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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살기 Jan 17. 2017

이발노예

지금 이 지옥같은 일상을 합리화 하는거야?

어쩌면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오랬동안 이런 방식으로 일하는 것을 멈추고 있어 잊고 있었는데...아니 온종일 일에 매달려 고개한번 들 시간 엉덩이 한번 바닥에 붙일 시간 없이 일하는 지옥에서 탈출하려고 생활자체를 바꿨었는데..앞으로 살아있는한은 온종일 기계처럼 서서 잠시의 틈도 없이 이발이나 하는 이발노예는 되지 말자 이를 악물었었는데..

내 망각기능이 너무 좋았나보다.
7년여정도 이발하는 일을 주말에만 하고 평일에는 그 일을 손놓고 지내다보니 일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졌고, 돈이 필요하니 원래 일하던 방식대로 굳게 마음먹고 일하면 잘 견뎌나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었나보다.


그러나 이건 내 실수다.

치명적 실수...

너무 힘들어서 손님에게 최대한의 서비스를 할 수도 없고 눈한번 맞추지 않고 단답형으로 손님께 원하는 머리형태를 질문한 다음 기계처럼 바리깡과 가위를 휘두른다. 그렇게 10분쯤 지나면 곧바로 다음손님.. 다음손님.. 다음손님.. 계속... 20분가량 점심을 먹고 저녁  8시30분이 되도록 계속 다음손님...무한반복 하루 30명 안팎의 컷트.염색 각종머리 손님을 받고 같은 행동을 되풀이한다.

손님이 오든 가든 인사하고 싶지도 않고 불친절은 날로 쌓여간다. 불친절 정도는 애교이고 사실 속에서 매번 욕지거리가 올라온다. 손님이 일어선 자리에 곧바로 다른손님이 앉고 또 다른손님이 다시 앉고...

이렇게 더 지내다가는 스스로가 혐오스러워지고 매일 자살만 꿈꾸는 자살예찬론자가 될것 같다.


이 생활이 낳은거라곤 알량한 월급200만원과 주2틀의 휴무날에 널브러져 손하나 꼼짝 못하고 무기력을 체험하는 것이 전부다.


날이갈수록 생각이 바늘하나 들어갈 틈없이 좁아지고 날카로워지고 있다


이제 이번달만 채우면 종일근무는 지양해야겠다는 생각이 뚜렸해지고 있다.


이로써 확실히 알게 됐다. 내가 원하는건 적어도 이런 이발기계의 삶은 아니란걸.

이게 내가 버틸 수 있는 삶도 아니란걸...

너무 버티고 넘어서려는 삶을 지향하려고 하지말자. 부족해도 내 생긴 모습그대로에 맞춰 살아보자.

욕망이 나날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지만, 아니 어쩌면 내 기본 욕망자체가 내능력치에 비해 처음부터 너무 거대했던 것도 같다. 그렇다고 일을 늘려 욕망을 채우는 것은 나로서는 제살 갉아먹기밖에 안된다는걸 뼈져리게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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