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시작은 호기심?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하던 일을 멈추고...
가던 길을 멈추고...
수 많은 잡생각들을 멈추어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오늘 아침 만난 하천의 물고기들이 그러했고
나뭇가지 사이 얇은 거무줄을 치고 미동도
하지 않은채 능숙하게 매달려 있던 형광색 왕거미가 그러했고...
비온뒤 축축한 아스팔트 바닥으로 기어나온 지렁이들이 그러했다.
...
...
...
비온뒤 생각보다 깨끗해 보이는
하천 앞에 잠시 멈춰 서 보았다.
약간 맑아져 있을뿐..
평소와 다르지 않아 보이는
하천일 뿐이었다.
제법 많은 치어들이 올망졸망 헤엄치고 있었다.
평소 나였다면 금새 그 자리를 떴겠지만
오늘은 왠일인지 조금 더 멍때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
...
...
조금 오래 보고 있으니...
보이지 않던 붕어가 보인다.
거짓말 아니고... 내 팔뚝만한 붕어 세마리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게 아닌가?
갈색 낙엽과 물속 다른 부유물들과
비슷한
색깔을 띄고 있는 탓에
눈에 잘 띄지 않던 고만고만한 붕어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왠지 붕어가 반가웠다.
금방 그 자리를 떴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녀석들인데..이 아침 만난 붕어와 거미가
내게 관계의 시작에 대해 한 수 알려준 것 같다.
앞만 보고 달려가지 말자.
옆도, 뒤도 보고 멈추어 가만히 있기도 하고.
돈 냄새 맡는 시간보다
욕구를 줄여 세상과 만나는 시간을 늘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올라온다.
돈의 힘이 아니어도 만날 수 있는 자연이
선사해준 본래의 날것들 속에...
순수의 기력을 회복하고 맑아지고 싶다.
시부모니까 그분들과 적당한 거리를 지켜야 삶이 편안해질꺼란 계산 따위를 접어두고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그들을 마주할 수 있는
어린아이같은 천친함으로 한발자욱 내디뎌 봐야겠다.
요즘 내 속물적 근성이 끓어올라 이해타산에 괴로웠다.
그냥 살자.
그러지 말자.
얼마나 산다고...
제발 좀...
고정관념과 작별해보자
...
...
...
불행한 똑똑이 대신
지금바로 행복을 느끼는 바보가 되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