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난 흔적 없이 제자리에 물건 놓기.
아파도 혼자 밥을 지어 먹고,
혼자 분리수거를 하고,
혼자 청소기를 돌리고,
혼자 세면대를 닦고,
혼자 식탁을 닦고,
혼자 침대보를 갈고, 베개 커버를 갈아 끼우고 등등등...할 일은 많다.
아프단 핑계로 미뤄두면 집안은 금새 커다란 쓰레기통이 되고, 그럼 더 치우기 싫어지고,
잠자리에 들기전 문단속까지 했지만, 방금 보고 왔는데도 다시 문잠긴 걸 확인하려 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나는 혼자 사는 인간입니다.
집안에 같이 사는 물건들을 일정한 나만의 룰로 관리하지 않으면, 어김없이 반드시 머지 않아 혼란과 혼돈스런 상황이 닥쳐오고 맙니다.
언젠가 한번은 진화론이라던지, 엔트로피 현상이라던지 하는 것에 관심이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내 식대로 해석한 이 엔트로피인가 뭐시긴가 하는 현상이 주는 메세지가 무서워서 아픈 지금도 저를 지탱하게 하는 최후의 통첩같이 받들어 모시는 것이 바로 이 엔트로피라는 것입니다.
만물은 내버려두면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전한다고 합니다. 제가 이해한 엔트로피는 "무질서도"...좀 어렵나요?무질서의 척도쯤으로 이해 했는데요. "시간이 지배하는 이 자연계에서 무질서는 항상 증가한다, 그리고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음...이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데요.
저도 첨이나 지금이나 어려워서 남들에게 이해 시키기가 매우 곤란합니다.
혼란이 ...그리고 같은 의미로 무질서가 계속해서 증가~~한다고 보는 열역학 제2법칙 이라고 합니다.
어렵다보니 제 스타일로 받아 들이고 해석 했는데, 어쨋든 기본에서 벗어 나지만 않고 응용하면 되니 그 점은 패스하고, 제가 강박적으로 모든 걸 사용하고 제 자리로 원위치 시키는 것에는 엔트로피에 대한 무지 막지한 공포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설겆이는 꼭 한다.
세탁물은 그때그때 넌다. 방바닥에 놓아두지 않기로 한 것은 절대 놓지 않는다. 책상 위, 침대 위,식탁 위, 주방 싱크대 위에는 그것들과 무관한 것을 올려두지 않는다. 모두 각자 자리에 위치한다. 혼자 살기 시작하고 언제나 이런 규칙을 가지고 산건 물론 아니었지만, 몇번의 우울증과 애인이라 생각하던 사람들과 이별한 뒤부터 생긴 버릇입니다.
엔트로피를 낮추거나 유지하는데는 물론 꾸준한 에너지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한순간 방심하고 손을 놓아 버리면 집구석 꼬라지는 금새 아수라장이 되버립니다.
무질서함 속에서도 바로 설 수 있는 사람이라면 상관 없겠지만, 저는 무질서함 위에 바로 설 수 있는 깜량이 못되다 보니 몸뚱이가 피곤해도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지속적으로 이 규칙을 지키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 됩니다.
애인과 이별하고 나면 늘 생활을 유지할 최소한의 기력조차 없어지게 되고, 모든 걸 방치하고 무기력하고, 너저분하게 자포자기해 버리니 결국에는 우울증 스텝을 밟게 되고...우울증 스텝을 밟는게 저 같은 사람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언제든 조금만 삐끗하면 투스텝, 쓰리스텝까지도 밟았었으니까요.
그러나 혼돈과 무질서는 빠지기는 쉬워도 탈출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가침과 가래가 동시에 터져 정신 못차리는 오늘도 저는 청소를 합니다. 단 최소한의 청소를 할 뿐이지만, 바닥을 쓸고 닦고는 잘 안합니다. 시력이 안좋다 보니 안경을 쓰지 않는 한 다행이도 이런 것들은 대충 깨끗해 보이거든요. 큰 물건이 아니면 적당히 깨끗해 보입니다. 바닥은 슬리퍼를 신고 지내는 걸로 해결 됩니다. 이걸로 제 정신의 안전이 얼마간은 유지될거란 믿음을 가져 봅니다.
이것도 혜안이 부족한 저로서의 한계일테고, 누군가는 무질서 속에 질식되지 않고 그 안에 존재하는 새로운 질서와 조화를 맛볼 수도 있겠지만, 저로선 아직은 맛보지 못한 세계이니, 감히 뭐라 떠벌리는 대신 그저 더 이상의 혼란이 키워지지 않도록 오늘도 집정리를 해봅니다.
아! 참고로 말씀 드리는건데, 이런 정리가 힘드신 분들은 타이머를 맞춰 놓고 하루에 몇번만 10분이면 10분 타이머 울릴 때까지 그 시간 안에 정리할 곳을 정해서 타이머가 울리기 전까지만 정리한다고 생각하시면, 가볍게 실천해 보시기 좋을 것 같습니다.
한꺼번에 다 하려면 엄두가 안나기도 하고, 하기 싫어지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