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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부규 Feb 08. 2022

[은퇴인터뷰 22화]나쁜 날이 있으면 좋은 날도 있어요

운천 철학원 대표 장형택 씨

《 은퇴(퇴직) 후 새 인생 개척 소시민 이야기 인터뷰 》



과거에 잘 살았으면 미래에 잘 살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해요.

                                                               _ 본문 중에서 _



혜일선사 장형택



◈ 64세(1958년생)

◈ 2009년 1월부터 철학 공부 본격 시작 <12년 차>

◈ 2018년 12월 말 공무원 정년퇴직

◈ 2018년 8월 부천시 중동 상가건물에서 준비하여 8월 현 오피스텔로 이전 철학원 개원

◈ 2021년 12월 8일 《오마이뉴스》 신문에 연재 중



작명, 궁합, 사주팔자, 운세, 풍수지리, 부적 등 이런 단어들은 우리 한국 사람들의 뇌리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원천을 밝히기 위해서는 수백 년, 아니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할지도 모른다.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전통 한국 철학을 오랜 기간 공부하고 수련하신 분이 계시다. 30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시고 철학원을 개원하신 분을 인터뷰했다. 독특한 제2 인생을 개척하신 분을 소개한다.



▶ 퇴직 후 소감 한 말씀?

다들 막막하겠지만 저 같은 경우 정신 수양을 20년 넘게 하고 동양철학을 10여 년 공부하였으니 달리 방법은 없었어요. 다들 퇴직하면 금전적 여유가 있었겠지만, 저의 경우는 현직에 있을 때 틈틈이 공부하느라 지출이 많아서 저축할 여유가 없었어요. 퇴직 후 오히려 지인들의 도움을 받았어요. 퇴직 후 철학원을 바로 개업했기 때문에 가고 싶었던 해외여행을 못 갔어요. 그게 매우 아쉬웠어요.


퇴직을 앞둔 인생 후배들에게 한 말씀드린다면 "20년이든 30년이든 일 말고 뭐든지 조금씩 해봐라. 그러면 옛날부터 하고 싶었던 뭔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라고요. 현직에 있을 때 일도 중요하지만 남는 시간에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들어가서 자기가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해본다거나 특별한 취미활동을 찾아 실행에 옮겨 보기도 하며 지금까지 알았던 세상과 다른 세상에 있는 자기를 찾아가는 거죠. 높은 산에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많이 배우면 배울수록, 많이 보면 볼수록 시야가 더 넓어지잖아요. 자기 삶 자체에 그 허전하고 뭔가 부족한 부분을 조금 더 채울 수가 있어요.



운천 철학원 혜일선사 장형택 대표.  ★뒷모습만 촬영을 허락하셨다.★



▶ 철학원은 주로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철학원은 우리가 사는 인간사 전반을 보는 거죠. 과연 나는 누구이며 향후 미래는 어떤 삶을 살 것인지 배우자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전반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또한, 건강의 취약점은 어디인지 이사 택일, 출산택일, 각종 행사 택일, 성명, 우리가 살아가는 인간사 모든 것을 상담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과거에 잘 살았으면 미래에 잘 살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해요.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가야 하는 우리네 인생에는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고, 나쁜 날이 있으면 좋은 날도 있는 게 우리 인생이에요. 동양철학에 나를 비추어 현재와 미래에 내가 주의하고 피해야 할 점(흉[凶]·화[禍])이 뭔지 그리고 더 열심히 추구하거나 맞이해야 할 것(길[吉]·복[福])이 뭔지를 짚어보는 겁니다.


▶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일을 하게 되셨나요?

저는 어린 시절부터 삶이 참으로 궁금했어요.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으며 계속 살아야 할 가치가 있는가,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등 세상 고민은 혼자 다 짊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내가 어릴 때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생계를 꾸리시면서 힘든 것을 보았기 때문에 그 영향도 있었다고 봅니다. 그러다 보니 사춘기 때도 불만이 많았어요. 돈 벌겠다고 일찍 부모님과 떨어져 객지 생활을 시작하였으나 사회는 그리 녹록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여 대학을 가도 인생의 숙제는 풀리지 않았고 그 후 공무원이 되어도 결혼을 해도 항상 머릿속에는 삶이란 무엇인가가 숙제였어요.


