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감기 그까이꺼라고. 그건 남의 감기니까 그리 보이는거지.

by 그냥살기

시간 지나면 저절로 낫는게 감기니까 약 같은 건 사먹을 필요가 없단 얘기를 방송에서 들은 기억이 있다. 약을 먹으면 강제로 콧물을 말라 붙게, 기침을 멈추게 할 순 있지만, 감기약엔 불필요한 소화제와 항생제들이 많이 들어가 있으니 먹지 않는게 좋다고 들었던 것 같다. 게다가 감기의 원인이 세균이 아닌 바이러스라서, 감기를 낫기 위해서 항생제를 먹을 필요는 더더군다나 없다고 했다. 항생제를 먹는 이유가 있다고 듣긴 했었는데, 그 이유에 대해선 기억이 잘 안 난다.
감기를 낫게 하기 위해선 그저 나타나는 여러 증상들을 견디고, 푹 쉬기만 해주면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낫게 된다는 얘기를 몇번이나 들었었고,

그런 이유로 이번 감기에는 전에 해본적이 없던 자연스런 감기 치유 방법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감기란 놈은 점점 심해져만 갔다. 처음엔 기침만 나왔는데, 조금 지나니 가래가 들끓으며 기침할 때마다 목이 따갑고 가슴부위 갈비뼈가 울리면서 너무 아파왔다. 밤이고 낮이고 기침이 심하다보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나중에는 올리브유를 목구멍에 들이 붓기까지 했다.식도가 코팅이 되면 기침을 해도 덜 따갑지 않을까해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감기가 아니라 폐병환자로 착각할 만큼 기침이 멈추지 않고 길게 이어졌다. 사실 폐병을 앓기도 했었지만, 그건 17살때 얘기다.

감기같은 증상이 시작된지 5일쯤 지난 지금은 병원을 가고 싶어도 응급실에나 가야 한다. 아니면 그냥 편의점에서 파는 일반적 감기약 정도를 사먹거나 하는 수 밖에.

지난번 이발소를 하는 남동생이 심하게 감기를 앓고 있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동생에게 이 방법으로 감기가 낫기를 기다리라고 권유했던 기억이 있다.

동생은 일하는 사람이니 한시라도 빨리 나아야 하고, 여유있게 쉴 수가 없다고 얘기 했었다. 그때는 그런 동생에 대해 늘 익숙한 방식으로만 살아가려고 그러는구나 생각 했었는데, 이게 나의 경우가 되고보니 나 또한 동생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병원에 가지 않은걸 후회하고 있는 중이니 말이다.
약을 먹든 안먹든 날때 되면 낫는게 감기라지만 어쨋거나 다음부터 나는 병원 가는쪽을 선택할 것 같다.
어제 오늘에 걸쳐 주말 이발소 알바를 하다보니 감기가 저절로 나을꺼라며 순순히 기다릴 여유가 없다.

불필요한 약을 왜 그렇게나 많이 팔아먹는 건지 의사도, 약사도, 제약회사도 정부도 돈에만 눈이 멀었구나 생각 했는데, 환자가 되고 보니 몸에 좋지 않고, 좋고를 떠나 당장에 큰 부작용만 없다면 양약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 얼릉 낫고 싶은게 환자마음 이란 걸 알게 됐다. 참고로 나는 약을 엄청 싫어한다.

그럼에도 결국 자기 선택이겠지만...책임질 일이 점점 많아지고,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나와 같은 수 많은 사람들이 과연 여유를 갖고 감기가 낫기를 바라면서 다 나을 때까지 기꺼이 여러 증상들을 견뎌내면서 쉬는 것까지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있을런지는 모를 일이다.

내 일이 아닐때와 내 일일 때의 느낌은 너무나 다른 것 같다. 그 무게를 감히 가늠 할 수가 없는 것 같다.

나의 인생의 무게를 남이 짐작이야 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그들이 느끼는 것일 뿐. 암튼 이번 감기 지독히도 고통스러웠다.

어쨋든 간에 다음엔 무조건 감기약을 먹고 고생을 덜 하는 쪽을 택하겠단 말이다. 무조건 무조건 말이다.

이발소 사장 왈 "기침만 하는 감기야?, 다른덴 별로 안 아프고?"

구구절절 아무 설명도 하기가 싫었다. 가슴팍 뼈가 너무 아파서 숨만 쉬어도 아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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