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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살기 Nov 18. 2016

화를 내는 목적은 무엇인가요?

화 꼭 내야한다면 표출하지말고 표현해보자.

갑자기 화를 내는 그 사람..

내겐 그 사람이 갑자기 화를 내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도 지고만 있지는  않았다.
아니 그냥 잠자코 지고 있기엔 너무 억울하단 생각이 들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 그만일로 화낼건 뭐냐며 따져 물었다.

그의 화는 더욱 거세졌다.

그까짓것 하나도 못하냐며 언성을 높이는 그 사람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까짓것 너에겐 그까짓것일지 몰라도 나는 처음하는 일이니 서툴수도 있는거고, 그까짓것을 꼭 잘해야 하는거냐"며 따져물었다.

소리로만 화를 표출하던 그 사람이 수그러들지 않고, 얼굴에 성난표정을 잔뜩 담고 나를 쳐다봤다.

이쯤에서 그만 했어야 했는데...

그만 멈춰지지가 않았다.

그가 뜬금없이 화를 내는 것처럼 느껴졌고, 나는 그 상황이 너무 싫었고, 그래서 더더욱 사과를 받아내고 싶었다.

결국에는 무성의한 사과를 받아내긴 했지만, 무성의한 그 사과의 말에 담긴 의미라는게 그저 더 이상의 실랑이가 귀찮아 앵무새마냥 미안하다고 지껄이는 딱 그 수준의 말같이 느껴져서 더 화가났다.

나는 화내는 사람이 무섭다.

생각으로는 화를 낼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화를 내는 그 상황이 몸서리치게 두렵고 무시무시하다.

모든게 부서져버릴것만 같다. 이것 역시 나의 어릴적 트라우마가 준 영향에 불과하다는걸 모르지 않지만...그럼에도 나는 화내는 그 상황이 진저리나게 싫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화를 낼 만한 상황이었다는 식의 이해가 뒤따르지 않으면 나는 더 불안해진다.

늘 다정한 모드를 유지하다 불현듯 갑자기 화를 내는 그.

그의 화를 돋궜던 불씨가 분명히 내게 있었겠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그를 화나게 할 의도가 없었음에도 그는 화를 냈고, 나는 그의 화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고, 그의 화는 내 속의 화를 끄집어냈고, 우리 둘은 서로를 밀쳐내며 서로를 밀쳐낸 그 자리에 화를 초대했다는 사실이다.


화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소통할 수는 없을까?

꼭 고성을 지르고, 온몸으로 화의 기운을 내뿜어야만 하는걸까?


내가 원하는걸 상대로부터 이끌어내는 방법에 화도 포함 되겠지만, 화를 내게 되면 그순간 내가 원하는걸 상대에게서 얻어낼 수는 있어도 상대방과의 거리는 그만큼 멀어지고 마는 것 같다.


내딴에는그가 오죽 화가 났으면 내게 화를 냈을까 이해해보려 노력도 했지만, 결국 내 속에서 드는 마음은 이 사람을 조금 더 밀쳐내게 됐고, 그를 어려운 사람으로 인식하게 됐고, 가까이 하기엔 뭔가 껄끄럽고 까다로운 사람이라는 느낌만이 남았다.

결국 그가 내게 화를 표출한 결과로써 남긴 것이라곤

내게 그는 더 경계하고 조심해야 하는 유리 와인잔 같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안겨 주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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