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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부규 Feb 08. 2022

[은퇴인터뷰 21화] 외로운 어르신께 희망을 주고 싶다

서정방문노인돌봄센터 대표 오명숙 씨

외로운 어르신께 희망을 준다는 게 매력이지요.
사업 전망은 좋지만 경쟁이 치열해요.


오명숙


◈ 66세(1955년생)

◈ 2014년 3월 말 공무원(사회복지) 명예퇴직(조기 퇴직)

◈ 2014년 11월 17일 서정방문노인돌봄센터 개관 (부천시 소재)

◈ 2021년 11월 15일 오마이뉴스 연재 기사 보도



25년간 사회복지 분야 공직생활 후 은퇴하시고 지역에서 방문노인돌봄센터를 운영하시는 분을 인터뷰했다. 평소 워낙 정성과 사랑으로 어르신을 돌보시니까 어떤 독거노인께서 큰 감명을 받으셔서 동두천 땅을 증여해 주셨다고 한다. 오명숙 센터장을 처음 본 순간 자상하신 큰 누님을 보는 듯한 따뜻함을 느꼈다. 오늘은 지역 어르신의 행복을 위해 노심초사하시는 그분의 눈부신 활동을 살펴보았다.



사무실 외부 전경



▶ 퇴직 후 소감 한 말씀해 주세요.

퇴직은 정년을 1년 9개월 정도 앞두고 조금 일찍 했어요. 아들 사업을 도와줘야 하는 일이 생겨서 갑자기 퇴직하게 되었어요.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지요. 퇴직하고 쉬지도 못하고 아들네에 맨날 출근해서 일했어요. 제가 나서서 4~5개월에 걸쳐 적극적으로 도와줬지요. 그 후 정리가 잘되고 한 달 정도 쉬면서 시간이 너무 허무하게 지나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남편도 퇴직해서 집에 있었고요. 집에 있다 보니까 아직 젊다는 생각과 일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변 지인 중에 노인돌봄센터를 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저보고 한번 해보라고 추천해 주시길래 아무 준비 없이 뛰어들었어요.


▶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일을 하게 되셨나요?

기본적으로 사회복지 분야에서 공직생활을 25년 동안 해왔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처음에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주변에서 하면 잘할 거라고 적성에 맞을 거라고 칭찬과 권유를 많이 해주셨어요. 저도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못 할 것도 없을 것 같았고 초기 사업자금이 많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었어요.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사회복지사의 기본자세가 되어 있다면 누구든지 사업을 할 수 있어요. 현재 사무실은 8평 정도 되고, 센터 규모로 볼 때 중급 정도 규모로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직원 급여 포함 전체 운영비로 약 5천만 원 이상 나가요.


초기 사업자금 중에서 사무실 임대료가 제일 크지요. 사무실 위치가 굳이 좋을 필요는 없어요. 뒷골목도 괜찮아요. 우리 센터 첫 사무실은 아파트 상가 2층이었어요. 한 1년 월세를 내면서 운영 중에 건물이 팔려버리는 바람에 우연히 이리로 오게 된 거예요. 현재 이 사무실은 모 시의원님이 그냥 쓰라고 주셔서 1년은 무료로 쓰다가 죄송해서 월세를 조금씩 드리고 있어요. 컴퓨터나 사무실 집기는 중고 또는 버리는 것을 가져와서 재활용한 거니까 사무실 꾸미는 데 투입된 금액이 100만 원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요양보호 대상자가 생기면 1대 1로 요양보호사를 대상자 집에 파견해서 보살펴 드리는 거예요. 그 부분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에서 요양보호 비용을 우리에게 지급해요. 그러면 그 돈을 가지고 요양보호사들에게 4대 보험 공제하고 급여를 주는 거죠.


▶ 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사람이 있으면 어떤 준비를 미리 하면 좋을까요?

제가 볼 때는 특별히 준비할 것은 없는 것 같아요. 투자자금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사회복지에 대한 의지와 부딪혀서 해보겠다는 각오만 있으면 다 할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사회복지사 자격증은 있어야 할 거고,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있으면 좋죠.