그러던 중 30대 후반에 명상센터를 알게 되고 해답을 어느 정도 찾았어요. 영적 세계관이 어느 정도 확립이 되었으나 직장과 가정이 있었기에 현실을 무시할 수가 없었어요. 중간에 대학원을 진학하여 공부와 직장에 매진하다 보니 정신 수양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 이후에 애들이 사춘기를 심하게 겪게 되고 애들 문제로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다가 1999년부터 알고 있던 철학원 선생님을 만나 정신수양이 아니라 학문으로 접근하였습니다. 사주학을 공부하다 보니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었고 정신적으로 힘든 일도 차츰 좋아졌어요. 초창기에는 사주학에 매진하고 어느 정도 이해가 되어 지리산 남원시 운봉에 계신 스승님을 만나 정신 공부와 병행했습니다.


▶ 특별히 이 사무실에 자리 잡은 이유가 있으신가요?

처음 상가건물에 있었을 때는 방이 하나뿐이어서 상담할 때 예민한 얘기들이 노출되는 문제가 있었어요. 대기실과 상담실이 따로 있을 필요가 있어서 이쪽으로 오게 되었고 사람들이 찾아오기 편하게 전철역 인근으로 잡은 거예요. 8층에 있는 이 사무실을 선택한 이유는 내 사주에 오행(五行) 중에서 목(木, 나무)이 좀 약하기 때문에 그 약함을 보충해 주기 위해 팔(八, 8)을 선택한 거예요. 팔(八)이 목(木)을 의미하므로 팔(八)의 기운을 받아 토(土, 흙)의 기운을 눌러 줌으로써 철학원이 번창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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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五行) : 木(목/나무), 火(화/불), 土(토/흙), 金(금/쇠), 水(수/물)


▶ 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사람이 있으면 어떤 준비를 미리 하면 좋을까요?

이 일은 사주학 책 몇 권을 달달 외웠다고 상담을 할 수는 있는 것은 아니에요. 개인마다 궁금한 사항이 다르고, 한 개인의 운명이 달린 사항이라 조심스러워요. 기초는 학원에 가서 배우고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이 중요해요. 공부만 하면 모든 게 끝이 아니라 그때부터 시작입니다. 공부는 아무나 할 수 있어도 철학원 운영은 아무나 못 해요. 동문 중에도 30년을 매진하고도 철학원 운영을 못 하는 사람을 보았어요. 취미로 하는 사주학은 위험해요. 잘 모르고 하다가 남의 인생을 망칠 수 있어요. 실례로 20년 전에 철학관에서 수술 날짜를 받아 제왕절개로 아기를 출산했는데 택일을 잘못하여 인생을 망쳐 놓은 일도 있었어요. 차라리 운명에 맡기는 것이 좋았겠다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철학원 1년 정도 되었을 때 경기도 어느 시청에 다닌 분이 철학원을 운영해보겠다고 저한테 왔어요. 그분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좀 쉽게 생각한 것 같았어요. 직장을 그만두고 막상 철학원을 운영하려고 하니 어렵다는 이야기는 들었으나 그 후로는 연락이 없었어요. 기초는 학원에서 배우고 좋은 스승을 만나 공부하고 마무리는 철학원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까지 배워야 할 수 있어요. 공부는 가르쳐 주지만 철학원 운영 기술은 잘 안 가르쳐줘요. 쉽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철학원 대기실



▶ 어떤 분들이 주로 찾아오시나요?

다양해요. 사업, 진학, 취업, 주택문제, 금전거래, 승진, 부부관계, 이사, 결혼 택일, 궁합, 개명, 출산택일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궁금한 사항 전부라고 보시면 돼요. 지역적으로는 서울, 인천, 안양, 안산, 수원, 성남, 멀게는 강원도 강릉, 철원에서도 와요. 한번 연을 맺어 놓으면 굳이 여기까지 오지 않아도 자료가 모두 있으니까 전화로 궁금한 것만 상담해줘요.


부부관계는 이혼하려고 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 찍으면 남이 된다고 하잖아요. 그만큼 이혼을 쉽게 생각해요.


▶ 위로가 필요한 분들에게 꼭 해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무리 괴롭고 힘들더라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모든 것은 기다림의 미학이에요.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인생입니다. 정 힘들면 여행을 하세요. 국내 여행 또는 가까운 동남아로 가거나 우리나라 재래시장이나 오일장을 찾아보는 것도 좋아요. 우리 인생이 얼마나 귀하고 치열한지 볼 수 있는 곳이지요. 젊은이들은 스트레스 방어 능력이 조금 부족해요. 너무 귀하게 자랐고, 부족함 없이 자라다 보니까 직장 생활하면서 상사한테 꾸지람을 들으면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많이 고통스러워해요.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은 혼자나 친구들끼리 여행을 떠나거나 책을 많이 읽어야 해요. 그 속에서 나를 찾는 노력을 해야 해요.


