러질지 모른다.
죽은 프로젝트에 인공호흡기를 다는 시늉은 하되, 거기에 내 진짜 숨통까지 내어주지는 마라.
침몰하는 배의 충직한 일등 항해사로 남아 수장되는 것보다, 구명정을 타고 살아남아 다음 항해를 준비하는 것이 훨씬 지혜로운 생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