첫째로 초기 비용이 많이 안 들어가고, 처음 시작은 사무실과 요양보호사 자격증만 있으면 혼자 할 수도 있어요. 혼자 꾸려 나가다가 나중에 요양보호 대상 인원이 15명 이상이 되면 사회복지사 1명을 직원으로 쓸 수가 있어요. 30명 이상이면 2명, 60명 이상이면 3명을 쓸 수가 있어요.


요양보호사들은 우리 사무실로 출근을 안 해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회의나 교육할 때만 와요. 우리 직원인 사회복지사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요양보호 가정을 방문하기 위해 출장을 나가요. 20분 동안 상담해요.


오명숙 대표의 일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 그럼 돌봄 대상자는 어떻게 발굴하시나요?

이 사업은 별도로 홍보를 안 해도 돼요. 맨투맨으로 하면서 지인을 통해서 입소문이 나면 돼요. 모르는 사람이 오는 경우는 진짜 100명 중에서 1명이에요. 우리도 맨 처음에 인터넷 포털 '다음(daum)'에 홍보했는데 거기에서 온 분은 딱 두 명이었어요. 요양보호사가, 어르신들이 그리고 그 어르신 보호자들이 추천해 주기도 해요. 요양보호사는 물론 우리 센터 직원 모두가 아주 친절하지 않으면 대상자가 늘어날 수 없어요.


▶ 이 직종만의 매력은 뭔가요?

어르신들이 요양등급을 받을 정도면 많이 힘드시거든요. 독거노인이 가족이 있으면 그나마 괜찮은데 혼자 계시는 분들은 내 몸을 자유롭게 못 움직이시잖아요. 인지 능력도 떨어지고 그럴 때 숙련된 요양보호사 선생님을 파견해서 그 집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게 되면 굉장히 흐뭇해요. 그런 게 매력이죠. 요양보호사가 가서 청소부터 집안일 싹 해주고 밥도 해주고 맛있는 거 해주니까 어르신들이 정말 좋아해요. 그런 손길이 그리우신 분들인데 누군가 매일 와서 하루에 3시간씩 함께 있어 준다는 희망이 있잖아요. 내일 누가 온다. 그런 희망을 준다는 게 매력이자 참 보람이죠.


▶ 코로나 때문에 힘든 기간이 있으셨죠?

코로나 사태 초기에는 감염 우려 때문에 요양보호사를 파견할 수 없는 가정이 한 10가구 정도 되었어요. 어르신들을 돌봐 주는 가족들이 있으니까 전염될까 봐 걱정되었지요. 지금은 일곱 가정에는 파견하고 있고, 나머지 세 가정에는 아직도 못 들어가고 있어요.


우리 요양보호사가 파견되면 마스크는 기본이고 장갑까지 끼고 철저하게 방역을 하고 일을 하니까 우리 센터에서는 감염되는 일은 없었어요. 저희도 지금 요양보호사분들한테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어요.


그리고 오랜 기간 보호해 오던 어르신들이 돌아가셨을 때 그게 제일 안타까웠어요. 몇 년씩 보살펴 드리니까 정이 많이 들게 되는데 돌아가시면 슬프죠. 4년 정도 돌봐 드린 분은 꽤 있어요. 가장 오래된 분은 처음 요양보호받으신 후 6년 되신 분도 있어요.


▶ 요양보호 어르신 중에서 기억에 남는 분이 있으시다면?

남자 어르신인데 제가 차를 산 지 얼마 안 됐을 때예요. 독거노인이시고 아들은 직장 다니니까 요양보호사 선생님하고 제가 같이 병원에 가다가 뒷좌석에 앉아 있던 어르신이 오줌을 듬뿍 싼 거예요. 기저귀를 착용하고 있었는데도 양이 많으니까 흠뻑 배도록 싸셨어요. 그거 다 뒤처리해드렸죠. 엄청나게 미안해하셨어요. 그런데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어르신이 굉장히 똑똑하고 좋으셨는데 올봄에 돌아가셨어요. 차 보면 맨날 그 어르신 생각이 나요.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우리 동네에 '현민숙 소아과 내과의원'이 있어요. 이 의원 현민숙 원장님이 무료 진료를 많이 해 주세요. 어르신이 요양등급을 받아야 하는데 꼼짝을 못 하시면 가까운 데는 점심시간에 또 먼 데는 퇴근하고 저랑 같이 가셔서 의사 진단도 해드리고 무료로 진료도 해드리고 있어요. 정말 고마운 분이세요.


