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 항목마다 예산을 세우고 지출해 보아용.
언제나 계획 있는 적정소비를 외쳐 보지만, 그 외침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해서 철저히 이성적 인간으로 개조 된다거나 개념 있는 인간으로 재탄생 되고 싶진 않지만, 단지 약간의 이성을 장착하고 살고 싶을 뿐이다. 그게 과한 바램은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알바도 짤리고 다시 통잔잔고를 생각해야 하는 현실로 돌아 왔음에도, 이 놈의 대나가나 필 받는 대로 소비하는 습관은 떼어낼 수가 없다. 머리와 팔이 원래부터 한몸에 붙어 있던 것 만큼이나 참 자연스럽게 필 받는대로 질러 버리는 나.
되는대로 쓰고 없으면, 손가락 빨면서 자책하거나, 부모님께 손을 벌릴 때가 한두번이 아닌 상습적 구걸왕 이었음에도 소비습관이 잘 바뀌지 않는걸 보면 나도 참 대단한 애구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다시 생각해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지지난주였던가? 어린이날을 기념해서 두레 협동조합에서 인형을 판다는 광고를 보게 됐다. 애정결핍 탓인지 그냥 옆구리가 허전해선지 뭐 둘 다긴 하지만, 뭔가 끌어 안고 잘만한게 필요하던 차에 80센티정도 되는 귀여운 인형을 판다길래 덜컥 예약을 해버렸는데, 왠걸 도착하고 보니 60센치도 안 되고, 귀엽지도 않고, 게다가 너무너무 삐쩍 마른 인형이라 안는 느낌이 상상과 달리 너무 빈약했다.ㅠㅠ
광고사진엔 80센치로 나와 있었고 , 꽤 통통해 보였는데, 사기다 사기ㅠㅠ
만족도가 너무 떨어지는 이번 인형 쇼핑에 대해서 가계부 욕구지출 만족도를 쓰는 칸에 급성 과소비 경험이 주는 실패사례라고 적기까지 했다.
인형을 볼때마다 살짝 짜증이 올라와서 애꿋은 인형을 집어던지기도 했다.
그리고 또 오늘 인터넷으로 주문했던 강신주의 비상경보기란 책이 도착했다.
아! 이걸 주문할 때도 한참 팟캐스트를 듣다 순간적으로 안 사면 후회할 것 같아서 모바일 주문을 해버렸다. 그것도 무려 버스 안에서...
그땐 왠지 꼭 사서 보고 싶었는데, 오늘 도착한 두꺼운 책을 보고, 목차를 훑어 보다보니 읽고 싶은 생각이 순식간에 휘발돼 버렸다.
나는 책을 읽는 것보다 사는걸 더 즐기는 처자다.
이런 식으로 사고 나서 후회하는 쇼핑 경험은 열에 넷.다섯정도 그러니까 정확히는 그때그때마다 다르지만, 거의 지출에 대한 만족도는 반타작 정도인듯 하다.
사실 나는 교보문고 팬시 둘러 보는걸 좋아 하다보니 서점가길 매우 즐기는 편이다. 그것도 대형 서점.
주로 책을 구할 때는 중고책을 사보던가,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는 편이긴 하지만, 그냥 할 일 없으면 서점에서 논다. 예전에는 도서관을 이용했던 적도 있었는데, 보고 싶을때 바로 볼 수 없단 이유와 다시 책을 돌려 주려면 산 날망에 있는 도서관까지 가야 하니까 그 시간이 아깝고, 불편해서 잘 이용하지 않게 된 것도 있다. 마을마다 작은 도서관이 주민센터 안에 생겼지만, 원하는 책이 그 곳에 있은 적이 별로 없었다. 그야말로 작은 도서관일뿐.
대체 어느 인간이 도서관을 산 날망에다 지으라고 한건지...인간에게 교육의 기회를 가깝게 해줘야 하는거 아니냐고. 죄다 돈 되는 것들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시기들...나빠...
암튼 그건 그렇고,
주요 소비내용이 바뀐 것도 있긴 하다.
이젠 내 옷이나 가방, 신발등은 구멍이 날 때까진 거의 사지 않게 됐고, 머리도 직접 자르거나 지인이 직접 다듬어 주거나, 게다가 파마나 염색 따위는 하지 않고, 화장품도 이만원쯤하는 로션 하나면 이.삼개월쯤 쓸 수 있다 보니, 그런 곳에 사용하는 지출을 책이나 다른 가족에게 사주고 싶은걸 사주는 걸로 만족하고 있긴 하다.
그럼에도 뭔가 짜임새 있게 돈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지면서, 점점 소비에 대해서 만큼은 전과 다른 새로운 소비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그때그때 순간의 기분대로 돈을 써버리고는...결국 분수에 맞지 않게 돈을 썼다고 후회하고, 다시 또 그런 일상이 반복되고, 그 미련함에 브레이크를 걸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나는 오늘 중대결심을 하기로 결정했다. 자세한건 잠시후에 자세히ㅎㅎ
어쨋든간에 가족들에게 선물하는게 아까운건 절대 아니다. 순전히 자발적으로 우러나서 주고 싶어 주는 선물이지만, 살때 당시의 어떤 느낌에 휩쓸려 한달 지출액을 초과해서 비상금을 끌어다 쓰는 경우가 늘다보니, 슬슬 이런 방식의 지출이 부담스러워지고 있다.
한정된 돈 안에서 만족도를 높이는 지출을 하는건 쉽지 않다. 자신만의 명확한 가치가 있을 때는 사용할 돈을 어디에 더 배분할지가 명확해지지만,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욕구들이 뒤섞여 있으면 소비를 하고도 만족도가 떨어지고, 자신을 탓하는
일이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아!,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좀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명확해진 참에, 오늘은 지출 항목마다 월별 예산을 짜보기로 했다.
더 많이 쓰고 싶은 곳에 몰빵해 주기로ㅎㅎㅎ
그럼 다른 곳에 지출은 당연히 빈약해 지겠지만, 그래도 소비 만족도가 높아지면, 나도 조금은 덜 후회하게 되고, 행복도 더 자주 느끼게 될테니깐 좋으다 좋으다.
이게 실천 되려면 월 고정지출을 최소화할 필요도 있는데, 고정지출에서 다이어트를 할 수 있을지...
쥐어짜는건 얼마 못 가는 경험을 해본터라 왠지 자신 없지만....암튼 오늘은 월별 지출내용별 예산수립을 해봐야겠다.
ㅎㅎ근데, 아무래도 타고난 기질이 뭘 주고 싶어 안달이다. 이것도 주고 싶고 저것도 주고 싶고...
뭘, 그리도 주고 싶은건지...
날 좀 더 알아 달라고 그러는건지.
사랑해 달라고 그러는건지.
미안해서 그러는건지.
안쓰러워 그러는건지.
알듯 말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