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부규 Feb 04. 2023

"장기요양요원을 지원하는 일, 정말 뿌듯합니다"

(퇴직 후 새인생 개척 소시민 이야기) 부천시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장 이영주

이영주 

부천시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장


2020년 1월 사회복지 공무원 퇴직

2020년 4월 10일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부천시민의원 이사장 취임

2021년 5월 1일 부천시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장 취임

저서 : 통통(通通)해서 행복한 사회복지공무원(2014) / 희망을 나누는 복지이야기(2015)



한국의 고령화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은 2025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에 따라 해가 갈수록 돌봄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요양보호사 등 돌봄 종사자 수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돌봄 종사자들의 노동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져 요양보호사 자격증 소지자 10명 중 2명만이 현장을 지키고 있다. 그만큼 사회적 인식이나 처우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감안 각 지역에 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 설립을 꾸준히 지원하여 돌봄 종사자 처우 개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 경기도 부천시에서도 2021년 기초단위 지자체 중에서 단일 성격으로는 최초로 현 센터를 개관했다. 이 센터 총괄 책임자로 부임하여 돌봄 종사자의 행복한 일자리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하시는 이영주 센터장(64세)을 지난 1월 하순에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쓴이 말)



▲  이영주 센터장



 퇴직 후 어떻게 지내셨는지?


30년 동안 공직 생활을 했어요. 그러다 부천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아래 의료사협) 부천시민의원 이사장직을 맡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와서 명예직이자 비상임직으로 수락한 후 1년 정도 봉사했어요. 이 센터의 민간위탁 운영자로 우리 의료사협이 선정된 후 제가 센터장으로 임명되어 활동한 지도 벌써 1년 8개월이 지났네요.













▲  자그마한 집무실에서

 

 장기요양요원이란 무엇이고, 센터에서는 무슨 일을 하나요?


장기요양요원은 장기요양기관, 즉 요양원, 노인방문돌봄센터, 노인주야간보호센터 등에 소속되어 어르신의 신체활동과 가사 활동 지원, 심신기능의 유지·향상 등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를 말하는데 여기에는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등이 있어요. 


우리 센터는 이런 돌봄 종사자들의 인권, 노동권, 건강권, 사회적 인식과 처우 개선까지 이분들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권리 침해 상담 및 지원 △역량 강화 교육 지원 △건강검진 등 건강관리 사업 △취업 정보 제공 및 상담 △사회적 인식 개선 사업 등 할 일이 너무 많아요. 

(부천시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 홈페이지 주소 https://bcgonggam.or.kr/) 


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가 서울에서 2013년 제일 먼저 개관했고, 서울에는 현재 총 5개가 있어요. 센터 이름은 약간씩 다르지만, 개관 준비 중인 지역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부천시가 기초단위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단일 성격으로는 최초로 센터를 개관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요양보호사는 활동 초기에 국민 파출부나 가사도우미라고 부를 정도로 그들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아서 아직도 우리 집에서 일하는 아줌마라고 부르는 일이 많아요. 그래서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처우 개선을 위해 이분들에게 역량 강화 교육을 함으로써 능력 있는 사람들로 변화시켜 나가는 거예요. 

요양보호사의 현 실태를 살펴보니까 그분들의 건강이 너무나 안 좋더라고요. 누워 계시는 노인들의 욕창 방지를 위해 체위 변경을 해야 하는데 요양보호사들이 연세가 많아서 굉장히 힘들어해요. 엄청나게 힘든 노동을 하는 거예요. 몸 상태가 나빠질 수밖에 없죠. 이분들에 대한 건강권을 챙겨주고, 다음에 노동 권익 보호에 필요한 일들을 지원해주고 있어요.


▲  센터 정문 입구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센터를 운영하게 되셨나요?


의료사협 이사장직을 맡아 오던 중에 지인으로부터 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가 조만간 개소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게 되었어요. 관련 법령과 관계서류를 훑어보니까 우리 의료사협에서 맡으면 딱 좋은 센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천시에서 위탁 운영할 법인을 공개적으로 모집했어요. 우리 의료사협에 제가 제안하고 내부회의를 거친 후 응모하기로 최종 결정이 났어요. 부천시 관내 학교법인 등 응모한 법인이 꽤 있었어요. 최종적으로 두 개 법인이 경합했어요. 열심히 발표자료를 준비했고 우리 의료사협이 소규모 신생 법인이지만, 지역 주민이 아주 많이 참여하는 의료복지기관으로서 몇 년 동안 돌봄 관련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기에 거대 법인을 꺾고 최종 선정될 수 있었어요.


▲  센터 사무실과 교육실


 이 센터를 운영하면서 발견하게 된 문제점 하나만 말씀해 주신다면?