▶ 이 직종만의 매력은 뭔가요?

특별히 매력이라고 할 건 없지만, 상담받으러 오신 분이 정신적으로 고통을 심하게 받거나 자녀가 뭔지 알 수 없는 기운에 의해서 고통을 받다가 저에게 찾아왔는데 상담이 끝나고 편안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가셔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계실 때 가장 뿌듯했지요. 그게 매력 아닐까요.


▶ 철학원도 코로나19 때문에 타격이 컸나요?

30년 이상 운영하신 분들은 모르겠는데 주변에 거의 다 문을 닫았다고 들었어요. 저 또한 홍보도 잘 안 하지만 2020년 7월 이후부터 예전과는 매우 달랐어요. 찾아오는 손님만으로는 운영하기 힘들어요. 저의 경우 예전부터 전국에 소문이 좀 나서 그나마 간신히 운영하고 있습니다.


▶ 기억에 남는 손님이나 특별한 일화가 있으시다면?

노부부가 왔어요. 생년월일을 불러주고 그 뒤로는 한마디도 안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혼자 사주에 있는 대로 이야기하다 “이분은 위장이 없네요.”라고 하였더니 건강하단 말만 하시고 나가면서 위암에 걸려 위장을 제거했다고 해요. 궁금한 점이 있으면 서로 이야기하면서 앞으로는 문제가 없겠는지 이런 사항을 상담하고 미래 이야기를 해드려야지 잘 맞추는지 테스트하기 위해서 왔다면 이거는 시간과 돈 낭비라고 생각해요.


또 진주에 계신 분이었어요. 이분은 2시간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고통에 시달렸어요. 대한민국 일류병원은 다 다녔는데도 고칠 수가 없었어요. 사주를 적어 놓고 보니 초혼 실패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남편이 죽을 운이었어요. 그래서 물었지요. 남편하고 사이가 좋으냐고 물었더니 좋다고 해요. 그럼 남편이 살아 계시냐고 물었더니 4년 전에 돌아가셨대요. 돌아가신 남편과 사이가 좋은 결과로 부인 곁을 떠나지 못하고 부인을 그렇게 힘들게 한다는 생각에 조그마한 부적을 하나 작성해서 보내드리고 15일 후에 태우라고 했더니 씻은 듯이 좋아져서 그 후로 페이스북에 놀러 다니는 사진이 막 올라와요. 그 뒤로 진주, 창원에서는 그런 손님한테서만 연락이 왔어요. 한동안 난감했었는데 최근 들어 그쪽에서는 연락이 없어 다행이에요.


▶ 전망은 어떨까요?

인간이 존재하는 한 없어지지 않을 학문이라고 생각해요. 사주명리학(四柱命理學)은 우리 인간사 전반을 다루기 때문이지요. 가족, 친구, 동료, 사회 구성원들과의 관계 모든 것이 이 학문 속에 들어있어요.



상담실과 사주명리학 책들



▶ 수입은 어느 정도 되나요?

정확하게 말할 순 없지만 저는 코로나 오기 전까지는 여유가 있었어요. 특히 신년 초에 수입이 가장 많아요. 일 년 동안의 운세를 보는 거죠. 그 이후에는 이사, 시험, 작명 등으로 다양한 상담을 해요. 평균적으로 직장인 수입은 될 거라고 봐요.


▶ 이 직업을 선택하려는 인생 후배들에게 조언해 주신다면?

철저한 동양철학 공부는 기본이고 거기에 남이 가지고 있지 않은 주특기가 있어야 해요. 주변에 이 직업을 가진 분들이 풍수와 병행하고 있는 것을 자주 봐요. 실제 사례로 태백산에서 20년이 넘도록 공부하고 하산했는데도 생계유지가 안 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도 있더라고요. 공부와 영업전략 주특기가 병행할 때 생계를 잘 이어갈 수 있어요.



정운록(正運錄)은 사주를 보기 위한 자료로써 백호살, 상충살, 삼형살, 12신살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어야 할 풍파(운명)를 기록한 책이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명상 공부든 사주명리학이든 한번 들여놓은 발은 쉽게 뺄 수가 없어요. 여유가 생긴다면 지리산 등 기운 좋은 명산에서 명상 공부를 하고 싶어요. 사주명리학은 남의 인생을 살펴주는 학문이지만, 명상은 자기 성찰 또는 영성을 키우는 학문, 즉 도학(道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제 나이를 먹으니 갈 길이 바빠요. 사람들은 오래오래 살 것처럼 행동하지만 그렇게 길지가 않아요. 돌아보는 삶을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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