신문보도자료(출처: 부천타임즈)



그리고 제가 요양보호해드린 어르신으로부터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땅을 증여받았어요. 신문에도 보도(2016년)되었었지요. 양딸로 들어가서 지금 제가 관리해 드리고 있는 분이에요. 5년이 넘었어요. 제가 일주일에 한 번씩 우유랑 두유랑 바나나랑 항상 떨어지지 않게 넣어 드려요. 지금까지도 계속해요. 돌아가실 때까지 제가 보살펴야 해요. 동생분들이 있지만, 어머니 슬하에 자녀가 없어요. 제가 다 알아서 보살펴 드리고 후원자가 돼서 해드리고 있어요. 동생분이 저한테 다 맡기셨어요.


어머니가 먼저 땅을 저에게 주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큰일 나잖아요. 괜히 제가 어르신 꾀어서 땅을 갈취하려는 것인 양 오해받을까 봐 걱정됐죠. 가족이 있으니까 동생을 줘라. 그랬더니 동생이 안 받는다 그랬대요. 어머니가 머리가 되게 좋은 게 뭐 줄까 의논이 아니라 '나 그 땅 오명숙이 줬어'라고 동생한테 얘기했더니 동생이 누나 잘했어! 잘했어! 막 그러더라는 거예요. 그 후 빨리 명의 이전하라고 해서 한 거예요.


▶ 전망은 어떨까요?

노인 인구가 해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어서 전망은 굉장히 좋긴 한데 경쟁이 심해서 그게 흠이에요. 진입은 쉬워도 센터가 자꾸 생기니까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어요. 관리를 잘해야 해요.


▶ 수입은 어느 정도 되나요?

저도 시설장으로서 급여를 300만 원 정도 받고 있어요. 그리고 4대 보험, 퇴직금 적립 등 나가는 게 많아요. 앞으로 볼 때는 수입이 많은 것 같은데 뒤로 빠져나가는 게 많아요. 어르신 댁 방문할 때 빈손으로 못 가잖아요. 음료수 하나라도 들고 가야 마음이 편해요. 이게 영업 비용이지요. 그리고 보살펴 드리던 어르신이 돌아가시면 상갓집 가야죠, 자녀들 결혼하면 또 예식장 가야죠. 소소하지만 이게 모이면 또 큰돈이 돼요.


▶ 이 직업을 선택하려는 인생 후배들에게 조언해 주신다면?

이 일은 봉사하는 것 같은 좋은 일이잖아요. 사회복지사로 일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하면 더 수월할 거예요. 다른 직종보다도 그 일을 쭉 해왔기 때문에 그냥 공정이 쉽고, 생각만 있으면 되니까요. 제가 이 일을 하다 보니까 남자보다 여자가 더 유리해요. 요양보호 대상에 여자 어르신들이 많아서 남자 센터장들이 가정 방문 오는 거를 꺼려요. 여자 어르신들이 부담스러워해요.


▶ 앞으로의 계획은?

노인요양보호 분야에서 방문돌봄센터가 제일 아래 단계이고 그 위에 노인주야간보호센터, 그 위에 요양원, 마지막 최고 단계가 요양병원이에요. 앞으로 요양원을 운영해 보고 싶은데 그건 자본이 10억 원 이상은 있어야 할 수 있거든요. 큰 욕심은 없어요. 요즘에 우리 아들이 와서 센터 일을 봐주고 있어요. 제 몸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이 일을 하고 싶어요. 요양원도 못 할 거는 없잖아요.


요양원 가시는 어르신들이 저 보고 '빨리 요양원 해라 거기 가게'라고 하시는데 1~2억 원 가지고 되는 게 아니니까. 융자 많이 받아서 하는 것도 싫고 그냥 이대로 편안하게 어르신들 돌보면서 건강 유지하고 도울 수 있는 거 돕고 그렇게 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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