요양원 등 장기요양기관이 전국에 2만6500여 개(2021, 통계청)나 있어요. 서울이 3600여 개, 부천에는 450여 개가 있어요. 장기 요양 기관에 소속된 돌봄 종사자는 국가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이는 국가가 개입해서 관리 감독하겠다는 의미이고 그에 따른 각종 비용도 지급하고 있어요.


보통 집에서 요양보호사를 부르면 비용 중에서 국가에서 85%를 지원하고 개인 가정에서는 15%만 본인 부담하면 돼요. 요양 비용이 100만 원이면 15%니까 15만 원만 본인이 부담하는 거예요. 이런 시스템에서 현재 가장 문제 되는 게 뭐냐면 대부분의 요양보호사 연령이 50~60대예요. 50대가 30%이고 60대가 70%로 2배 이상 많아요. 젊은 사람들이 유입이 안 되고 있어요. 60대 요양보호사가 70대가 돼서 요양보호를 못 하게 되면 그때는 이 요양보호를 누가 책임지지 하는 문제가 생겨요.


 장기요양요원 지원센터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나요?


우리 센터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요. 장기요양기관에서 근무하는 사람, 즉 현재 일하고 있는 분들만 이용할 수 있어요. 모든 강좌 수강료와 재료비가 무료예요. 우리 센터에서는 실제 근무 여부를 1년에 한두 번 정도 확인을 해요.


 이 일을 해보고 싶은 사람은 어떤 준비를 미리 해야 할까요?(인생 후배를 위한 조언)


저와 같은 센터장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필요하고, 이 분야 경력이 있어야 해요. 보통 여기는 비영리 법인에서 민간위탁을 받아요. 그 법인에 소속되어 있어야 하니까 가장 중요한 게 인적 교류예요. 그걸 통해서 확장해 나가야죠. 


제가 여기 오기 전까지는 요양보호사에 대해 잘 몰랐어요. 제가 사회복지사이기 때문에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에는 여러 가지로 유리했지만 크게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여기 센터장 들어오려고 하니까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필요하겠더라고요. 자격증을 취득하고 일을 시작했어요.


지금은 이 일을 한 것에 대해서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지금은 돌봄 종사자로서의 역할을 하지만, 나중에는 돌봄 대상자가 될 거예요. '내가 존엄하게 노인으로 살다가 존엄하게 가기 위한 준비 작업을 여기서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굉장히 감사하고 있어요.


▲  센터 현황판과 상담실


  수입은 어느 정도 되나요?


급여가 적지 않아요. 사회복지시설(기관) 관장 수준의 봉급을 받고 있어요. 또 전체 사회복지 경력을 80%나 인정을 해줘서 꽤 받아요. 그리고 봉급 일부를 여기 센터 후원금으로 내고 있어요. 의료사협이 사회적협동조합이기에 이 센터의 민간위탁 조건으로 후원금을 내야 하거든요.


▲  부천시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 홈페이지


 전망은 어떨까요?


작년 5월에 전국 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협의체 발대식이 국회의원회관에서 있었어요. 그 당시에는 13개 기관이었어요. 보건복지부에서 제2차 장기요양기본계획을 통해 작년 말까지 전국 17개 지자체에 센터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어요. 제주도와 세종시, 용인시, 당진시도 센터를 개관한다고 우리한테 와서 견학하고 갔어요. 다른 지자체들도 지금 한창 준비들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100%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이 되는 곳이라서 젊은 사람들도 장기 요양 관련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다면 그리고 노인 복지 사업에 관심이 있다면 센터 직원으로 근무하는 것도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이 일은 꾸준히 성장하는 사업이에요.


 앞으로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 일이 끝나면 강화도로 갈 거예요. 2019년도에 500평 땅을 샀어요. 총 2천 평을 4명이 나누어서 산 거예요. 그 땅을 제가 직접 사러 돌아다녔다면 그렇게 싸게 못 샀을 거예요. 저와 함께 발효 공부하던 선생님과 인연이 닿았어요. 그 선생님이 강화도 땅 2천 평을 눈여겨본 후 4명이 분할 소유해야 하는데 3명뿐이었대요. 같이 하자는 제의가 들어와서 하겠다고 했어요. 인연이 인맥이 된 거예요. 제가 여기에 있게 된 것도 다 ‘사람’이 해 준 거예요. 세상 모든 일의 처음과 끝은 ‘사람’이더라고요. 인맥보다 더 넓은 의미의 ‘사람’이었어요. 진정성있게 사람들과 소통하면 다 통하더라고요.


작가의 이전글 학교 당직원, 적은 월급이지만 낮시간은 온전히 제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