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대신, 내 영혼의 지분을 되찾기로 했다

소설 『누운 배』 특집 5

by 업스트리머

부제 : ​퇴사라는 도피 대신 책상 위에서 당당하게 독립하는 법, 이혁진 『누운 배』



가슴 속 사직서의 진짜 의미


​일요일 밤마다 가슴속 사직서를 만지작거리지만, 월요일 아침이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지옥철에 오른다.

대출금, 생활비, 그리고 "나가면 지옥"이라는 선배들의 경고.

결국 남는 것은 떠나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뼈아픈 자조와 무기력이다.


하지만 우리가 진짜 두려워하는 것은 단순히 매월 25일에 꽂히던 월급이 끊기는 게 아니다.

회사라는 거대한 온실 밖에서, 'A회사 김 팀장'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났을 때 내 이름 석 자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근원적인 공포다.


발상을 바꿔보자. 퇴사만이 정답은 아니다.

떠나지 못한다고 해서 비겁한 것도 아니다.

진짜 문제는 내가 서 있는 장소가 아니라 '주도권'이다.


회사의 부속품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회사라는 인프라를 철저히 이용해 내 성장을 도모할 것인가.

책상 앞을 지키면서도 우리는 얼마든지 '독립'할 수 있다.




이혁진 『누운 배』가 던지는 서늘한 화두


​무너져가는 거대 조직의 부조리를 목도한 뒤, 기어이 자신만의 길을 선택하는 소설 『누운 배』의 마지막 문장을 출근길의 무기로 꺼내 든다.


​"스스로 말미암는다는 것. 내가 내 목적이자 결과가 된다는 것. 자유였다. 자유는 그것에서 비롯하는 불안과 현기증을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문장은 반드시 물리적으로 조직 밖으로 나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상사가 시키는 대로 수동적으로 움직이던 편안함을 버리고, '이 일이 내 커리어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스스로 정의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엄청난 현기증을 느낀다.


남이 내려주는 정답이 아니라 내가 직접 목적과 결과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 낯선 현기증이야말로 당신이 마침내 당신 삶의 핸들을 쥐었다는 벅찬 증거다.




​'나'라는 주식회사의 탄생


AI는 이를 '조직 의존적 자아'에서 '사내 기업가' 혹은 '나라는 주식회사'로의 정체성 전환이라고 분석한다.


​뇌는 타인이 정해준 룰에 순응할 때 에너지를 가장 적게 쓴다.

반면, 스스로 주도성을 발휘하려 할 때는 뇌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며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한다.


즉, 내 일을 주도적으로 장악하려 할 때 느끼는 불안과 막막함은 위험 신호가 아니라, 뇌의 신경회로가 재배선되며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적응적 불안'이다.




​책상 위에서 치르는 조용한 독립 전쟁


​누워버린 배에서 무작정 바다로 뛰어드는 대신, 그 배 안에서 내 구명정을 단단하게 만드는 실전 전술을 시작하자.


​나를 위한 고생으로 치환하기 : 오늘 해야 할 지루한 엑셀 작업이나 껄끄러운 미팅을 '회사를 한 헌신'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이 프로젝트에서 내가 빼먹을 수 있는 기술과 인사이트는 무엇인가?" 철저히 이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 내 포트폴리오의 재료로 삼아라.


영혼의 결재판 사수하기 : 상사의 칭찬에 우쭐하고 질책에 세상이 무너진 듯 좌절하지 마라. 내 업무의 최종 결재권자는 나 자신이다. 조직의 평가 지표(KPI)와 별개로, '어제의 나보다 성장했는가'를 측정하는 나만의 마일스톤을 세워라.


​가짜 성벽 안의 야생 : 회사를 '나에게 월급을 주며 성장을 지원하는 훌륭한 투자처'로 여겨라. 남의 피를 빨아 유지되는 수동적인 부속품이 되지 않겠다는 결연함으로, 내게 주어진 월급 값 이상의 '대체 불가능성'을 증명해 내라.


​사표를 던지는 것만이 자유는 아니다.

부당함에 맞서 나의 원칙을 세우고, 남을 위한 노동이 아닌 나를 위한 성장을 선택하는 순간, 우리가 앉아 있는 그 비좁은 책상은 가장 위대한 독립의 영토가 된다.

이제 현기증을 두려워하지 말자.

우리는 조직의 부품이 아니라, 우리 인생이라는 거대한 배의 유일한 선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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